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山은 지금 피범벅입니다. 가을은 八公山의 문턱에 주저 앉았습니다.
눈앞에 가을에 절인 풍경속으로 손을 내밀면 손도 마음도 벌겋게 데일것 같습니다.
한뼘도 안되는 짧은 순간에 속절없이 왔다 사라지는 가을 앞에 나와 님도 함께 주저 앉았습니다.
冠峰으로 오십시요. 수많은 여인들의 간절한 소망을 품고 앉으신 넉넉한 부처님을 만나십시요.
그리고 이들을 뒤로 하고 인봉,능성재, 신령재, 동봉, 서봉, 오도재, 파계재, 한티재, 가산산성을 넘어 넘어 재마다 쉬임없이 늙음 뿌리십시요.
가을은 그렇게 당신을 거두어 갈겁니다.
<冠峰 * 갓바위 뒷편 선본산 앞뜰에서 / 山房>
내원암 오르는 길목에서
글과 삽화 / 山房 이광두
산길을 걸었습니다.
반 눈물
반 아픔
어쩌자고 부도암 지나
양진, 내원 두암자 오르는 길
한 뼘도 안되는 그 길이 이리도 멀까?
발끝은 굳어 뻣뻣하고
장단지 속살은
얼음이라도 내려 박혔나?
아리고 서려
가슴을 자르는 아픔이 왔습니다.
자운교 난간에서 마음을 기대며
더 걸을수 없다기에
회한 한줄기를 씹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세상을 두고 떠날 것만 같은
내가 던지는 이 눈빛의 의미를
알까 모를까.
내원암 오르는 초겨울 산길에
젊음은 앞서고
늙음은 뒤쳐진 채
이런 저런 생각을 뿌렸습니다.
삽화 설명 / 위 나의 自作 그림은 여러 Photoshop의 기법을 이용하여 변형한 그림이다.
<山房>
PS /
어쩔수 없다.
무섭고
서럽고
슬프다.
한줄의 사연도 새롭게 올릴수가 없다.
그래서 Revival이다.
이제 어쩌면
모두 사연을 닫아야 할 것만 같은 절박함.
........
참으로 서글퍼지는 노인의 가을 보냄에서 애 써 우울함을 감추려고 현란한 색상을 붙였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감추어질까? 이심전심 당신의 가슴에 내 마음을 새겨 주셨으면
합니다만 ! <山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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