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 연출하는 2007년의 한국 정치
조선일보 정치부장의 글이다. 노무현과 김대중의 대통령 선거 전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린 김대중과 노무현을 심판라기 위해 이들의
꿍꿍이속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대선의 흐름을 읽으려면 지난 24일 첫 선을 보인
이 정당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보면 뭔지 알 수 없는
몇 개 단어의 組合일 뿐인 이 당명 속에 이 정당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비밀의 코드가 담겨있다.
당명을 분해하면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 ‘신당’ 등 네 개의
단어로 연결돼 있다. 이 중 ‘신당(新黨)’은 새 출발하는 정당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일 뿐이다.
나머지 세 단어는 다르다. 모두 정치세력과 관계가 있다.
첫째, ‘미래창조’는 ‘미래창조연대’라는 여권에 가까운 시민단체
세력을 상징한다. 미래창조연대를 주도하는 이는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오충일 목사, NGO 세력을 대표하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 학계 대표격으로
참여한 김호진 고려대 명예교수,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이다.
“다음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아래 반(反)한나라, 운동권성향의 인사가 결집한 것이다.
둘째, ‘대통합’은 친노(親盧) 열린우리당 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친노 세력이 올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 ‘대통합’이었다.
지난 2년간의 각종 선거에서 43대 0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유권자로부터 버림받은 열린우리당 세력은 줄곧 당 간판을 바꾸는 변신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친노 인사들이 배제되지 않는 대통합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24일 출범 때 참여한 83명의 현역 의원 중 78명(94%)이
열린우리당 출신임이 이를 말해준다.
세번째 ‘민주’는 김한길, 박상천 공동대표가 주도한 통합민주당을
상징할 수도 있고, 순수 민주당 세력을 대표할 수도 있다.
이런 세 부류의 정치연대에 범여권 대선 후보 지지도 1위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몸을 실은 게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다.
대선과 관련해 이 신당을 눈 여겨 봐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항할 범여권의 대표 후보가 이 정당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이 신당은 그간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벌어졌던 탈당, 분당, 합당 등
범여권 세력재편의 종착역이라는 의미다. 앞으로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의 나머지 세력도 합류할 것이다. 이는 ‘노무현 세력’과
‘김대중 세력’이 시민사회 세력을 등에 업고 재결합했음을 말한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이 모든 기획, 연출, 총감독, 막후조율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다는 점이다. 김대중이 독자적으로 범여권의 주도권을 쥔
것인지, 김대중과 노 대통령의 합의 속에 이 신당이 태동한 것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이 신당의 출현과 관련한 DJ의 메시지는 세 가지다. ‘대선의 대세는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이 한나라당 대세를 뒤집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하나로 뭉쳐야 한다’ ‘대선후보도 빨리 단일후보를 옹립해
지지도 20%를 넘기도록 지원해야 한다’ 등이다.
1년여 동안 한나라당 일방 독주였던 대선을 여야가 있는 다자(多者)구도로
바꾸게 될 이 신당이 다음 주 일요일인 8월5일 모습을 드러낸다.
선거를 통해 실정(失政)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권자의 기회를
박탈하는 ‘정당 변신’이라는 점에서 ‘위장 신당’ ‘도로 열린우리당’
'도로 민주당’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이 정당에 국민들이 어떤 평가와
심판을 내릴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