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式 '신뢰'와 '의리' 김태익 논설위원
입력 : 2015.04.17 03:06
캐나다 원주민 크와키틀족(族)에겐 축제 날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받는 쪽에게 소중한 것을 줄수록 상대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 받은 쪽이 선물을 받음으로써 생긴 빚의 크기만큼 준 쪽의 사회적 지위가 안정되는 것이다. 한편 받은 처지에선 빨리 빚을 털어야 자신의 사회적 지위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상대보다 더 큰 선물을 보내거나 보답하려는 풍조가 생겨났다. 캐나다 정부는 이러다간 모두 가난뱅이가 돼버린다며 풍습을 금지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선물 교환에 담긴 그런 인류학적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가 자살하면서 남긴 쪽지엔 '○○○ 10만달러' '○○○ 7억' 식으로 정권 실력자에게 준 것을 암시하는 메모가 있었다. 어제 아침 신문에 실린 그의 녹취록에선 그가 왜 이런 '선물'을 줬는지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특이한 것은 그가 선물 건네기를 크와키틀족과는 달리 '신뢰' '의리' '사랑' 같은 지극히 문명적인 언어로 포장했다는 점이다.
▶그는 권력 실세들에게 돈을 준 것을 "서로서로 돕자 하는 의미에서"라거나 "신뢰 관계에서 오는 일이잖아요"라고 했다.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뭐 무슨 조건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인간적으로" "여건이 되는 데까지 십시일반으로"라고도 했다. 그러나 헛되게도 그는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그러면 안 되지요, 신뢰를 중시해야지요" "이렇게 의리 없고 그러면 안 되잖아요" 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씨가 생각하는 신뢰와 의리는 이쪽에서 뭘 보내면 저쪽에서 받은 만큼 이쪽 요구에 응하는 걸 뜻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선물 주기는 상업적 거래나 야합, 결탁에 가깝다. 그러나 저쪽은 보답은커녕 "만난 적도 없다"느니 "잘 알지 못한다"느니 하며 등을 돌렸다. 그는 자신의 구명(救命) 상담에 응해준 또 다른 실세 몇 명에 대해서는 "의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한다.
▶'의리'와 '신뢰'에 빠져 정치판의 세태가 안 보였다는 데 그의 불행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잘나갈 땐 "우리가 남이냐" 하다가도 어려움이 닥치면 제 살기 바쁜 세태 말이다. 이는 그가 생각한 신뢰와 의리가 애초부터 불순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신뢰와 의리는 동양 유교 정신의 최고 덕목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에 든다. 안중근 의사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고 했다. 이익을 보면 옮음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그는 신뢰와 의리라는 말을 빛바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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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물상의 칼럼인데 한번 읽어보고 곰곰이 생각 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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