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은 2010년 8월 5일자에 sbs 예능 프로그램이 자사
드라마를 공공연하게 선전했다고 한다. 기사를 보면.....
<강심장>이 SBS의 새
수목드라마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특집 홍보방송을 했다. 8월 3일에 이어 10일에도 편성된다고 예고했다. 대형 걸개그림에 아예 특집임을
밝히고 주연배우인 이승기와 신민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전 홍보에 예능을 동원했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오지 않는 신민아를 주인공으로 해서
신민아 특집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해도 너무했다. 총 19명의
연예인들을 모아놓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그중에서도 특히 신민아 띄우기로 시종일관, 드러내 놓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다른 출연자들은
병풍이었다. 마치 방청객을 무대에 올려놓은 듯했다. 신민아가 아무리 스타라지만 보기 좋은 광경이 결코 아니었다. 방송통신심의윈회의 중점 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심장>이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김승우의 승승장구>처럼 일인체제 토크쇼였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강심장>은 집단체제 토크쇼다. 열
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출연해 사연을 소개하고 그 중 최고의 사연을 말하는 이 바로 ‘강심장’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이날은 강심장을 가려내지도
않았다. 19명의 출연자를 골고루 배려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노골적인 홍보는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했다.
임슬옹의 신민아 짝사랑 10년, 세레나데,
신민아의 신상명세, 신민아의 이상형 월드컵 등 신민아와 드라마 이야기로 거의 대부분이 채워졌고, 자막 또한 선정적으로 신민아와 드라마 띄우기에
앞장섰다. MC 강호동은 ‘스튜디오를 밝혀주는 그녀’, ‘인간인가 구미호인가 눈부신 그녀’, ‘2010년 드라마 최고의 기대작’, ‘드라마 사상
최고의 커플이 될 것이다’ 등 극찬을 서슴없이 했다.
이미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이 드라마나 음반
발표를 앞둔 연예인들의 홍보의 장이 된지 오래다. 예능 프로그램에 오랜만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면 새롭게 선보이는 음반을 소개하기 위해서나 신규
편성되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연급들이 나와 신변잡기 이야기 사이사이에 영화, 드라마 PR을 하지만 MC가 적절하게 견제하기도 하는게 상식이다.
이번의 <강심장>처럼 대놓고 홍보하는 것은 MC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방송사의 편성정책이 그렇기 때문이다. 지나치다. 전파의
공공성이 늘 화두인 지상파가 유료방송채널인 케이블PP보다 더 심한 편파성, 선정성, 시청률 지상주의가 반영된 프로그램이라 할
것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방영되는 수,목 드라마에 경쟁작인 <제빵왕 김탁구>(TNmS 집계로 제16회에서 전국 시청률 39.9%)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이를
잡기 위한 SBS의 고육지책일 수는 있어도 시청자를 배려한 처사는 분명 아니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우연히 만난
구미호(신민아 분)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이승기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등을 히트시긴 홍자매(홍미란
홍정은)가 극본을 맡았다. '나쁜 남자' 후속으로 8월 11일 첫 방송된다.
게다가 상업성 지상파에서 기사원천을 찾아
기생하는 인터넷미디어들은 <강심장>의 방송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미래 미디어산업의 총아라는 인터넷이
지상파 프로그램 홍보에 2중대 역할을 하고 있지나 않은 지 반성해 볼 일이다. 각종 연예,방송관련 인터넷미디어들은 신민아가
<강심장>에서 했던 말과 행동들을 포장해 전달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신민아가 입은 의상, 목걸이가 어느 제품인지를 묻는 것까지 올라와 있다. 예능인이 아닌 배우의 방송출연과 발언, 행동하나하나를 재탕해 페이지뷰
올리는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의 콘텐츠, 프로그램이 미치는 영향력, 지상파 콘텐츠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현상이고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매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지상파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드라마 등을 홍보하는 식의
편성은 상업성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논리일 뿐이다. 특히 상업방송인 SBS가 매출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것은 기업의
이익극대화에 방송을 활용하고 있는 증거이다. 지난 월드컵 단독중계 건도 그렇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무색의 정치성향을 보이는 뉴스보도나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성향을 봐도 그렇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대놓고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한 들러리로 연예인을 섭외한 것도 시청자를 ‘봉’으로 삼아
시청률을 높여서 궁극적으로 광고판매를 위한 마케팅에 다름 아니다.
<강심장>의 이날 방송분은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에 의해서는 16.6%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고 TNS미디어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전국기준 20.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첫 방송 이후 최고 시청률이다. 신민아 효과인가 보다. SBS에게는 자체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에다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프로그램 홍보까지 극대화 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지상파 SBS가 추구하는 상업성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6년만에 음반을 다시 내고 활동을 시작한
<DJ DOC>의 리더 이하늘씨가 SBS <인기가요> 컴백무대 출연이 무산된 것이 같은 방송의 <강심장> 섭외를
거절하고 경쟁프로그램인 <승승장구>에 출연하면서 ‘괘심죄’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인기가요>와
<강심장>의 CP (책임프로듀서)가 같은 사람이라 <인기가요> 출연이 확정된 상황에서 <강심장>에 출연하지 않고
동시간 대 타방송사에 출연한 것이 발단이고 이를 이하늘 씨가 트위터에 글을 남겨 이번 일이 불합리하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하늘
씨나 김미화 씨, 신경민 씨 등의 경우처럼 트위터라는 쇼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이는 직접 소통하고 확산하는 SNS 매체의
특성이기도 하다. 매체의 사회적 영향력은 변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이 시청자, 수용자에 맞춰졌을 때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방송, 특히 지상파는 이미 권력이다. 그
권력은 시청자로부터 위임받았는데 이제는 상업방송의 목표인 이익극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지는 않은 지, 비평과 반성이
필요한데 아마도 점점 안하무인이 될 것이다. 마치 정치권력을 닮았다.
앞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 새롭게 선정될
종합편성 채널이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SBS는 형님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SBS가 과거 ‘물은
생명이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본 것이 태영건설이라면 선정될 종편채널에서는 방송의 전 프로그램과 신문지면을 동원해서 회사의 사업과
매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시청자를 몰아갈 것이 자명해 진다. 여론의 다양성이란 명목 하에 방송권력의 사유화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사회적 보편타당한 진리 구현과 여론의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방송환경 마련이 절실하다.
원래 예능프로그램은 유치하다. 신변잡기적이고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본능에 대중은 좋아라 한다. 웃고나면 남는건 없다. 그저 TV보며 시간을 죽였을 뿐이다. 웃긴 했지만 지나고 나면 즐겁진
않다. 시청자가 고민스럽고 걱정스럽고 비판적인 사회 현상과 이에 대한 분석과 비평을 TV에서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많이 보는 프로그램만
만들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게 지상파 예능이다.
TV평론가 이승환은 <한겨레>
8월 3일자 칼럼(http://www.hani.co.kr/arti/SERIES/57/433145.html)에서 “결국 오늘 우리
시대의 예능이 보시기에 유치하고 가학적이고 말초적인 개그로 가득찬 이유는 오늘날의 대중이 원하는 게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어르신, 제게 던지신 그 질문은 ‘우리네 사는 모습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 고쳐물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그 질문까지 가면 저도
그게 궁금한 터라 대답을 못하겠네요”라며 예능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우리 무의식 속에 똬리 튼 욕망’을 비웃고 있다.
과연 TV가 우리 무의식 속의 욕망을 대변해
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