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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도 새 정권 들어서면 '직권 남용'이 될 수 있다 2018-06-23

modory 2018. 6. 23. 06:55

[Why] '적폐 청산'도 새 정권 들어서면 '직권 남용'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18.06.23 03:01

[Why 모의법정]

    일러스트=이철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한 SI(시스템 통합),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비핵심 계열사나 비상장사 지분을

팔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법적으로 강제할 내용은 아니다"면서도 "(팔지 않으면)

공정위 조사·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파장은 거셌다. 15일 주식시장에서 삼성 그룹 SI 업체인 삼성SDS14% 급락했다.

시가총액 25000억원이 하루 만에 허공으로 증발한 것. 삼성SDS 주주들은 지분을

팔라는 법적 근거를 제시하라며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일에 조사권을 언급하며 지분을 팔라고 한 것은 권한 남용이란

것이다. 현행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가 특정 계열사의 발행

주식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했을 경우, 이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 기준을 지키는 대기업도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라는 말이어서 문제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주가가 급락한 삼성 SDS도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율이 17%가량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 변호사는 "법 위반도 벌어지지 않은 사항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으니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방지라는 목적에만 지나치게 경도된 시각"이라고 했다.

직권남용 둘러싼 이중 잣대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때 적용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현 정부 관계자들이 갖는 직권남용에 대한 이중 잣대를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한을 넘어선 발언과 행동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직권남용을 무기 삼아 전() 정부 관계자들을 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국가기관과 정부 부처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위원회 35개를 꾸려 직권남용 혐의를 찾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을 둘러싼 논란은 이런 이중적 시각의 대표적 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밀수, 관세 포탈, 재산 해외 도피, 탈세 등과 관련한 보도가 계속 이어져 국민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3월 말 기준 대한항공 최대 주주는 한진칼(29.6%), 국민연금은 약 12.5% 지분을 갖는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11.8%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지부 장관이 특정 회사를 언급하며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위법행위라고 지적한다. 국민연금법은 기금 운용 책임자를 복지부 장관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투자 결정 등의 독립성을 위해 기금 운용은 국민연금공단에 위임하고 개별 투자 결정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책임 아래 이뤄지게 했다. 복지부 장관은 사후 보고만 받게 돼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순수하게 국민연금 측에 맡겨야 할 사안을 장관이 관여하는 듯한 발언은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기금 운용 의사 결정 개입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 전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가 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해 징역 26개월을 선고했다. 법무법인 민주의 서정욱 변호사는 "문 전 장관처럼 박 장관도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남용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계속된 인사권 남용 의혹

최근엔 민간 부분에 대한 인사 개입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민간 기업인 포스코 인사에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바른미래당은 지난 4"포스코 전 회장들이 모인 가운데 청와대 모 인사의 뜻이라며 특정 후보를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임기가 2년이나 남은 권오준 회장이 지난 4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의 외압설이 불거졌다.

임기를 1년가량 남기고 물러난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 출신 이헌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의 해임, ·미 관계 싱크탱크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의 구재회 소장 교체 요구, 정부 정책에 비판적 성향을 보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전 세종-LS 연구위원의 계약 갱신 거부, 보수 단체 활동 경력 등 이유로 주미 경제 공사에 응모했다가 탈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우 등도 정권이 인사에 개입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은 민간 인사에 개입했다가 유죄 선고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CJ 이미경 부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대통령이나 수석이 지위나 권한을 이용해 사기업의 인사나 경영에 개입하는 자체가 위법 행위"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온의 한재언 변호사는 "공무원이 민간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조 수석의 퇴진 압력처럼 강요나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정책 결정도 직권남용?

일종의 정책 결정에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육부는 지난 8일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 업무에 관여했던 청와대·교육부 관계자 17명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당시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교과서 국정화가 추진됐고, 공무원들은 이를 따랐을 뿐이지만 정권이 바뀌자 처벌 대상이 된 것.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어느 정부나 추진 정책이 있고, 전 정부에서는 교과서 좌편향 문제에 주목해 국정화를 추진한 것"이라며 "지시에 따른 공무원을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이는 직권남용의 입법 취지와도 벗어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공무원 권력이 국민들의 권익과 삶을 침해하는 것을 막고자 만들어진 것이 직권남용"이라며 "이전에 적법하게 이뤄진 일을 문제 삼는 일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교과서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중·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 '북한 세습 체제' 등의 표현이 사라졌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으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졌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장이 삭제됐다. 오경식 교수는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기준대로라면, 현재의 집필 기준 역시 직권남용 혐의로 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문제 삼으려면 법적 근거가 없는 일을 진행했을 경우로 한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탈() 원전 정책의 하나로 20166월 착공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 손에 최종 중단 여부 결정을 맡기기로 했다. 현행법은 허가 절차나 기준,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만 원전 건설을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가 정책임을 내세워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업체가 맺은 사적(私的) 계약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잠정 중단한 것이다. 그해 10월 시민 배심원단이 건설 재개 권고안을 내면서 없던 일이 됐으나, 3개월간 참여 업체들이 1000억원가량 손해를 입는 등 숱한 논란을 낳았다. 한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행정 지도에 따라 공기업으로서 국가 에너지 시책을 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행정 지도는 강제성이 없는데도 국가 정책임을 내세워 민간 기업 이사회 등 의사 결정에 개입한 것으로 직권남용 소지가 많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2/20180622016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