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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작시 겨울 삽화 - 서정호

modory 2016. 9. 8. 05:58


2016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특선작

  

                  겨울삽화  

                                    서정호
 
옹이 서너 개 박힌 모과나무 대여섯그루 무더기

겨울 하늘 받치고 선 마을 공원 길섶 비탈

자로 허리 굽은 머리 하얀 할머니 
우슬 캐다가 허리 펴고 아래를 본다

빈 나뭇가지 매달린 모과 하나 대롱거린다

삼지창 같은 호미로 무얼 캐나?’

일흔 살에 암 걸린 시아부지 병구완 하러 개똥쑥 캐러다니다

산비알에 굴러 넘어졌제. 시아부지 시상 뜨고 내 나이 아흔이라

삭신 저리고 쑤셔 우슬 캐러다니제

약은 잡수십니까?’

찬 겨울바람 속에 옹이 박힌 모과 나무 묻는다

가쁜 숨 몰아쉬며

혼자 방구들 지고 누웠으면 누가 약 사다주나

우듬지로 쓸어낸 파란 겨울 하늘 묻는다

밥은 묵었는가?’
한 끼만 묵고 산다 사는 것이 지엽다

겨울바람 우듬지 잔가지 흔들며 지나가고

모과나무 옹이 또 하나 더해지는데

우슬 캐던 삼지창 호미 땅에 묻힌 돌 때려

쇳소리

겨울 하늘 가른다

 

2016-07-27


출처 : 방비워(방송비평워크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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