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수첩 - 김정일 사망에 지구 반대편에서 생긴 일
김진명 정치부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조전(弔電)을 보낸 정당에
"독재자의 죽음을 위로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한국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칠레 이야기다.
칠레 공산당이 19일 김정일 사망에 대한 조전을 북한에 보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들까지 들끓기 시작했다.
칠레 공산당은 제1야당과 함께 '콘세르타시온'이란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 연합은 작년까지 20년간 집권에 성공했었다.
즉 '수권능력이 있는 책임 있는 정당이 어떻게 독재자에게 조의를
표할 수 있느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여당 사무총장은 "국민 3분의 1을 기아(饑餓)에 빠뜨린 잔혹한 독재자가
사망했는데도 조전을 보낸 공산당을 엄중히 비판한다"고 했다.
내무장관도 "콘세르타시온을 구성하는 공산당이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를 해온 북한 정권에 조전을 보냈다니 걱정스럽다"며 가세했다.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1973년부터 17년간 '피의 군부 독재'를 했던 칠레엔
'독재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
결국 '뭇매'를 맞은 공산당 총재가 "(북한에 보낸 것은) 외국 정상이
사망했을 때 보내는 의례적 조전에 불과하다"며 해명에
나서고서야 논란은 일단락됐다.
논쟁은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다.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 나시오날'은 22일 사설을
통해 지난 18일 사망한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전 대통령과 김정일을 비교했다.
하벨 전 대통령은 공산정권의 독재에 저항하며 투옥과 망명 생활을 경험했고
1989년 무혈 시위인 '벨벳혁명'을 주도해 공산정권의 붕괴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이 신문은 "하벨과 김정일이 몇 시간 간격으로 사망했지만 두 사람의
평판은 너무나 다르다"며 "정부가 하벨의 사망은 논평하지 않고,
독재자 김정일에 대해서는 쿠바나 니카라과와 같이 조의를 표명한 것은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권력의 남용"이라고 밝혔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런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북한 당국은 세계 곳곳에서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며 '조문(弔問) 외교'에 여념이 없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재일동포 조문단에
이어 새로 꾸려진 재중동포·재미동포·유럽동포·캐나다동포
조문단 등 수십 명의 해외조문단 대표들이 24일과 27일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또 "해외동포 각 지역에 꾸려진 수많은 조의식장에는
동포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조문하려는
동포들이 너무도 많아 날짜를 정해놓고 조의를 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대 세습 왕조 북한은 그 무엇보다 가식(假飾)을 세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끝>
대한민국에서도 刑法에 '북한정권에 의한 학살 및 反인류적 행위를 부정-왜곡하는 罪'를
신설할 만하다. 즉 김일성의 6.25 남침, 북한정권의 강제수용소 실태, 공개처형,
납치,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등을 부정하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자들은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자유를 파괴하는 자유를 저지하는 이런 법률이 언론과 양심의 자유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은 人權 선진국 유럽의 경우가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