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특선작
겨울삽화
서정호
옹이 서너 개 박힌 모과나무 대여섯그루 무더기
겨울 하늘 받치고 선 마을 공원 길섶 비탈
ㄱ자로 허리 굽은 머리 하얀 할머니
우슬 캐다가 허리 펴고 아래를 본다
빈 나뭇가지 매달린 모과 하나 대롱거린다
‘삼지창 같은 호미로 무얼 캐나?’
일흔 살에 암 걸린 시아부지 병구완 하러 개똥쑥 캐러다니다
산비알에 굴러 넘어졌제. 시아부지 시상 뜨고 내 나이 아흔이라
삭신 저리고 쑤셔 우슬 캐러다니제
‘약은 잡수십니까?’
찬 겨울바람 속에 옹이 박힌 모과 나무 묻는다
가쁜 숨 몰아쉬며
혼자 방구들 지고 누웠으면 누가 약 사다주나
우듬지로 쓸어낸 파란 겨울 하늘 묻는다
‘밥은 묵었는가?’
한 끼만 묵고 산다 사는 것이 지엽다
겨울바람 우듬지 잔가지 흔들며 지나가고
모과나무 옹이 또 하나 더해지는데
우슬 캐던 삼지창 호미 땅에 묻힌 돌 때려
쇳소리
쨍
겨울 하늘 가른다
2016-07-27
출처 : 방비워(방송비평워크샾)
글쓴이 : modor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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