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영상들◀/※아름다운영상

입추 그 이후

modory 2009. 8. 16. 10:20
누군가 '소리 내며 지는 꽃은 없다'란 글을 올렸었는데...  
	            
	     - 빈손인 내게도 가을이 찾아왔다 
                발걸음 따라 걷다 온 수월리 
                하양지를 돌아 나오는 길섶으로 
                청노루 따 먹던 연한 칡순이 
                계절을 잊은 듯 땅으로 뻗쳐 
                보랏빛 웃음 흘리고 있다 
                철 지난 그 꽃 어제를 모르고 
                스산한 바람 앞에 
                한 줌 흙이 되어 땅으로 질 터인데 
                거짓 없이 싹 틔우고 꽃 일궈 냈음을 
                스스로 자랑 숨기고 소리 없이 질 터인데 
                지상의 꽃들 일제히 
                우우~소리로 존재를 드러내 
                어찌 바람에 몸 맡기어 흔들리고 싶지 않으리 
                생각의 마디  툭툭 꺾어 마음 불 지피고 싶지 않으리 
                비우고 걸어가는 꽃길을 따라 
                이 가을 
                나도 
                해탈을 향하여 서늘하게 지고 싶다 
 
 푸른 물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을 보고 고개 숙인 수숫대, 돌배와 늘어진 
넝쿨에 달린 박. 모두 가을을 알리는 한폭 그림이다. 9월이 멀지 않다.

'▶그림과 영상들◀ > ※아름다운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더위에 주스 한잔■  (0) 2009.08.24
여름풍경 - 원포가 보내온 것  (0) 2009.08.17
세월  (0) 2009.08.13
아름다운 곤충 - 잠자리  (0) 2009.08.12
가을이 온다  (0) 2009.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