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 사건은 ‘화염병 테러’에 불과 민주화운동 규정 역사에 부끄러운 일”
“‘각하 결정’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워
헌재가 피상적 논리로 진실 피해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2002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부산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재심(再審)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당시 결정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찰 유족들이 “고인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낸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5 대 4의 결정으로 각하했던 일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동아일보 2월 25일자 A1·4면 참조
▶ 경찰 7명 숨진 동의대 사건 ‘민주화운동’ 여부 재심 추진 바로가기
▶ “학내 문제로 경찰 희생시킨 행위가 민주화운동인가" 바로가기
▶ 사법부 판결 뒤집는 심의위 바로가기
▶ 전여옥 “비뚤어진 좌파식 역사관 반드시 바로잡아야”
당시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소수 의견을 냈던 주선회 전 헌법재판관(사진)을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그의 법률사무소에서 만났다. 주 전 재판관은 헌재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보상심의위원회 결정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
―헌재의 결정문 소수 의견에 “민주화운동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는데….
“통상적으로는 주문만 써서 발표하는데 그 사건은 내가 직접 소수 의견을 작성해 명기하자고 했습니다. 동의대 사건은 입시부정이라는 학내 문제로 학생들이 시위를 하다가 경찰관 7명을 희생시킨 사건입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어진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져 목숨을 앗은 사건이에요.”
―보상심의위원회는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죠. 헌법과 법률을 떠나서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보상심의위의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거예요. 시위대에 감금된 전경 5명을 구하려는 경찰관에게 화염병을 던져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이 민주화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엄격한 잣대가 있어야 민주화운동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재판이 끝난 일을 진보 정권이 들어서 민주화운동이라고 하면 역사가 곧이곧대로 평가한답니까.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역사에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민주화운동을 평가해야 합니까.
“민주주의는 목적과 결과보다 절차와 수단이 더 중요한 제도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것이죠. 절차와 수단이 정당해야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동의대 사건은 절차와 수단도 잘못됐지만 목표 자체도 잘못된 ‘테러’에 불과합니다.”
―당시 유족들이 ‘보상심의위의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헌재는 ‘유족은 직접 당사자로 볼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타깝고 아쉬워요. 각하 결정은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논리로 피해간 것입니다. 그러려면 헌재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요. 그 사건은 헌재가 정면으로 치고 나갔어야 해요. 유족이 ‘자기 관련성’이 없다면 죽은 사람 보고 헌법소원을 내라는 말인가요. 국가기관에 의해 유족의 명예가 실추됐다면 법률적,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봐야 해요.”
―헌재 결정문에는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이 경찰관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동의대 사건 처벌자를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하더라도 경찰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는다는 논리죠. 희생된 경찰관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받고 있고 이들에 대한 법적 평가에도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게 설득력이 있습니까. 이해가 엇갈리는 사건에서는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은 불리해지는 게 상식이죠.”
주 전 재판관은 결정문 소수 의견에 ‘사건 가담자들에게 명예와 보상을 부여하는 순간 법질서의 수호자로서 순직한 경찰관들이 받아야 마땅한 사회적 평가와 추모는 격하될 수밖에 없다’고 명시했다.
―한나라당이 보상심의위원회 결정에 대해 재심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예상되는데요….
“철장에서 새를 풀기는 쉬워도 다시 잡아넣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록 권위주의 통치시대에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동의대 사건은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인정받은 사건이에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소급 입법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 않을까요.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일종의 ‘정치적 선언’입니다. 법률적 행위가 아니죠. 그 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는 시효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소급 입법과는 전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