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 후 존경하고 사랑하는 지인분들께 드리는 글
어려움에 처한 저를 위해 여러모로 걱정하고 도와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1심 선고 결과에, 저와 마찬가지로 많이 놀라고
실망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不德의 탓으로 여겨져 죄송하지 이를 데 없습니다.
저 역시 아직 충격을 다 떨쳐버리지는 못했지만, 그간의 도움에
대한 감사인사를 드리고 2심 준비와 관련한 제 입장을 밝혀드리는
것이 도리인 듯 하여 필을 들게 되었습니다.
두서없으나마 1심 판결에 대한 저의 기본적인 생각과 입장을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을 석방시키기 위해 저 박명기를 희생양으로
삼은 정치적 판결입니다.
-곽교육감이 저에게 준 2억 원에 대해 대가성(‘명백한 대가성’이
아닌 ‘선의의 부조’ 등 복합적 성격을 띤 대가성)을 인정한 재판부가
유리한 정치지형을 갖고 있는 진보진영을 의식하여 곽 교육감을
석방하고 그 대신 저에게 중형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을 검토해 본 결과, 피고인들과 증인들의 진술 중 곽교육감에게는
유리한 것만 증거로 수용한 반면, 저와 관련된 진술은 불리한 것만
증거로 채택된 점이 역력합니다.
이는 재판장이 미리 정해놓은 결론에 증거와 진술을 끼워 맞춘
불공평한 짜맞추기식 정치 재판을 했다는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객관성과 타당성이 있는 저의 진술을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그 대신
객관성, 타당성이 결여된 곽교육감 측의 거짓진술을 억지 증거로
채택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차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2010.5.18 모임에서 곽 후보측의
협상대리인 김성오가 유세차량 위약금을 포함하여 7억 원에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한 것을 제가 거절하고 협상결렬을 선언했습니다.
당시 저는 유세차량 준비가 거의 완비된 상태에서 계약을 파기할 경우
계약금액 전부(당시 유세차량 26대 계약금액 7억 9200만원)를 위약금으로
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곽후보측에서 유세차량을
인수하거나 처리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정황은 재판과정에서 여러모로 입증되었습니다. 그런데 곽후보의
협상대리인 김성오는 검찰조사와 법정에서 오히려 박후보가 선거비용 7억원,
유세차량위약금 1억7천만원, 홍보물인쇄위약금 1억 등 총 10억원을
요구하여 자기 쪽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저의 진술을 기각하는 대신 김성오의 진술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갑자기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는 바람에 유세차량 위약금이 얼마가 될 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고, 홍보물 인쇄도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는지,
중단할 경우에 위약금이 얼마나 될 지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여러모로 입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김성오의 진술이 구체적인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선거 이후에 알게 된 위약금액을 그 이전 날짜에다 끼워 맞춘
허위 진술임이 명백하게 밝혀졌습니다.
또한, 김성오는 같은 날 밤 9시 무렵에 다시 협상장에 와서 밤 11시 반까지
머무르면서 10억원을 요구했다고 거짓 주장을 했으나, 저는 저녁 7시 무렵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선거사무실로 들어와서 밤 12시까지 참모들과
선거 재개를 위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또, 그 날 밤 10시 30분경에 곽후보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단일화가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단일화가 안 되어 선거에 실패할 경우)
저는 잃을 게 없지만 박교수는 잃을 게 많지 않느냐” 라는 얘기를 했는데,
김성오의 주장이 맞다면 제가 김성오와 다시 만나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는
자리로 곽후보가 전화를 한 셈이 됩니다.
이것이 논리적으로나 정황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그런데도 재판부는 김성오의 거짓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여 ‘5월 18일에
저 박명기가 단일화 대가의 돈을 먼저 요구했다’, 다시 말해
제가 ‘후보직을 매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부러진 화살’ 재판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공정성을 잃은,
‘정치적 도가니 재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정성ㆍ형평성을 잃은 재판입니다.
-재판부는 곽교육감이 윤리적 동기에서 2억원을 줬다고 보고 벌금형을
내렸으나 같은 성격의 돈을 받은 저에게는 대가성을 덧씌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곽교육감이 준 ‘선의의 착한 돈’이 제가 받으면서 ‘악의의 나쁜 돈’이
되고 만 어처구니없는 해석입니다.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피고인 곽노현은 이 사건 선거에서 피고인 박명기의
후보 사퇴 행위로 인하여 ‘후보단일화’의 정치적 이익을 얻어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는 것과「피고인 곽노현은 2억원을 대가성으로 인식하면서
피고인 박명기에게 제공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곽교육감이 준 2억 원에 대해서는 ‘선의의 대가성’을 띤 돈이라며
벌금형을, 선거 부채 해결을 위해 그 돈을 받은 저에게는 ‘악의의 대가성’만을
강조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입니다.
-단일화 합의가 존재했고, 단일화에 관여한 곽교육감 측근들이 저를
집단적으로 기만하여 바보로 만들었으며 곽교육감이 단일화의 공식 전제인
정책협의약속마저 깔아뭉개면서 저를 경원시 했다는 것이 재판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곽측의 신의 없는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긍정적으로 용인되는
한편, 정책 협의 등 단일화 약속을 지키라는 저의 요구만 부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는 결국 눈만 뜬 ‘외눈박이’ 판결인 셈입니다.
-곽교육감 측에서 후보단일화를 먼저 요구했고 곽교육감이 저에게
‘이번에 양보해주면 다음 번 교육감 자리를 밀어 주겠다’는 제안까지 할
정도로 단일화에 적극적이었으며 결국 참모들 간의 단일화 합의 덕분에
교육감에 당선 된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후보직을 팔아 넘겼다고 규정하여 저에게만
중형을 선고했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입니다.
만약 제가 재판부의 판단처럼 후보직을 판 사람이라면 후보직을 산 사람은
누구입니까?
결국 재판부는 판 사람만 있고(그 이유로 중형을 선고함) 산 사람은 없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도출한 셈입니다.
●형평성을 현저하게 잃은 선거 결과를 보면 재판부는
‘저 박명기가 돈을 뜯고 곽교육감이 돈을 뜯겼다.’ 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매우 편파적인 판단입니다.
-제가 낯모르는 강경선교수를 찾아가서 곽교육감의 돈을 받아달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곽교육감이 친구인 강교수를 저에게 보내서
‘측근들의 단일화 약속은 보고받은 바가 없어 전혀 몰랐다.
그 대신 진영차원에서 도와주겠다’고 제안하여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도와주겠다고 해서 도움을 받은 것이 어찌 ‘뜯고 뜯긴 것’으로 둔갑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진짜로 ‘제가 돈을 뜯고 곽교육감이 돈을 뜯겼다’면 공갈죄를
처벌해야지 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나요? 재판부의
너무나 편파적인 판단입니다.
●사건 적용법률조항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일명 사후매수죄)]의
잘못된 해석에 따른 잘못된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후보자 사퇴 이전의 대가 제공ㆍ수수 행위는 ‘대가 제공자’가
적극적인 역할을, 후보자 사퇴 이후의 대가 제공ㆍ수수 행위는
‘대가 수수자’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잘못된
일방적 해석을 제시하면서 곽교육감에게는 석방형(벌금 3000만원)을,
저에게는 징역형(3년)을 선고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선거사범의 경우 돈을 받은 사람보다 돈을 준 사람을 더 무겁게
처벌해 온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전혀 설득력이 없는
‘끼워 맞추기식’법률조항 해석입니다. 법률조항을 제대로 해석해서
공정하게 판결했다면, 곽교육감이 준 2억 원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저도 당연히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것입니다.
●저의 양형참작 사유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불공정한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저 박명기가 ①곽교육감이 2010.5.19 단일화 합의를
당시에 승인하고도 당선 이후 모른척하고 있다고 믿었던 점,
②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를 집필하고 12년간 교육위원으로 재직하는 등
우리나라 교육계에 많은 기여를 해 온 것으로 인정되는 점,
③아무런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 양형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제시하고 있으면서도 검사가 구형한 징역 3년형을 그대로 선고했습니다.
양형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도 전혀 참작하지 않은 불공정한 재판입니다.
-반면, 곽교육감의 경우는 후보단일화로 당선되는 이익을 얻었고
자신의 회계책임자가 금전지금합의를 한 사실이 공소시효 기간 내에
수사되었다면 당선무효형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 등의 이유에 비추어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강경선 교수의 설득에 의해 선의로 돈을 준 점 등을
참작하여 검사가 구형한 징역 4년 형을 벌금 3000만원으로 대폭 하향하여
선고하였습니다.
-3,000건이 넘게 제출된 수많은 분들의 저를 위한 탄원서가 전혀 참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가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하여 절충적인 판결로
저에게는 실형을, 곽교육감에게는 당선무효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있으나,
이는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해석입니다.
-곽교육감이 중요한 교육감 직을 잃게 되는 것은 가슴 아프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저는 징역 3년의 실형에 더해 교수직까지 잃게 되지 때문에
결국 저에게만 유독 가혹한 선고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심신의 고통을 경험했습니다.
그 대신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과 지인분들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았고 평정심도 많이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시류를 의식한 김형두 재판장의 정치적 판결로 인해
새로운 육체적 고난과 정신적 충격이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외람되고 염치없지만 감히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저의 가족에게
계속 힘이 되어 주십시오. 저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도와주십시오. ‘
하늘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합니다.
항소심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최소한이라도 의식하는 재판부가 배당된다면,
결국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어려움에 처한 저와 가족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격려와 도움에
감사드리며, 몇 달 후 반가운 얼굴로 뵐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임진년 구정을 앞두고
서울구치소에서 박명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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