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글모음

배려 3 題

modory 2016. 1. 23. 19:31

가슴 따뜻한 이야기

 

 

 

Epsode 1. 이등병과 인사계    

밖에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소대장이 그것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김 이병,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하지.”

 

그 이등병은 소대장의 말을 듣고 취사장에 뜨거운 물을 얻으러 갔지만,

고참에게 군기가 빠졌다는 핀잔과 함께 한바탕 고된 얼차려만 받아야 했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와 찬물로 빨래를 계속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중대장이 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

 

“김 이병, 그러다 손에 동상 걸리겠다.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 해라.”

신병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이번에는 취사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가 봤자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 혼만 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빨래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년의 인사계 부사관이 그 곁을 지나다가 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말했습니다.

 

“김 이병, 내가 세수를 좀 하려고 하니까 지금 취사장에 가서 그 대야에 더운물 좀 받아 와라!.”

 

이등병은 취사장으로 뛰어가서 취사병에게 보고했고, 금방 뜨거운 물을 한가득 받아 왔습니다.  

그러자 인사계가 다시 말했습니다.  

“김 이병! 그 물로 언 손을 녹여가며 해라.양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동상은 피할 수 있을 거야.” 

김이병은 멀어져 간 인사계 부사관 뒷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거수 경례를 올렸습이다

"충성"

 

 

Episode 2. 금 간 물 항아리

 

한 아낙이 매일 물지게를 지고 샘터까지 먼 길을 오가며 물을 져 날랐습니다.  

양쪽 어깨에 항아리가 하나씩 걸쳐져 있었는데 왼쪽 항아리는 살짝 실금이 간 항아리였습니다.

 

그래서 물을 가득 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항상 반쯤 비어 있었습니다.  

왼쪽 항아리는 금 사이로 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오른쪽 항아리의 물은 그대로였습니다.

 

왼쪽 항아리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러던 어느 날 아낙에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저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금이 가서 물이 새는 저 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것으로 쓰시지요."

 

아낙이 빙그레 웃으면서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렇지만 괜찮아. 우리가 지나온 길의 양쪽을 보거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오른쪽 길은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가 되었지만, 네가 물을 뿌려준 왼쪽 길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과 생명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잖아."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고, 나는 그 생명을 보면서 아주 행복하단다. 너는 지금 그대로 네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는 것 이란다"  

 

Episode3. 간호사와 사과

 

암(癌) 병동에서 야간 근무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하고 호출기로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습니다.

나는 환자에게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습니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된 입원 환자였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황급히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 한 개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간호사님, 나 이 사과 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쫙 풀렸습니다.

 

그의 옆에선 그를 간병하던 아내는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나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얼른 사과를 대충 대충 깎았습니다.

 

그는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귀찮고 마땅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랐습니다. 그러자 예쁘게 좀 깎아 달라고 말합니다.

할 일도 많은데 이런 것까지 요구하는 환자가 참 못 마땅했지만, 사과를 대충 잘라 주었습니다.

 

사과의 모양새를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쉬워 하는 그를 두고 나는 서둘러 병실을 나왔습니다.

 

얼마 후, 그 환자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뒤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수척한 모습으로 저를 찾아 왔습니다.  

"간호사님, 사실 그 날 새벽에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도 깨어 있었습니다. 그날이 저희들 결혼기념일 이었는데 아침에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깎은 사과를 담은 접시를 주더군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깎아 줄 수가 없어서

간호사님에게 부탁했었던 거랍니다.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남편의 그 마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그 날 사과 깎아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