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3월이다
수성못 산책로 새로 만들고
깨끗하게 단장하였다.
겨우내 오지 않던 사람들도 3월의 수성못을 걷는다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도 밤새 호숫물 퍼 올려 연두빛
황새들 둥지 짓느라 분주하다
나목 담은 호수는 물비늘로 살랑인다
봄 풍경 카메라에 담기에 바쁜데 낯 익은 얼굴 스쳐 지나간다
모른 체 지나가기냐고 어깨 툭 치니
반갑다며 손을 덥썩 잡고 자꾸 자꾸 흔들며
수성못 자주 걷던 박교장 다시 만날 것 같아 나왔단다
지난 가을 돌아오지 못 할 길 떠난 줄 알텐데
오늘 안 왔으니 내일은 오리라며
초점 잃은 시선으로 돌아서 터터버벅 발길 떼었다
가물가물 아지랑이 속으로 멀어져 가는 친구
축 처진 뒷 모습이 자꾸만 서럽다
이상화 시인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시를 수성못 둑에서 썼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시비가 서 있는 수성못 나는 이 수성못을 좋아한다
이제 봄보리 더 푸르러질 삼월이지만 수성들 어디에도 보리는 없고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다 삭막한 도시에 그래도 이 호수는 축복이다. 봄의 길목 수성못에서 동기 친구를 만났다. 걸음새가 이상하였다 반가워야 할 친구가 자꾸 슬프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