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투표 無罪' 자찬하던 중앙지법, 9일만에 머쓱
전수용 기자 2013.10.17 03:02
광주지법, 통진당 부정경선에 有罪… 법조계 "당연한 판결"
"정당내 경선기준 제시했다"며 중앙지법, 보도자료도 냈지만…
광주지법이 "선거 4大 원칙은 관습법처럼 확립됐다" 뒤집어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건에 대해 16일 광주지법이 '선거 4대 원칙'을 재확인하며
유죄(有罪)판결을 하자 법조계에서는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은 2013년 10월 7일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45명에 대해 "당내 경선에는
선거 4대 원칙 준수 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국민의 법 감정과 거리가
먼 '편향' 판결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선거 4대원칙은 관습법"
부정 경선 사건 재판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당내 경선이 '직접선거 원칙' 대상이냐는
것이었다. 피고인들은 "당규에 대리투표 금지 규정이 없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법 송경근 판사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광주지법 전우진 판사는 이 주장을 인정할 수 없는 근거들을 제시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는 "정당 내 경선 역시 선거의 4대 원칙 적용의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선거의 4대 원칙은 이미 국민의 법 감정으로 관습법처럼 확립됐다"고 밝혔다.
법률이나 당헌 규정에 있든 없든 헌법에 규정된 선거의 원칙은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당내 경선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대원칙이라는 뜻이다.
정당 활동이 형사처벌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광주지법은 "정당 활동 역시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정당 자유라는 미명 아래 정당을 치외법권으로
방치할 순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대리투표 여부는 선거 관리 업무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대리투표 과정에서 투표 의사를 왜곡할 위험성이 있고,
이는 업무의 공정성을 방해한 것이어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광주지법 판결은 당연한 판단"이라며
"정당은 헌법상 조직이고, 정당 활동은 선거 원칙을 포함해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이 기준 제시라니?"
통진당 부정 경선 사건은 "작년 3월 14~18일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대리투표가 이뤄졌다"는 당내 인사의
양심선언에서 비롯됐다.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전국 14개 검찰청이 6개월 동안 수사해 510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면서 재판에 넘겼다.
올 초부터 1심 선고가 내려져 이미 11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일부 피고인은
1·2심에서 항소·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고, 인천지검이 기소한
사건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인천·광주·대구·부산·창원 등 전국 법원이
일관되게 "대의 민주주의와 비례대표제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은 "친척·동료 같은 신뢰 관계 사이의
'통상적 대리투표'가 선거 제도의 본질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45명에
대해 무더기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보도 자료를 내고 "정당 내 경선이 선거의 4대 원칙이
적용되는지와 한계에 대해 처음으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1심 법원에 불과한 서울중앙지법이
'판결 기준 제시' 운운하며 마치 대법원처럼 행세했다"며 "9일 만에
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스스로 웃음거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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