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묘(素描)-검농 김재일
여름은 여름답게 후끈하게 덥고 겨울은 겨울답게 매섭게 춥고
봄은 화사하게 따뜻하고 가을은 선선하여 각기 계절의 제멋을 낼 때
그 행복감에 젖을 수 있는 그런 사 계절이 있어 좋다.
특히 우리 운동선수 훈련에는 사 계절이 있어 어느 계절의 나라에서도
경기를 치룰 수 있는 적응력이 무난해서 또한 좋다. 각기 다른 계절 맛에
취하노라면 덥다고 아우성치는 여름은 여름대로 기가 막히게 좋을 수도 있다.
우선 훌훌 벗어 던질 수 있는 옷의 속박을 쉽게 벗어 날수 있는
그 해방감이 너무 좋다.
실내에서 팬티 차림으로 들락날락 할 수 있는 원시동물 시절의 인간으로
가까이 다가 가는듯한 자유, 해방감이 그렇다. 어느 누구가 옷 벗었다고
나무라지 않는 특수 분위기의 내 집안에서만 누리는 행복감 이다.
우리부부 둘만의 공간이나 아니면 철 안든 어린 아들들과 함께 있을 때
또는 어린 손자들과 있을 때만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있는 것이 퍽 좋다.
몰상식하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에어컨이 있고 선풍기와 부채가
있어도 그 근엄한 체통과 체신의 너울을 벗는 것이 아주 편해서
좋다는 것이다. 인간 본능적 피서의 일차적 모습이 벗어 던지는
것일 것 이라는 속성 때문일까?
그뿐인가 그 풍성한 여름은 바로오곡 백과가 영글어가고 있는 무렵이다.
이때 출시되는 농익은 과일들의 맛에 취하는 여름의 쾌감은 또 하나의
여름 행복이다. 특히 맛이 까탈스럽지 않아 모두가 사랑하는 수박은
넉넉한 여름 닮았다. 더욱이 여름 맛에 취하게 하면서 여름에만 만나는
친한 과일이다. 그러면서 수박 출시가 끝날 무렵 찾아오는 가을이다.
그래서 수박은 여름의 전령사다. 그 여름 가운데 서있다.
마침 새벽 일찍 인근 김포시에 볼일이 있어 간 김에 가볍게 볼일보고
시간이 일러 내자에게 뭐 장거리 볼 것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내자는 “얼씨구 좋다“ 하고 이것저것 주문한다.
이곳 김포시청 부근 한 농협 마트에 인근 농민들이 직접 농사한 농산물을
직거래 하는 형식의 판매장이 있다.
값도 저렴하고 상품도 우량하며 그 싱싱함이 뛰어나다. 그것을 각 진열대 마다
농사한 사람들이 자기 상품을 진열 해두고 경쟁처럼 자유판매 한다.
일단 가격을 매겨 상품에 부착 해두고 있기 때문에 흥정하는 피곤함은 없다.
이곳 주차장에 주차하고 내리는 순간 후끈하게 달아오른 열기가 그처럼 정겹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 반대일 경우인데 나는 좀 별나다.
왜 그런가 하면 평생을 모한 모서연무(冒寒冒暑)로 연무(鍊武)로 단련한
생리적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그 추운겨울 혹한을 이겨내기 위한 특수훈련과
그 여름 무더위 속에서 5kg의 장비를 입고 600g 죽도를 들고 공격 방어 하면서
최소한 1시간은 몰입하는 경험 덕분일 것이다. 그 훈련이 추위와 더위를
가까이 하는 익숙한 내력이다. 때로는 선수들을 인솔하고 동해안 해양 훈련을 간다.
그 때 그 뜨거운 열사(熱沙)위 에서 발바닥이 따끈따끈함을 이기고
모서연무(冒暑鍊武)를 한다. 그러다가 훌훌 장비를 벗어던지고 바닷물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상쾌함은 더위 탈출의 수단의 최고 백미(白眉)이다.
그리고 또 물속에서 800g의 목검을 들고 덤벼오는 파도 자르기는 강도 높은
수중 훈련이자 역시 치열(治熱)의 쾌미(快味)이다. 이렇듯 친해온 여름의 체질이
후꾼 달아오른 열기를 맞으면서도 정겹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 이라는 도시와
김포라는 시골의 접경지에서 맛보는 도농(都農)의 혼합미(味)가 싱그러운
여름 한 순간이기도 하다.
가지. 호박. 참외. 옥수수. 대파. 양파, 푸짐하게 장보아 집을 향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신나는 여름아침 이다.
2016/8/1 아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