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광복 76년 나라바로잡기

대한민국 연방제- 조선일보에서

modory 2009. 7. 29. 11:17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 연방제를 생각해본다

입력 : 2009.07.28 22:37 / 수정 : 2009.07.28 23:21

"대통령제는 승자 독식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 심하다
그런데도 우리의 갈등은 '패자 절망'까지 겹친 탓에 더 악성이고 고질적이다
그렇다면 획기적 대안은 없겠는가, 제발 숨 좀 쉬게…"

'호남지방의 하늘은 잔뜩 찌푸린 채 오전부터 을씨년스러운 겨울비를 뿌렸다.' 1992년 12월 19일 조선일보 광주 주재기자가 쓴 기사는 지금도 필자에게 그때 느낌 그대로 남아 있다.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씨가 고별 회견을 한 그날 호남인들의 심정은 이 문장 그대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다.

19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뒤 한 소속 의원은 "신문도 안 보고, TV도 안 본다"고 했었다. 2002년 한나라당이 또 패한 뒤엔 당사가 마치 무덤이 된 듯했다. 많은 영남인들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07년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 전 의원 한 사람은 필자에게 "우리는 정권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광화문엔 다시 데모대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절망 때문"이라고 했다. 그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의 대답이 정답이었다고 믿게 됐다.

물론 대통령제는 승자 독식의 제도다. 사실 승자 독식으로 치면 미국이 우리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갈등이 더 악성이고 고질적인 것은 우리 대선이 승자 독식에다 '패자 절망'의 제도로 돼버렸기 때문이다. 절망한 사람에게 "협상하라" "합리적으로 하라"는 것은 사치스러운 얘기다. 절망한 사람의 눈엔 핏발이 서고 목에선 쇳소리가 난다. 정상적인 대화가 될 리가 없다.

'패자 절망'이 심각한 것은 권력을 잃은 정당, 줄 끊긴 공무원과 업자들만이 아니라 지역의 보통사람들까지 같은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와 광주의 주민 소득은 전국 최하위권이고, 대통령을 한 명도 낸 적 없는 대전은 주거만족도 1위(2006년 조사)다. 대선 승리의 결과가 이래도 정치인도 아닌 보통사람들까지 대선패배에 절망하고 분노한다. 상대 지역에 대한 불신과 피해 의식 때문이다. 이제는 치료 불능의 암(癌)처럼 느껴진다.

지금 누구의 고향만 알면 그의 정치적 견해를 대강 짐작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비밀 아닌 비밀이다.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의 많은 갈등들의 이면에도 지역문제가 있다는 것도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하나의 사회 상식처럼 돼 있다.

미국서 출신 지역을 보고 그의 투표 성향을 짐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종을 보고는 어느 정도 짐작한다. 미국서 장관의 출신 지역을 따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종별 분포는 따진다.
우리의 지역문제가 미국의 인종문제와 같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인식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엔 도처에서 한계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문제도 주요 원인이란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정권이 자꾸 바뀌면 나아질 줄 알았다. 결과는 반대로 악화되고 있다. 이제는 정상적으로, 합리적으로 진행되는 일이 없을 지경이다. 밀어붙이는 '승자 독식'측과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패자 절망'측의 충돌만 있다. 관료사회, 국정원에다 판사들까지 지역 갈등에 오염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계속 가면 군(軍)이 오염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 지역에서 70~90%의 득표율이 나온다는 것은 무서운 집단 의식이다. 이 집단 의식을 완화시켜보려 한 시도는 거의 실패했다. 앞으로도 성공할 것 같지 않다. 이제는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70~90% 득표율은 안으로 향하면 강한 귀속 의식이기도 하다. 이 귀속 의식이 지역 발전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볼 때다.

각 지역이 독자적인 입법·사법·행정·재정·교육·경찰 권한을 갖고 중앙정부는 외교와 국방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획기적인 분권 방안이 학계와 정계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자유선진당은 나아가 인구 1000만명 안팎의 자치지역 5~6개가 모여 연방국을 이루는 연방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이 서로 불신하고 피해 의식을 가질 이유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미국, 독일, 스위스 등과 같은 연방제 국가들과 역사와 문화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단일민족, 단일문화인 일본도 사실상 연방제에 가까운 도주(道州)제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만큼 분권과 자율은 시대적,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연방제라고 하면 나라가 갈라지는 것이라고 막연히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독일, 스위스를 갈라진 나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정서적으로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정부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방제나 획기적 분권에는 문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나라가 평안해질 것 같다. 사람들이 덜 독해질 것 같고, 말도 안 되는 억지들도 많이 사라질 것 같다. 합리적인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으면서 지역 패싸움에 끼어들어야 했던 보통사람들이 해방될 것 같다. 지역 감정으로 먹고 사는 정치꾼들은 줄 것 같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얻고 싶은 '작은 통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