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시 모음

입춘대길

modory 2011. 2. 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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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 신석정


뱀이 부시시 눈을 떠 보았다.
-그러나 아직 겨울이었다.

하도 땅 속이 훈훈해서
개구리도 뒷발을 쭈욱 펴 보았다.
-그러나 봄은 아니었다.

어디서 살얼음 풀린 물소리가 나서
나무움들도 살포시
밖을 내다 보았다.
-그러나 머언 산엔 눈이 하얗다.

핸 멀찌막이 <驚蟄>을 세워 놓고
이렇게 따뜻하게 비췰 건 뭐람?
-그러나 봄 머금은 햇볕이어서 좋다.

미치고 싶도록 햇볕이 다냥해서
나도 발을 쭈욱 펴고 눈을 떠 본다.

-그러나 <立春>은 카렌다 속에
숨어 하품을 하고 있었다.

※ 다냥해서 → '당양(當陽)해서의 방언.
햇볕이 잘 들어 밝고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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