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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문화에 손대지 말라 김광일 논설위원 / 2016.11.01

modory 2016. 11. 1. 07:05

[조선일보 태평로] 문화에 손대지 말라 김광일 논설위원 / 2016.11.01 


대통령도 문체부 장관도 차관도 문화에서 손 뗐으면 좋겠다. 문화창조융합본부장도, 무슨 진흥원장도 문화에 손대지 말라고 하고 싶다. 문화는 국가 구성원이 누천년 이어받은 교양의 총화다.

문화는 대통령이 융성시키는 게 아니다. 돈을 모아서 되는 게 아니다. 기발한 아이디어 내고,

센터 짓고, 행사 벌이는 건 하룻밤 이벤트다. 문화유산이 아니다. 수백억짜리 재단을 만든다고

문화 융성이 된다면 왜 어느 나라인들 문화대국이 안 돼 있겠는가.

 

문화·체육·관광에 할당된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6.9%가 늘어나 71000억원 책정돼 있다. 전체 예산의 1.7%쯤 된다. 지금 같은 국정 농단 사태라면 이것도 아깝다.

 

대통령이 늘품체조 시연장에서 몸 흔드는 영상을 보면서 서글펐다. 대통령도 동작이 익숙하지

않은 듯 멋쩍게 웃기도 했다. 대통령을 그 행사장에 오게 하고 행사를 설명하고 관계자를 소개했던 사람들이 문체부 상전이었고 지금 보니 대통령을 농락했다. 한국 여자골프가 스포츠 재단

덕에 세계를 제패하는 게 아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리둥절했다. 겨우 문학상 제정, 미술 전시, 음악

공연밖에 몰랐던 탓에 '문화창조융합'은 나를 기죽게 했다. 최신 버전 스마트폰을 손에 쥔 느낌이었다. 문화란 모방하고 상상하고 그것을 쌓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것을 '문화 창달(暢達)'이라고 불렀다. '문화 창조'는 낯설었고, 그것을 다시 '융합'하고 '복합'하는 것은

어쩌자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문화 융합은 문화와 산업을 한데 묶거나, 문화를 산업의 종속물로 삼거나, 돈 버는 B급 문화를

으뜸으로 내세워 대통령 치적으로 남기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게임이나 영상 광고를 한식과 한복처럼 서로 산업적 측면이 강한 영역과 묶으려고 했을까. 아마 그쪽이 전파와 계량화가 쉬웠을 것이다.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무용 같은 인프라 기초예술 분야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은 바 없다.

 

문화창조 센터 건립에 400억원 예산을 잡았다가 그게 7000억 대형 사업으로 커질 수 있다는 말에 놀랐다. 게임을 만들어 수조원 재산가가 된 기업인을 떠올렸다면, 그를 창업 청년에게 롤 모델로 제시하고 싶었다면, 그냥 게임 센터라고 하면 된다. 그곳에 교양 강좌를 하나 넣어서 "절대로

검사는 사귀지 말라"고 가르치면 된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의 날로 정하고 대통령이 그날 측근들과 영화 한 편 본다고 문화

융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 없으면 문화에서 손 떼면 된다. 대통령이 초등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우리 시조를 외워서 암송 겨루기를 한다면 그게 문화 융성 비슷한 무엇일 수 있다. 9급 공무원, 부동산 중개인, 배관공, 의사, 변호사 같은 국가고시 응시자에게 시를 10개쯤 암송하게 한다면

400억원짜리 센터를 10개 짓는 것과 같다.

미르 재단이 민간 차원에서 대통령 치적 사업을 일구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들었다. 대통령이 훗날 '문화 송덕비'를 세워 주길 꿈꾸었다면, 역설적이지만, 그렇다면 문화에서 손 떼는 게 좋다. 경제 개혁 능력이 힘에 부쳐도 문화 영역은 그냥 놔두고 볼 줄 아는 그런 정직한 대통령을 갖고 싶다.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방비워(방송비평워크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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