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7.01.06 박정훈 칼럼] 두뇌 없는 '無腦 국가'가 되어간다 / 박정훈 논설위원 나라가 이상해졌다 두뇌 기능이 망가져 국가적 치매에 빠졌다 촛불 민심이 권력을 바꿨지만 뜨거운 심장만으론 나라가 진보하지 못한다
숱한 음모론 중에서도 세월호의 잠수함 충돌설(說)은 코미디 금메달감이다. 얼마나 엉터리인지 초등학생도 1분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잠수함이 부딪쳤다는데 잔해 한 조각 안 나왔다. 잠수함이 수리됐다는 기록도, 승조원이 다쳤다는 증언도 없다. 이 팩트는 워낙 명확해서 이것만으로도 음모설은 성립할 수 없다.
웃고 무시할 괴담을 살려낸 것이 제도권 방송이었다. 한 종편 프로그램이 음모론을 통째로 중계 방송하며 휘발유를 끼얹었다. 유력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있지도 않은 '잠수함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허접한 괴담이 걸러지긴커녕 엘리트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됐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우리는 지금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기보다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국가의 '두뇌' 기능이 망가졌다는 사실이다. 나라를 이끄는 정치·관료·경제 엘리트들이 문제 해결 능력을 잃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지도, 전략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 연말 중국 외교부의 사드(THAAD) 담당 부국장이 서울을 휘젓고 다녔다. 한국 내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교란작전이었는데, 여기에 정치권이 말려들었다. 여야의 최고 중진들이 줄줄이 면담에 응해주었다. 전직 당대표들도 있었고 여당 최고위원도 있었다.
중국은 사드 결정 이후 베이징 한국 대사관과의 외교 채널을 차단했다. 김장수 대사조차 만나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뻔한 의도를 갖고 온 부국장급을 너도나도 환대했다. 격도 격이지만 전략적으로 어리석었다. 중국 관리가 서울을 활보하는 동안에도 베이징은 우리 전세기의 취항을 불허했다. 뒤에서 칼을 휘두른 격이었다.
중국이 구사하는 전략이 '통일전선 전술'임을 눈치 채기란 어렵지 않다. 적을 분열시킨 뒤 한쪽과 연합하는 공산 혁명론이다. 머리보다 심장이 뜨거운 야당 의원들이 또 미끼를 물었다. 민주당 의원 7명이 사드 관련 의견을 교환하겠다며 베이징으로 떠났다. 무얼 얻겠다고 중국까지 갔을까. 이들을 말리지 않은 민주당 지도부는 어떤 생각일까.
대권 레이스가 시작됐다. 국가 두뇌의 최고 중추는 대통령이다. 지금 나라가 이 꼴 된 것도 비선에 현혹된 대통령이 이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차기 대권 주자들 역시 마찬가지란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의 판단 능력에 의심 드는 예가 하나둘이 아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그렇다. 입장을 안 밝힌 반기문 후보를 뺀 모든 후보가 파기 혹은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 간 합의를 번복하겠다는 것이다. 후보들은 반대 여론을 의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미흡해도 합의는 합의다. 이것을 뒤집는 순간 우리는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한 국익인가. 핵심적 국익 판단조차 못 하는 후보들이 대통령 자격이 있나.
모든 사람이 경제를 걱정한다. 경제 살리기는 이념과 정파를 떠나 누구나 동의하는 최우선 과제다. 그런데 정작 경제를 살리는 일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경제를 살리자면서 경제를 자해(自害)하는 바보 같은 나라가 우리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설악산 케이블카가 무산됐다. 환경부를 포함한 모든 부처가 찬성했지만 문화재청 심의위원회가 부결했다. 동물 서식지를 파괴하고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다. 그런 논리라면 스위스 알프스의 케이블카는 무얼까. 호주 케언스의 7.5㎞ 길이 케이블카는 어떻게 세워졌을까.
국회는 경제·민생의 장애물이 된 지 오래다. 일자리를 만들라고 호통치면서도 정작 국회가 일자리 만들 노동개혁법을 뭉개고 있다. 내수 산업을 살리자는 서비스발전기본법은 무려 6년째 붙잡고 있다. 국민 눈에 국회는 무뇌(無腦) 집단으로 비치고 있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관료 집단은 스스로 두뇌 스위치를 끈 채 동면(冬眠)에 들어갔다. 중요한 결정도, 국익 차원의 정책 판단도 하려 들지 않는다. 두뇌가 멈춘 관료들이 해운업을 망가트리고, AI(조류인플루엔자)를 무방비로 확산시켰다. 정치인에서 관료·지식인까지 온 나라가 국가적 치매 상태에 빠졌다.
지금 우리 주변에선 강대국의 두뇌 게임이 절정을 치닫고 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퍼포먼스도, 중국의 사드 반대도 고도의 전략적 행보다. 아베의 경제 전략은 일본을 일자리가 넘쳐나는 나라로 바꾸었다. 이것이 리더의 두뇌 기능이 만드는 국가 전략의 힘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는 '두뇌 국가'의 길을 달려 이만큼 발전했다. 지금은 두뇌가 죽고 심장만 비대해진 모양이다.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 열망은 나라를 살아 뛰게 하는 심장과도 같다. 그러나 뜨거운 심장만으로 나라가 진보할 수는 없다. 두뇌가 망가진 '무뇌 국가'의 말로가 두렵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5/20170105029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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