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의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은 18년 간이나 영의정을 지냈지만
인품이 원만하고 청렴 결백하여 청백리로 불렸다.
황희 정승의 아들 중에는 술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은 근심거리였다.
여러 번 훈계도 하고 때로는 매도 들었지만 아들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황희 정승은 무언가 방법을 달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황희 정승은 술을 마시러 나간 아들을 밤늦게까지 마당에
서서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황희 정승의 어깨에 밤이슬이 내려 옷이 축축해질 무렵
술에 취한 아들이 비틀거리며 대문으로 들어섰다.
이것을 본 황희 정승은 아들 앞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술에 취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보던 아들이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순간 술이 확 깼다
"아버님, 왜 이러십니까?”
황희는 여전히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 아들에게 말했다.
“무릇 자식이 아비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내 집안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식이 아니라 내 집에 들어온 손님이나 마찬가지가 되지요.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을 정중하게 맞이하는 것은 예의인 즉 지금 저는 손님을
맞고 있을 뿐입니다.”
그 뒤로 황희 정승의 아들은 옳지 못한 버릇을 고치고 아버지 못지 않은
청백리 선비의 자세로 학문에 정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