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영상들◀/※그림창고 기타

시- 집

modory 2013. 9. 8. 14:43

◐ 집 ◑ 2013-09-06

철문이 꼭꼭 잠겨있다.
도어 록을 비틀어도 열리지 않는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하여
1365개 계단으로 가는 갓바위 고갯길보다 더 힘든 계단.
훠이훠이 올라 숨 한번 몰아쉰다.
회색빛 낭떠러지 잡고 계단 하나씩 오른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이 맺힌다
도어 록의 전자 번호 키의 긴 버튼을 눌렀다.
파르르 푸른 색의 눈을 뜬다.
갑자기 숫자가 생각나지 않는다.
소리가 없다.
번호의 조합이 무엇일까?
숫자를 눌어야 하는데...
잠시 머릿속 기억 창고를 두들긴다.
기억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비밀 번호 숫자가 떠 올랐다.
세상 밖에 나오던 날 생년월일 여섯 개 숫자를 찍는다.
칙,칙,칙,칙,칙,칙, 철거덕.
문을 열고 들어간다.
세상에 나오던 날 매일 저녁 집으로 들어간다.
자궁속처럼 적막하고 아늑하다.
아파트 15층, 창을 연다.
넓은 부처님 가슴은 보이지 않고
벽돌 건물 도시가 발아래 가라앉아 있다.
밥이 건강이라는 아내,
내 저녁 밥상을 위해
시골 할머니가 가져 나온 반찬거리 싸 담은
검은 비닐 봉지를 달랑달랑 흔들며 어디쯤 걸어 오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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