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재임용 적격 심사를 받게 된 서울북부지법 서기호(41·사진) 판사가 7일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자신의 근무
평정을 판사 내부 통신망에 스스로 공개했다.
서 판사는 6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연임 적격 여부 심사를 위한 법관인사위원회
출석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대법원에서 재임용 심사 대상 180여명 가운데 지난 10년간 (근무) 성적이 하위 2% 미만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지난 2002년 2월 판사가 돼 꼭 10년을 근무했다. 판사들은 10년마다 근무 성적 등을
평가해 재임용되고, 재임용 받지 못하면 판사를 계속할 수 없다.
서 판사는 글에서 "상·중·하 3단계로 평가한 초반 7년에는
'하'를 5회, '중'을 2회 받았고 '상'을 받은 적은 아예 없다. 이후 A~E까지 5단계로 평가한 3년 동안엔 'C'를 2회, 'B'를 1회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무평정 결과는 상대평가여서 해당 법원의 누군가는 '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결과만 가지고)
'근무평정이 현저히 불량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B와 C는 5단계 평가방식에 따른 결과여서 이를 3단계로 환원하면 '중'이므로 결국
10년간 '중'을 5번, '하'를 5번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100명 중 꼴찌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근무 평정이) 앞쪽에 있는 분들의 근무 평정도 이름을 가린 채 저에게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판사가 내밀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자기 근무 평정을 남에게 공개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서 판사가 이를 스스로 공개하고 나온 것을 놓고 법원 내부에서 말이
무성하다. 상당수 판사들은 "서 판사가 자신을 억울한 피해자로 포장해 대법원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한다. 서 판사가 근무 평정을
공개하자, 법원의 진보 성향 소장 판사 몇명도 서 판사를 두둔하는 취지의 글을 띄웠다.
서 판사는 '가카의 빅엿'이라는 트위터 표현
등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판사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지적을 받는 사람이다. 그는 변호사가 낸 재판 준비서면을
그대로 오려 붙인 72자(字)짜리 무성의한 판결문으로 변협의 공개 항의를 받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재임용 심사는 이와 무관하며, 전적으로 '업무 능력과 근무 평정'만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카의 빅엿' 등은 재임용 심사
항목이 아니라 징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서 판사의 글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1년 성적도 아니고 10년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면 스스로 반성해야지 엉뚱한 핑계로 받아들일 수 없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