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시산제
산에 갔습니다.
처음으로 山門을 열었습니다.
청암사 문수봉 산마루에
祭壇을 차리고
經 한자락 외우며 시산제를 올렸습니다.
다릅나무, 팥배나무, 층층나무
쪽동백, 당단풍, 까치나무,겨울초
비목, 고로쇠 박달나무, 헛개나무가
제단 앞에 모여 섰습니다.
봄의 늪에 빠져 선잠 감추며
줄줄이 서 있는 그들 앞에
목청 돋구어 詩 한 수를 외었습니다.
<나뷔야 靑山에 가쟈 범나뷔 너도 가쟈
가다가 져무러든 곳듸 드러 자고 가쟈
곳에서 푸대접하거든 닙헤셔나 자고 가쟈.>
아 !
늦게 온 산까치가
긴 울음 한 줄 놓고 갔습니다.
솔 내음 젖은 祭文 한 줄을
얹어 놓고 갔습니다.
- 全在千 畵伯의 古稀 油畵展
카다록에 올렸던 글
眞佛庵에서
산길 이십리
구름 등에 지고
구비 돌아오르면
眞佛庵이 있다.
문밖에 서성이는 별빛 거두며
空山에 아침해가 막 솟는데
사립문 열고 問候하니
靑苔낀 목소린 어디가고
햇살같은 부처님
얼굴은 왜 붉히나.
풍경소리 다듬어
塔을 모우고
깎다만 장승은 청승을 떠는데
念佛三昧는 어디두고
청댓잎 소리에 가슴 풀어 헤치며
石窟面殿에 진종일 말이 없나.
햇살 희롱하며 토담에 걸터 앉아
무우청 푸르름을 씹고 또 씹는
당신은 頭頭物物 眞佛이다.
이제 당신께 돌아온 몸이
갈 길 아득한데
등걸에 쌓인 娑婆의 피멍을
차마 아니 보렵니다.
***그 후 眞佛庵의 老僧 <慈景>은 涅槃하고
草屋은 간곳 없고 청기와 庵子로 바뀌니
남은건 般若, 文殊의 두 산봉우리 뿐이라,
그러하니 내 그 곳에 두번 다시 갈리 있으랴.
그냥 갑니다.
헛것
보고 갑니다.
山寺는
가을 늪에 빠져
속내를 감추고
주는 것
받는 것 없이
좋아서 혼자 산에 갑니다.
이 산, 저 산
내 영혼의 울림과 오가는 얘기는
山의 무게로 쳐지고
산 개울물 소리는
어미 등에 업혀 듣던
고향의 그 노래입니다.
양지 바른 산길에
떼지어 굴러가는 가랑잎 소리
재잘거림 빠져나간
그 자리에
無緣의 눈물
한 줄기.
죽비로 터진 마음
須彌山 자락에
묻고 갑니다.
비우고 갑니다.
그냥 갑니다.
PS /
寫眞 作家이신 <鉉> 님이 2편의 귀한 山寺 작품을
보내 왔다. 그것도 雪嶽의 봉정암과 오세암에서
촬영한 어둠이 내려 앉은 새벽의 山寺를 마주
하고 있노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의 佛心이 얹혀 있는 님의 작품이 너무도
고마워 이 글의 첫머리에 그의 작품을 올렸다.
나의 졸품 3편을 올리는 일이 참으로 경망하고
황당하여 이 또한 가슴이 두근거린다. < 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