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방송

연예 오락 프로그램 좌충우돌

modory 2010. 7. 23. 06:49


◐트럭 밑 라면먹기 등 '안전 불감증' 비판 일어◑

 

2010년 7월 23일 조선일보는 방송3사가 경쟁 치열해지자 무리한 설정 잇따라 하고 있는데 특히 트럭 밑 라면먹기 등 '안전 불감증'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년간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 판도를 좌우해온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가 위험하고 극단적인 상황 연출로 흔들거리고 있다. 한때 잘나갔던 스튜디오 예능물을 몰락시킨 원인 중 하나인 '안전 불감증'의 유혹에 리얼 버라이어티도 빠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8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경북 의성편이 방송된 직후 시청자 게시판엔 시청자들 항의가 수십건씩 쏟아졌다. "어른인 저도 가슴이 철렁했는데, 애들이 따라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제작진이 점점 초심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 등등.

최근 개그맨 이수근이 트럭 밑으로 기어들어가 라면을 먹는 위험한 상황 연출로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KBS 2TV 인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해피선데이-1 박2일’. /KBS 화면

시청자들이 지적한 장면은 개그맨 이수근이 트럭 밑으로 기어들어가 라면을 먹는 위험천만한 모습이다. 김종민까지 트럭 밑에 들어가 이수근과 승강이를 벌이자, 시청자들은 "트럭 밑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개그로 보기엔 너무했다"며 이 프로그램을 비난했다.

위험천만한 상황, 억지웃음 설정

현재 지상파 3사에서 방송 중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1박2일'을 비롯해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KBS 2TV '청춘불패', MBC TV '무한도전', SBS TV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등 20여개다. 매회 출연진이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며 시골 여행이나 스포츠·음악·취업 등 비교적 '건전하고 착한 예능'을 표방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이 같은 '착한' 얼굴이 조금씩 변질돼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쏟아내면서 지나치게 아찔한 설정이나 억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해피선데이-1박2일'은 한 출연자가 뜨거운 물이 끓는 솥에 강호동을 빠트리려고 하는 장면,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눈을 가린 술래의 코앞에 라이터를 켜 놀라게 하는 장면, 비 오는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며 출연자들끼리 심한 장난을 치는 장면, 한겨울 계곡물에 들어가 누가 더 오래 참나 경쟁하는 장면 등으로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한 출연자는 게임에서 질 때마다 옷을 훌훌 벗고 팬티만 입은 채로 뛰어다녀 "보기 민망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밖에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물의 원조로 불리는 MBC '무한도전'은 지난해 허리띠 조르기 게임, 거친 베개 싸움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얼마 전 종영한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는 출연자들이 추운 벌판에 드러누워 추위를 견디도록 해 가학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시청률 경쟁과 현장 통제 불가… 노조 파업 여파도?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이 'X맨' '일밤' 등 과거 스튜디오 예능물이 비판받았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중반 큰 인기를 끌던 스튜디오 예능물은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소재 고갈, 안전 불감증, 선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심지어 2004년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게임 도중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특히 '자연스러움'을 생명으로 여기는 야외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담당 PD가 촬영과 진행에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빚어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김경식 KBS 예능국 부장급 PD는 "(이수근 트럭 라면 사건은) 비가 오니까 비도 피할 겸 그 밑에 들어간 것 뿐"이라며 "앞으로 안전 문제에 대해선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1박2일'의 트럭 라면 사건이 "KBS 노조 파업이 불러일으킨 화(禍)"라는 말도 나온다. KBS의 한 예능국 간부는 "통상 담당 PD가 촬영과 편집 등 전 과정을 지휘하지만, 3주 넘게 파업이 계속되면서 이번엔 '1박2일' PD가 촬영에만 참여하고 편집에서는 빠졌다"며 "편집을 대신한 외주사 PD들이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미처 편집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물은 순간의 재치가 곧 프로그램의 생명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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