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4.01.11
2012년 종편 채널이 생긴 이후 방송이란 방송은 죄다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오죽하면 남정욱 교수가 조선일보에 이런 글을 실었을까?
정말 정화되어야 한다 한번 읽어보시기르를....
[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 시위꾼·문제적 개념작가·시시콜콜 토크쇼… 올핸 안보고 싶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새해에는 좀 안 봤으면 싶은 것들입니다. 새침했던 아나운서가 결혼 후 '먹방'에 나와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는 것(결혼은 멀쩡한 처녀를 배불뚝이로 하녀로 추물로 만든다더니 과연).
차 뒤창에 성격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써 붙이고 다니는 차들(얘야, 나는 너보다 더 까칠한 어른이란다).
기분이 좋은 거 같아요, 맛이 있는 거 같아요 따위의 이상한 말투 인터뷰(자기감정 판독이 안 되세요?
남의 혀를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대장금 이영애 미각 상실 상황도 아니고 맛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안 되세요?).
툭하면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는 '000 독설'(어지간하면 다 독설이라네요. 독설은 남을 사납게 비방하거나
매도하여 해치는 말을 뜻합니다. 용례로는, 정욱이는 술에 취해 친구에게 올해 네 인생이 지옥이 될 거라는
사실에 내 팔 하나와 어쩌고저쩌고 하며 독설을 퍼부었다, 같은 것이 있겠습니다).
연예인들 가족까지 나와 시시콜콜 집안 잡사 토크로 시간을 때우는 프로그램들(자기 할아버지 이름은 몰라도
연예인 아들 이름은 아는 청소년이 많다네요. 대한민국은 연예인 공화국이 된 걸까요).
도서관에서 서가를 병풍 삼아 전공이나 영어 공부하는 학생들(왜 뷔페에 와서 산해진미를 놔두고 김밥을 먹고 있을까요).
청년 실업 문제와 청년 취약 계층 문제도 구별을 못 하면서 틈만 나면 청년 문제를 입에 올리는 웰빙 정치인들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을 보셨나요. 눈물이 납니다).
구질구질하게 비자금 조성하다가 잡혀 들어가는 기업 대표들(제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진 멋진 모습 한번 보여주세요).
문학은 안 되고 존재감은 인정받고 싶고 그래서 트위터로 정치 글 퐁당퐁당 던지는 이른바 개념 작가들
(우리나라 문학의 위기는 독자가 아니라 작가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계신 건지).
지방 돌아다니며 말 같지도 않은 위로를 늘어놓는 감성 팔이 사기꾼들
(안 되는 애들에게 안 되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 진짜 도움이 된답니다).
민중사관과 운동사관으로 범벅이 된 역사를 기어이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고 난리인 오만과 편견의 선생님들
(여러분 21세기예요. 세계로 쭉쭉 뻗어나가려는 아이들의 발목을 퇴행적 사관으로 붙잡아두려는 그 심보는 대체 뭔가요).
아직도 폴리스 라인이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시위꾼들(지하철에서 안전선 밖과 같은 의미입니다.
무차별 타격 및 심할 경우 총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자유롭게 반정부 집회를 열면서 독재를 입에 올리시는 분들(전두환 옹께서 말씀하셨죠. 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감정이 안 좋은가 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한번 모셔와 볼까요. 어떻게 하시는지).
마지막으로, 인문학의 위기니, 서점이 하루에 하나꼴로 폐업하고 있어 걱정이니 하는 언론 보도
(정말 식은땀이 흐릅니다. 위기의식 끝에 인문학이 부흥하고 서점이 반대로 하루에 하나씩 생겨나면 어쩌지.
갑자기 대한민국이 책 읽는 나라로 바뀌면 어쩌지. 스펙이라고 해 봐야 달랑 대학 졸업장 한 장이
전부인 소생이 그나마 밥 먹고 사는 게 다들 책 안 읽고 인문학을 무시하는 풍토 덕분이니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현재의 이 분위기, 사회 흐름이 심히 만족스러워요. 글쓰기를 학문으로
대접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 그러면서도 글쓰기와 독서를 강조하는 더 이상한 나라,
독서와 글쓰기가 별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어이없는 나라, 덕분에 제가 먹고살기 좋은 참 아름다운 나라인 까닭이죠.
그러니까 제발 경고등 좀 울려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왜들 난리인지 미워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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