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재발견◑/♣여행

바람따라 동해안을 따라서

modory 2009. 12. 10. 20:54
겨울 바람따라 동해안을 달렸다.
  저마다 다른 추억을 가지고 아름다운 겨울 해변을 따라 청하, 강구, 
  풍력 발전소가 있는 축산. 그리고 영해를 거쳐 후포로...
 눈이라도 내릴 듯 희끄무레한 겨울 하늘이었지만 여행하기 좋게 눈은 내리지 않았다.
 후포항에서 싱싱한 횟거리 방어를 사서 온정리 백암 온천에 하룻밤을 잤다.
 뜨꺼운 온천탕에 도시에서 찌든 육신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고
 88 국도를 따라 영양으로 갔다. 가는 길에는 깎아지른 절벽이 내려보이는 구주령에서
 잠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 영양 일월에 있는 주실을 찾았다.
 그곳에는 한국 현대사의 지성의 상징이자 문인인 조지훈 문학관과 주실 숲이 있었다.
 주마간산으로 돌아보고 나오는데 학창시절 배운  조지훈 시인의 승무를 읊조리는 
 친구가 있었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뻗어 접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이 시를 기억하다니... 
짧은 겨울 여행이었지만 그런대로 즐거웠다. 넘치는 것보다는 더 좋다.

  ^^* 東雲200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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