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시 모음

고드름에 대한 추억

modory 2009. 1. 19. 15:50

◐ 고드름에 대한 유년의 추억 ◑

어떤 시인이 아침밥은 항상 곱삶이 아니면
무 감자 시래기가 섞인 반죽밥을 먹던 그 시절, 고드름을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
소리없이 눈은 쌓이고
아버지 잦은 기침 소리로 밝아오는 새벽,
홰에 오른 닭들 죽지에 얼굴 파묻고
요강이 차올라 짚자리가 흥건히 젖어드는 방안에
할머니 젖꼭진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아침밥은 항상 곱삶이 아니면
무 감자 시래기가 섞인 반죽밥
아이들 산토끼 모는 소리 먼 산을 에돌아올 때
해바른 굴뚝머리, 아망위를 눌러 쓴
할아버지가 고욤나무 꼭대기 빈 까치집만 바라보다
장대 같은 고드름을 따 뼘으로 재 보았지
올해는 비가 많이 내려 풍년이 들겠구나!
고드름의 길이를 재어보면서 풍년들기를 기원하는 옛 어른의 모습이
떠 오르긴 하지만 유년 시절, 좁은 골목안 낮은 지붕에 매달린 고드름을
따다 보면 손이 시려 빨갛게 변해도 그 손을 호호 불며 동네가 비좁도록 
떠들며 고드름 따 놀던 시절이 아득히 되살아 난다. 
그 많던 고드름들이 이제 구경하기도 힘들다. 고드름을 장난감으로 쓰는
아이도 볼 수 없다. 
나이 너무 들어 나들이 길이 드물어 그럴까 아니면 지구 온난화 탓일까?
※아망위: 외투나 비옷 따위의 깃에 달려 있어 뒤집어 쓸 수 있게 된 
        모자.<예> 아망위에 턱을 걸었나 뒤에서 돌보아 주는 힘을 
                   믿고 교만하게 행동하는 경우를 비꼬는 말.

godulum.swf

godulum.swf
0.46MB

'♠시와 글 모음♠ > ♧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시 감상  (0) 2009.02.07
입춘  (0) 2009.01.31
홍매화 / 도종환  (0) 2009.01.09
시 : 갈대의 춤  (0) 2008.11.29
가을 엽서 / 안도현  (0) 200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