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글모음

○기분좋은 아침○

modory 2010. 10. 15. 15:37

♠기분 좋은 아침♠

 
 아파트 광장에서 도로로 나가려는데 여나믄 걸음 앞에 여든은 
 넘게 보이는 노신사가 지팡이를 들긴 했지만 꼿꼿한 자세로 
 걸어 가고 있었다.
 바바리 코드를 걸치고 중절모를 쓴 사이로 반백의 머리에 
 말쑥한 모습이었다.
 앞서 가던 노신사가 걸음을 멈추었다. 바로 계단이었다.
 아파트가 높은 곳에 있어 계단을 내려가야 道路 人道에 내려 
 갈수가 있는데 두 사람이 같이 내려가기는 좁았다.
 노신사가 멈춰 서서 잠시 멈칫거렸다. 나는 지팡이 든 노신사가
 먼저 내려가기를 바라면서 그 옆에 섰다.
 노신사는 내려 가지 않고 서 있었다. 나는 노신사가 먼저 내려가라는
 뜻으로 공손하게 가시라는 손짓을 했다.
 노신사는 나의 손짓을 보고 "먼저 내려 가세요. 지팡이를 짚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느려서...." 하며 먼저 내려 가라고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하고 젊은이들처럼 
 계단을 뛰듯 겅중겅중 밟으며 내려왔다.
 느린 자신의 걸음을 알고 빨리 지나가야 할 사람을 미리 알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노신사의 사려 깊은 마음이 아침 기분을 
 즐겁게 했다.
 내가 아닌 타인들은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삭막한 세태에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