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시 모음

겨울 생각하는 시 두편 겨울 밤 외

modory 2015. 11. 24. 05:38

 

 

겨울밤 / 박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 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에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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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충남 강경 출생

향토색 짙은 서정적 시 세계

충청도 지역의 시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시인

강고한 시적 자의식을 견지

 

대표작 :「저녁눈」·「구절초」·「황토길」「담장」·「겨울밤」·「오류동의 동전」 등 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싸락눈』(1969),

『청와집』(1971, 박용래·한성기·임강빈·최원규·조남익·홍희표 공저),

『강아지풀』(1975), 『백발의 꽃대궁』(1979) 등이 있다.

사후에 박용래 시 전집 『먼 바다』(1984)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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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형식면에서 볼 때 박용래의 시는 주로 시각적, 청각적 비유에 의지해 단조로운 톤을 활용,

대상에 대한 간명하고 섬세한 묘사를 즐겨 했다.

동양적 여백의 미를 추구해서 짧은 시행, 반복과 병렬의 구조, 전통적인 민요조 리듬,

명사나 명사형 어미 등을 빈번히 활용했다.

간결하면서도 응축적인 언어를 사용해 깊은 서정적 여운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박용래 시가 지닌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박용래 시인의 다음 시를 주목해 보자.

 

 

강아지풀 / 박용래

 

남은 아지랑이가 홀홀 타오르는
어느 역 구내 모퉁이
어메는 노오란 아베도 노란 화물에 실려 온
나도사 오요요 강아지풀.
목마른 침묵은 싫어
삐걱 삐걱 여닫는 바람 소리 싫어
반딧불 뿌리는 동네로 다시 이사 간다.
다 두고 이슬 단지만 들고 간다.
땅 밑에서 옛 상여소리 들리어라.
녹물이 든 오요요 강아지풀.
 

 

고향 집 /  오경택 

 

 윗 목에 떠놓은 숭늉 대접엔

살 얼음끼고

찬 바람에 밤새워 떨어 울던

문풍지 소리

 

열 이레 하현달이

바람에 흔들리는 감나무 가지를

영창 문에 비추다가

일년 열 두 달 열어 놓은

사립문으로 들어와

밤새도록 앞 마당에 서성거리던

 

떠나기를 그리워 하다가

이제 어른이 되고서는

가슴 저리게 그리워 하는

내 가슴의 하얀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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