♠시와 글 모음♠/♧ 시 모음

국화차를 마시며 / 이광두

modory 2009. 5. 21. 10:39

 

菊花茶를 마시며

글과 그림 / 이광두




 



손 끝에 마음 묻어두고 길 나서니
 



한 줌 구름 떠도는
 



수리산 산 그늘이 두껍기만 하다.
 



눈빛 담아 달인 국화차
 



질그릇 찻잔에 맴도는 자빛 하늘이 따습다
 



노오란 세월 한 모금



수리산을 바라보며 / 딸


수리산의 아침은 마지막 묵은 한잎마저 떨쳐버린 나무들의 빈 가지 사이로 스며 듭니다.
 



나무들은 달고 있던 잎을 미련도 없이 떨쳐 버리는군요. 빈 가지로 묵묵히 서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내 자신도 떨쳐버릴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삶의 본질은 채우기에 있는것이 아니라 버리기에 있다는 법정스님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비본질적인 삶의 부스러기들을 조금씩이라도 털어 버리리라 다짐합니다.
 



잎이 말끔히 져버린 수리산의 나무들은 그 빈자리에 내년에 틔울 싹을 벌써부터 마련하고 있을테지요?
 



이 아침, 수리산은 버리고 비우는 것이 새로운 삶으로 열리는 통로요 지혜로운 삶의 모습임을 저에게 가르쳐 줍니다. <딸의 편지 한토막에서>
 



시집 간 딸 아이가 사연과 함께 菊花茶 한 묶음을 보내왔다. 언제나 멀리 살고 있는 시집 간 딸 아이를 두고 되돌아 나올 땐 찡하고도 아련한 마음이 앞선다. 작은 이별 ! 그 짧은 이별 때마다 난 언제나 젖은 마음 안 보일려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 아이도 날 보내면서 이렇게 나처럼 하늘을 올려다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