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 즐겨 듣거나 읊조리는 노래나 시가 있다.
이런 음악이나 시에는 작가의 정신이나 깊은 철학에 끌려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이나 추억도 크게 작용한다.
나는 오규원 시인(1941~2007)의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란
시를 좋아한다
저녁이란 끼니를 집안의 식당이나 방에서 먹으며 자라는 지금의 세대는
마당에서 먹는다는 말 자체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나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어 보았고 그 정취를 잊을 수 없으니 ..
우선 시를 한번 소리내어 읽어보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음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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