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시 모음

山寺 서정 3편 - 이광두 형이 보내 온 글

modory 2009. 8. 5. 16:40

    山寺 抒情 3篇

    글과 그림 이광두
      
    나홀로 시산제
    산에 갔습니다. 처음으로 山門을 열었습니다. 청암사 문수봉 산마루에 祭壇을 차리고 經 한자락 외우며 시산제를 올렸습니다. 다릅나무, 팥배나무, 층층나무 쪽동백, 당단풍, 까치나무,겨울초 비목, 고로쇠 박달나무, 헛개나무가 제단 앞에 모여 섰습니다. 봄의 늪에 빠져 선잠 감추며 줄줄이 서 있는 그들 앞에 목청 돋구어 詩 한 수를 외었습니다. <나뷔야 靑山에 가쟈 범나뷔 너도 가쟈 가다가 져무러든 곳듸 드러 자고 가쟈 곳에서 푸대접하거든 닙헤셔나 자고 가쟈.> 아 ! 늦게 온 산까치가 긴 울음 한 줄 놓고 갔습니다. 솔 내음 젖은 祭文 한 줄을 얹어 놓고 갔습니다. - 全在千 畵伯의 古稀 油畵展 카다록에 올렸던 글
      
    眞佛庵에서
    산길 이십리 구름 등에 지고 구비 돌아오르면 眞佛庵이 있다. 문밖에 서성이는 별빛 거두며 空山에 아침해가 막 솟는데 사립문 열고 問候하니 靑苔낀 목소린 어디가고 햇살같은 부처님 얼굴은 왜 붉히나. 풍경소리 다듬어 塔을 모우고 깎다만 장승은 청승을 떠는데 念佛三昧는 어디두고 청댓잎 소리에 가슴 풀어 헤치며 石窟面殿에 진종일 말이 없나. 햇살 희롱하며 토담에 걸터 앉아 무우청 푸르름을 씹고 또 씹는 당신은 頭頭物物 眞佛이다. 이제 당신께 돌아온 몸이 갈 길 아득한데 등걸에 쌓인 娑婆의 피멍을 차마 아니 보렵니다. ***그 후 眞佛庵의 老僧 <慈景>은 涅槃하고 草屋은 간곳 없고 청기와 庵子로 바뀌니 남은건 般若, 文殊의 두 산봉우리 뿐이라, 그러하니 내 그 곳에 두번 다시 갈리 있으랴.

    그냥 갑니다.
    헛것 보고 갑니다. 山寺는 가을 늪에 빠져 속내를 감추고 주는 것 받는 것 없이 좋아서 혼자 산에 갑니다. 이 산, 저 산 내 영혼의 울림과 오가는 얘기는 山의 무게로 쳐지고 산 개울물 소리는 어미 등에 업혀 듣던 고향의 그 노래입니다. 양지 바른 산길에 떼지어 굴러가는 가랑잎 소리 재잘거림 빠져나간 그 자리에 無緣의 눈물 한 줄기. 죽비로 터진 마음 須彌山 자락에 묻고 갑니다. 비우고 갑니다. 그냥 갑니다.



    PS / 寫眞 作家이신 <鉉> 님이 2편의 귀한 山寺 작품을 보내 왔다. 그것도 雪嶽의 봉정암과 오세암에서 촬영한 어둠이 내려 앉은 새벽의 山寺를 마주 하고 있노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의 佛心이 얹혀 있는 님의 작품이 너무도 고마워 이 글의 첫머리에 그의 작품을 올렸다. 나의 졸품 3편을 올리는 일이 참으로 경망하고 황당하여 이 또한 가슴이 두근거린다. < 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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