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재발견◑/♣아름다운삶을 위해

채근담 후집

modory 2016. 4. 1. 04:26

채근담후집

 

【후집 001】즐거움을 말하는 자 참 멋을 모른다

談山林之樂者,未必眞得山林之趣.

담산림지락자,미필진득산림지취.

厭名利之談者,未必盡忘名利之情.

염명리지담자,미필진망명리지정.

산림에 사는 즐거움을 말하는 자는

아직도 자연의 참 멋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리에 관한 말을 꺼리는 자는

아직도 명예와 이욕에 미련이 있기 때문이다.

 

【002】재능이 많은 것이 무능함만 못하다

釣水,逸事也.尙持生殺之柄.

조수,일사야.상지생살지병.

奕기,淸戱也.且動戰爭之心.

혁기,청희야.차동전쟁지심.

可見喜事不如省事之爲適 多能不若無能之全眞.

가견희사불여생사지위적 다능불약무능지전진.

낚시질이 즐거운 일이지만

오히려 살리고 죽이는 마음이 있고

바둑 장기가 맑은 놀이지만

승패를 다투는 마음이 있다.

보라, 일을 좋아하는 것은

일을 덜어내는 것만 못하고

재능이 많은 것은 무능하여 천진함만 못하다.

 

【003】눈에 보이는 모두가 본체는 아니다

鶯花茂而山濃谷艶,總是乾坤之幻境.

앵화무이산농곡염,총시건곤지환경.

水木落而石瘦崖枯,재是天地之眞吾.

수목낙이석수애고,재시천지지진오.

꾀꼬리 우짖고 꽃들 만발해

산과 계곡이 아름답다 해도

모두 천지에 드러난 한 때의 환경일 뿐이고.

물이 마르고 나뭇잎 떨어져

바위며 돌과 벼랑이 앙상하게 드러나면

그것이 바로 천지의 참모습이다.

 

【004】마음이 바쁘면 세월이 짧다

歲月本長,而忙者自促.天地本寬,而鄙者自隘.

세월본장,이망자자촉.천지본관,이비자자애.

風花雪月本閒,而勞攘者自冗.

풍화설월본한,이노양자자용.

세월은 원래 길건만

마음 바쁜 사람이 스스로 짧다 한다.

천지는 원래 끝없이 넓지만

마음 좁은 사람이 스스로 좁다 한다.

바람과 꽃, 눈과 달은 원래 한가롭지만

일에 바쁜 사람이 스스로 번거롭다 한다.

 

【005】정취는 마음속에 있다

得趣不在多.盆池拳石間,烟霞具足.

득취부재다.분지권석간,연하구족.

會景不在遠.蓬窓竹屋下,風月自사.

회경부재원.봉창죽옥하,풍월자사.

정취는 많은 것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좁은 연못과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연기와 안개가 깃든다.

좋은 경치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오막살이 초가집에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이 스민다.

 

【006】몸 밖의 몸을 엿본다

聽靜夜之鐘聲,喚醒夢中之夢.

청정야지종성,환성몽중지몽.

觀澄潭之月影,窺見身外之身.

관징담지월영,규견신외지신.

고요한 밤의 종소리에

꿈속의 꿈을 불러 깨우고,

맑은 연못에 드리운 달 그림자에

몸밖의 몸을 엿본다.

 

【007】어느 곳에나 깨달음은 있다

鳥語蟲聲,總是全心之訣.花英草色,無非見道之文.

조어충성,총시전심지결.화영초색,무비견도지문.

學者要天機淸澈 胸次玲瓏,觸物皆有會心處.

학자요천기청철 흉차영롱,촉물개유회심처.

우짖는 새소리나 벌레소리는

모두 다 이심전심의 비결이고

아름다운 꽃잎도 풀빛도 모두 도의 문장이다.

배우는 이는 마음을 밝게 하고

가슴속을 영롱하게 하면

듣고 보는 것마다 깨달음이 있다.

 

【008】형체보다 정신을 중시하라

人解讀有字書,不解讀無字書.知彈有絃琴,不知彈無絃琴.

인해독유자서,불해독무자서.지탄유현금,부지탄무현금.

以跡用,不以神用,何以得琴書之趣?

이적용,불이신용,하이득금서지취?

글자가 있는 책은 읽으면서도

글자가 없는 책은 읽지 못하고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면서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

형체 있는 것만 쓸 줄 알고

그 정신은 쓸 줄 모르니

거문고와 책의 참 맛 어찌 알겠나.

 

【009】물욕이 없으면 근심도 없다

心無物欲,卽是秋空霽海.

심무물욕,즉시추공제해.

坐有琴書,便成石室丹丘.

좌유금서,변성석실단구.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이는 곧 가을 하늘과 잔잔한 바다이며

자리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이는 곧 신선의 집이다.

 

【010】즐거움 뒤에는 쓸쓸함이 남는다

賓朋雲集,劇飮淋리樂矣,俄而漏盡燭殘,香銷茗冷,

빈붕운집,극음임리락의,아이누진촉잔,향소명냉,

不覺反成嘔咽,令人索然無味.

부각반성구열,영인색연무미.

天下事率類此,人奈何不早回頭也?

천하사솔유차,인내하부조회두야?

손님과 벗들이 구름처럼 모여

마시고 노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잠시 후 시간이 다하여

촛불 가물대고 향로의 연기마저 사라지며

차까지 식고 나면,

모르는 사이 흐느낌을 자아내어

사람을 무한히 쓸쓸하게 한다.

세상일이 모두 이러한데도

사람들은 왜 빨리 생각을 돌리지 않는가?

 

【011】통찰력을 길러라

會得個中趣,五湖之烟月,盡入寸裡.

회득개중취,오호지연월,진입촌리.

破得眼前機,千古之英雄,盡歸掌握.

파득안전기,천고지영웅,진귀장악.

사물 속에 깃든 참된 맛을 깨달으면

오호의 풍경도 마음 속에 들어오고,

눈앞에 있는 자연의 기틀을 깨달으면

천고의 영웅들도 손아귀에 들어온다.

 

【012】밝은 지혜가 밝은 마음이다

山河大地,已屬微塵,而況塵中之塵?

산하대지,이속미진,이황진중지진?

血肉身軀,且歸泡影,而況影外之影?

혈육신구,차귀포영,이황영외지영?

非上上智,無了了心.

비상상지,무료료심.

산하와 대지도 작은 티끌에 속하는데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에 있어서랴.

사람의 몸뚱이도 물거품과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데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에 있어서랴.

아주 밝은 지혜가 아니고서는

밝은 마음이란 있을 수 없다.

 

【013】아웅다웅 살아 무엇을 얻으려나

石火光中,爭長競短,幾何光陰?

석화광중,쟁장경단,기하광음?

蝸牛角上,較雌論雄,許大世界?

와우각상,교자논웅,허대세계?

석화같이 빠른 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세월이 얼마이며.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014】인간적인 생명력이 넘쳐야 한다

寒燈無焰,폐구無溫,總是播弄光景.

한등무염,폐구무온,총시파농광경.

身如槁木,心似死灰,不免墮在頑空.

신여고목,심사사회,불면타재완공.

가물거리는 등잔에는 불꽃이 없고

떨어진 갖옷에는 따뜻함이 없나니

이는 모두 살풍경이요.

몸은 마른 나무 같고 마음은 식은 재 같다면

완공에 떨어지고 만다.

 

【015】끝낼 때를 찾으면 끝낼 수가 없다

人肯當下休,便當下了.

인긍당하휴,변당하료.

若要尋個歇處,則婚嫁雖完,事亦不少.

약요심개헐처,즉혼가수완,사역불소.

僧道雖好,心亦不了.

승도수호,심역불료.

前人云,"如今休去,便休去,若覓了時,無了時",

전인운,"여금휴거,변휴거,약멱료시,무료시",

見之卓矣.

견지탁의.

생각날 때 그치면 그만 둘 수 있으나

만약 그만둘 곳을 찾는다면

아들 딸 모두 혼인시켜도 남은 일은 또 있다.

스님과 도사가 좋다고 하지만

그 마음으로는 깨달을 수가 없다.

옛사람이 말했다.

"당장 쉬면 쉴 수 있지만,

끝날 때를 찾는다면 끝날 때가 없으리라."

참으로 옳은 생각이다.

 

【016】한가로운 즐거움이 가장 크다

從冷視熱,然後知熱處之奔走無益.

종냉시열,연후지열처지분주무익.

從冗入閑,然後覺閑中之滋味最長.

종용입한,연후각한중지자미최장.

냉정해진 다음 열광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정열에 이끌려 분주함이 무익함을 알게 되고

번거로움에서 한가로움으로 들어가 보면

한가로운 즐거움이 가장 긺을 알게 된다.

 

【017】집착하면 부자연스럽다

有浮雲富貴之風,而不必嚴棲穴處.

유부운부귀지풍,이불필엄서혈처.

無膏황泉石之癖,而常自醉酒耽詩.

무고황천석지벽,이상자취주탐시.

부귀를 뜬구름으로 여기는 기풍이 있어도

심산 유곡에 살 필요는 없고.

자연을 좋아하는 고질병이 없다 해도

스스로 술을 즐기며 시를 탐하게 된다.

 

【018】혼자 깨어 있음을 자랑하지 말라

競逐,聽人而不嫌盡醉.恬淡,適己而不誇獨醒.

경축,청인이불혐진취.염담,적기이불과독성.

此釋氏所謂 "不爲法纏,不爲空纏,身心兩自在"者.

차석씨소위 "불위법전,불위공전,신심양자재"자.

명리의 다툼은 남들에게 맡기고,

모두가 명리에 취했어도 미워하지 말라.

고요하고 담백함을 내가 즐기더라도

혼자 깨어 있음을 자랑하지 말라.

이는 부처님이 이르는 것처럼

법에도 매이지 않고 공에도 매이지 않아

몸과 마음이 다 자유로운 것이다.

 

【019】뜻이 넓으면 세상도 넓다

延促由於一念,寬窄係之寸心.

연촉유어일념,관착계지촌심.

故機閑者,一日遙於千古,意廣者,斗室寬若兩間.

고기한자,일일요어천고,의광자,두실관약양간.

길고 짧은 것은 한 생각에 달려 있고

넓고 좁은 것은 한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하루가 천년보다 길고

뜻이 넓은 사람은

좁은 방도 하늘과 땅 사이만큼 넓다.

 

【020】잊어야 함까지 잊어버리자

損之又損,栽花種竹,진交還烏有先生.

손지우손,재화종죽,진교환오유선생.

忘無可忘,焚香煮茗,總不問白衣童子.

망무가망,분향자명,총불문백의동자.

욕심을 덜어내고

꽃을 가꾸며 대나무 심어

이 몸 이대로 무위로 돌아가리.

잊어야함도 잊고 향 사르고 차를 달여

술 가져올 사람을 물어 무엇하리요.

 

【021】만족하면 그 곳이 선경이다

都來眼前事,知足者仙境,不知足者凡境.

도래안전사,지족자선경,부지족자범경.

總出世上因,善用者生機,不善用者殺機.

총출세상인,선용자생기,불선용자살기.

눈앞에 일에 만족하면 선경이지만

만족할 줄 모르면 속세이다.

세상에 나타나는 모든 인연은

잘 쓰는 사람에겐 생기가 되고

잘못 쓰는 사람에겐 살기가 된다.

 

【022】담담히 사는 삶이 오래 간다

趨炎附勢之禍,甚慘亦甚速.

추염부세지화,심참역심속.

樓恬守逸之味,最淡亦最長.

누념수일지미,최담역최장.

권력에 아첨하고 세력을 좇는 재앙은

참담하며 빠르게 다가오고

고요하게 살고 편안함을 지키는 맛은

가장 맑고 가장 오래간다.

 

【023】마음 한가하니 신선이 부러우랴

松澗邊,携杖獨行,立處,雲生破衲.

송간변,휴장독행,입처,운생파납.

竹窓下,枕書高臥,覺時,月侵寒氈.

죽창하,침서고와,각시,월침한전.

소나무 우거진 시냇가를

지팡이 짚고서 홀로 가노라니

서는 곳 곳 헌 옷에 구름은 일고

대 우거진 창가에

책 베고 누웠다 깨어 보니

낡은 담요에 달빛이 스며 있네

 

【024】병들 때와 죽을 때를 생각하라

色慾火熾,而一念及病時,便興似寒灰.

색욕화치,이일념급병시,변흥사한회.

名利飴甘,而一想到死地,便味如嚼蠟.

명리이감,이일상도사지,변미여작랍.

故人常憂死慮病,亦可消幻業而長道心.

고인상우사려병,역가소환업이장도심.

욕정이 불길처럼 타올라도

문득 병든 때를 생각하면

그 기분은 식은 재로 바뀌고

명예와 이욕이 엿 같이 달다해도

문득 죽음을 생각하면

그 맛은 납을 씹는 것과 같다.

사람이 병과 죽음을 걱정하고 생각하면

헛된 일을 버리고 참마음을 기르게 된다.

 

【025】물러서면 그 만큼 여유가 있다

爭先的徑路窄,退後一步,自寬乎一步.

쟁선적경로착,퇴후일보,자관호일보.

濃艶的滋味短,淸淡一分,自悠長一分.

농염적자미단,청담일분,자유장일분.

앞 다투면 길은 좁으니

한 걸음만 물러서면 한 걸음이 넓어진다.

곱고 진한 맛은 짧으니

조금만 맑고 담백하게 하면

저절로 그 만큼이 길어진다.

 

【026】죽을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忙處不亂性,須閑處心神兩得淸.

망처불란성,수한처심신양득청.

死時不動心,須生時事物看得破.

사시부동심,수생시사물간득파.

바쁠 때 성정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한가한 때에 심신을 맑게 길러야 한다.

죽을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살아 있을 때에

사물의 참모습을 꿰뚫어 알아야 한다.

 

【027】도의의 삶에는 변덕이 없다

隱逸林中,無榮辱.道義路上,無炎凉.

은일림중,무영욕.도의노상,무염량.

세속을 떠난 숲 속에는

영화도 오욕도 없고

도의의 길 위에는

인정의 변화가 없다.

 

【028】덥다는 마음이 없으면 더위도 없다

熱不必除,而除此熱惱,身常在淸凉臺上.

열불필제,이제차열뇌,신상재청량대상.

窮不可遣,而遣此窮愁,心常居安樂窩中.

궁불가견,이견차궁수,심상거안락와중.

더위를 없앨 수는 없더라도

덥다고 괴로워하는 마음을 없앤다면

항상 몸은 서늘한 누대 위에 있을 수 있다.

가난은 없앨 수 없을지라도

가난을 근심하는 그 생각을 쫓으면

마음은 항상 안락한 집에 살 수 있다.

 

【029】나아갈 때 물러섬을 생각하라

進步處,便思退步,庶免觸藩之禍.

진보처,변사퇴보,서면촉번지화.

著手時,先圖放手,재脫騎虎之危.

저수시,선도방수,재탈기호지위.

나아갈 때

물러섬을 생각하면

진퇴양난 재앙을 면할 수 있고

손을 댈 때에 손 뗄 것을 생각하면

호랑이 타는 위태로움을 벗을 수 있다.

 

【030】만족할 줄 모르면 거지와 같다

貪得者分金,恨不得玉.封公,怨不受侯,權豪自甘乞개.

탐득자분금,한부득옥.봉공,원부수후,권호자감걸개.

知足者黎羹,旨於膏粱.布袍,煖於狐학,編民不讓王公.

지족자려갱,지어고량.포포,난어호학,편민불양왕공.

탐욕이 많은 자는

금을 주면 옥 없음을 한탄하고

공의 자리에 앉히면

제후가 되지 못한 것을 불평한다.

이는 권세와 부귀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거지 행세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명아주국도 고기나 쌀밥보다 달게 여기고

베옷도 털옷보다 따뜻하게 여기나니

서민이면서도 왕공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031】능숙함보다 한가로움이 좋다

矜名,不羞逃名趣.

긍명,불수도명취.

練事,何如省事閑.

연사,하여생사한.

명예를 자랑함은

명예에서 달아나는 것보다도 못하고

일에 능숙한 것은

일을 줄여 한가로움보다도 못하다.

 

【032】깨달은 자는 어디서나 유유자적한다

嗜寂者,觀白雲幽石而通玄.趨榮者,見淸歌妙舞而忘倦.

기적자,관백운유석이통현.추영자,견청가묘무이망권.

唯自得之士,無喧寂,無榮枯,無往非自適之天.

유자득지사,무훤적,무영고,무왕비자적지천.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흰 구름과 그윽한 바위에서 도를 깨닫고

영화로움과 이욕을 좇는 사람은

아름다운 노래와 기묘한 춤에서 피곤을 풀지만

깨달은 선비는 시끄러움과 고요함을 가리지 않으며

또 영화로움과 쇠퇴함이 없어

가는 곳마다 유유자적한다.

 

【033】구름은 가고 머뭄에 거리낌이 없다

孤雲出岫,去留一無所係.

고운출수,거류일무소계.

郞鏡懸空,靜躁兩不相干.

낭경현공,정조양불상간.

외로운 구름이 산골짜기에서 피어나

가고 머물음에 조금도 거리낌 없고

밝은 달은 하늘에 걸려

고요함도 시끄러움도 개의치 않는다.

 

【034】담백한 맛이 참된 맛이다

悠長之趣,不得於농엄,而得於철菽飮水.

유장지취,부득어농엄,이득어철숙음수.

추창之懷,不生於枯寂,而生於品竹調絲.

추창지회,불생어고적,이생어품죽조사.

固知濃處味常短 淡中趣獨眞也.

고지농처미상단 담중취독진야.

유장한 맛은 부귀에서 얻는 게 아니라

콩 씹고 물 마시는 데서 얻을 수 있고

그리운 정취는 고독과 적막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뜯는 데서 생긴다.

참으로 짙은맛은 항상 짧으며

담백한 맛만이 오직 참될 뿐이다.

 

【035】마음이 없으면 저절로 가깝다

禪宗曰,"饑來喫飯 倦來眠",詩旨曰,"眼前景致口頭語".

선종왈,"기래끽반 권래면},시지왈,"안전경치구두어".

蓋極高寓於極平,至難出於至易,

개극고우어극평,지난출어지이,

有意者反遠,無心者自近也.

유의자반원,무심자자근야.

선종에서는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잔다 했고

시지에서는 눈앞의 경치를 평범한 말로 나다낸다 했다.

대개 아주 높은 것은 아주 낮은 것에 깃들고,

지극히 어려운 것은 지극히 쉬운 것에서 나온다

뜻이 있으면 오히려 멀고

마음에 없으면 저절로 가깝다.

 

【036】물은 흘러도 소리가 없다

水流而境無聲,得處喧見寂之趣.

수류이경무성,득처훤견적지취.

山高而雲不碍,悟出有入無之機.

산고이운불애,오출유입무지기.

물은 흘러도 주위엔 소리가 없나니

시끄러운 곳에서 고요함을 느끼는 맛을 얻어라.

산이 높아도 구름은 거리끼지 않나니

유에서 나와 무로 들어가는 기틀을 깨달으라.

 

【037】집착하면 선경도 고해가 된다

山林是勝地.一營戀,便成市朝.

산림시승지.일영연,변성시조.

書畵是雅事.一貪痴,便成商賈.

서화시아사.일탐치,변성상고.

蓋心無染著,欲界是仙都.心有係戀,樂境成苦海矣.

개심무염저,욕계시선도.심유계연,낙경성고해의.

산림은 참으로 좋은 곳이지만

집착하게 되면 산림도 시장판이 되고

글씨와 그림은 참으로 멋있지만

욕심에 빠져들면 장사꾼이 되고 만다.

마음이 물들지 않으면 속세도 선경이 되고

마음이 집착하게 되면 선경도 고해가 된다.

 

【038】주변이 고요하면 마음도 맑아진다

時當喧雜,則平日所記憶者皆漫然忘去.

시당훤잡,즉평일소기억자개만연망거.

境在淸寧,則夙昔所遺忘者又恍爾現前.

경재청녕,즉숙석소유망자우황이현전.

可見靜躁稍分 昏明頓異也.

가견정조초분 혼명돈이야.

시끄럽고 복잡하면

평소의 밝던 기억도 흐릿하게 잊혀지고,

맑고 고요한 자리에 있으면

지난 날 잊었던 것도 되살아난다.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조금만 나뉘어져도

마음의 밝고 어두움이 뚜렷이 달라진다.

 

【039】가난해도 욕심이 없으면 선경에 산다

蘆花被下,臥雪眠雲,保全得一窩夜氣.

노화피하,와설면운,보전득일와야기.

竹葉杯中,吟風弄月,타離了萬丈紅塵.

죽엽배중,음풍농월,타리료만장홍진.

갈대꽃 이불 덮고

눈밭에 누워 구름 위에 잠을 자도

밤 기운은 능히 막을 수 있다.

술잔을 들고

바람을 노래하고 달빛을 희롱하면

세상의 온갖 더러움

모두 떨쳐 낼 수 있다.

 

【040】속된 것은 고상함만 못하다

袞冕行中,著一藜杖的山人,便增一段高風.

곤면행중,저일려장적산인,변증일단고풍.

漁樵路上,著一袞衣的朝士,轉添許多俗氣.

어초로상,저일곤의적조사,전첨허다속기.

固知濃不勝淡 俗不如雅也.

고지농불승담 속불여아야.

높은 벼슬아치 무리 속에

명아주 지팡이 짚은 산인 한 명 섞이면

한결 고상한 멋이 더해지고,

고기잡이와 나무꾼이 다니는 길 위에

관복 입은 벼슬아치 한 명이 끼면

오히려 속된 기운 더하게 된다.

참으로 짙은 것은

담박한 것만 못하고

속된 것은 고상한 것보다 못하다.

 

【041】도피는 초탈이 아니다

出世之道,卽在涉世中.不必絶人以逃世.

출세지도,즉재섭세중.불필절인이도세.

了心之功,卽在盡心內.不必絶欲以灰心.

요심지공,즉재진심내.불필절욕이회심.

세상살이를 초탈하는 길은

세상살이 속에 있나니

반드시 인연을 끊고

세상에서 숨어 버릴 일은 아니다.

마음을 깨닫는 길은

마음 다하는 속에 있나니

반드시 욕심을 다 끊어 버리고

마음을 꺼진 재처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042】몸은 한가롭게 마음은 고요하게 하라

此身常放在閒處,榮辱得失,誰能羞遣我?

차신상방재한처,영욕득실,수능수견아?

此心常安在靜中,是非利害,誰能瞞매我?

차심상안재정중,시비이해,수능만매아?

몸을 언제나 한가로움 속에 머물게 한다면

영욕과 득실 어느 것도

나를 어긋나게 할 수 없다.

마음을 언제나 고요함 속에 있게 한다면

시비와 이해 어느 것도

나를 어둡게 할 수가 없다.

 

【043】검소하고 고요함 속에 참 멋이 있다

竹籬下,忽聞犬吠鷄鳴,恍似雲中世界.

죽리하,홀문견폐계명,황사운중세계.

芸窓中,雅聽蟬吟鴉조,方知靜裡乾坤.

운창중,아청선음아조,방지정리건곤.

대나무 울타리 밑에

홀연히 개 짖고 닭 우는 소리 들리니

황홀한 구름 속 세상에 머무는 것 같고

서재 안에서

매미 소리 갈가마귀 소리 들으니

마침내 고요 속의 천지를 안다.

 

【044】앞서기를 다투지 않으니 위기도 없다

我不希榮,何憂乎利祿之香餌.

아불희영,하우호이녹지향이.

我不競進,何畏乎仕官之危機.

아불경진,하외호사관지위기.

내가 영화를 바라지 않으니

이익과 봉록의 달콤한 미끼 근심이 없고

내가 나서기를 다투지 않으니

벼슬살이 위기의 두려움이 없다.

 

【045】도락에 빠져 본심을 잃지 말라

상양於山林泉石之間,而塵心漸息.

상양어산림천석지간,이진심점식.

夷猶於詩書圖畵之內,而俗氣漸消.

이유어시서도화지내,이속기점소.

故君子雖不玩物喪志,亦常借境調心.

고군자수불완물상지,역상차경조심.

숲 속 맑은 샘과 바위 사이 거닐면

때묻은 마음 어느덧 사라지고

시서와 그림에 마음을 두면

속된 마음은 저절로 사라진다.

군자는 도락에 빠져 본심을 잃지 않고

그윽한 경지를 빌어 그 마음을 고른다.

 

【046】봄보다 가을이 좋다

春日氣象繁華,令人心神태蕩,不若秋日雲白風淸

춘일기상번화,영인심신태탕,불약추일운백풍청

蘭芳桂馥 水天一色 上下空明,使人神骨俱淸也.

난방계복 수천일색 상하공명,사인신골구청야.

봄날 경치 화창하여

사람의 몸과 마음 호탕하게 해주지만

가을날 흰 구름과 맑은 바람

꽃다운 난초와 향기로운 계수나무

물과 하늘 한 빛으로 천지가 맑고 밝아

사람의 몸과 마음 함께 맑게 해주는 가을만 하랴.

 

【047】외적 형식보다 내면의 정신이 중요하다

一字不識,而有詩意者,得詩家眞趣.

일자불식,이유시의자,득시가진취.

一偈不參,而有禪味者,悟禪敎玄機.

일게불참,이유선미자,오선교현기.

글자 한자를 모르더라도

시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시인의 참 멋을 얻을 수 있고

한 구절의 게송도 익히지 못했어도

선의 묘미를 아는 사람은

선의 현묘한 뜻을 깨달을 수 있다.

 

【048】활 그림자도 뱀으로 보인다

機動的,弓影疑爲蛇蝎,寢石視爲伏虎,此中渾是殺氣.

기동적,궁영의위사갈,침석시위복호,차중혼시살기.

念息的,石虎可作海鷗,蛙聲可當鼓吹,觸處俱是眞機.

염식적,석호가작해구,와성가당고취,촉처구시진기.

마음이 혼란하면

활 그림자도 뱀으로 보이고

그대로의 바위도 호랑이로 보이나니

이러한 곳에 있는 것은 모두가 살기이다.

마음 고요하면 호랑이도 갈매기로 만들 수 있고

개구리소리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리나니

대하는 것마다 참 기틀을 보게 된다.

 

【049】몸과 마음을 자연의 섭리에 맡겨라

身如不繫之舟,一任流行坎止.

신여불계지주,일임유행감지.

心似旣灰之木,何妨刀割香塗.

심사기회지목,하방도할향도.

몸은 매이지 않은 배와 같이 하여

가고 멈춤을 흐름에 맡겨 두고

마음은 이미 재 된 나무와 같이 하여

칼로 쪼개거나 향을 바르거나 아랑곳하지 마라.

 

【050】사람의 정은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人情,聽鶯啼則喜,聞蛙鳴則厭,

인정,청앵제즉희,문와명즉염,

見花則思培之,遇草則欲去之.但是以形氣.

견화즉사배지,우초즉욕거지.단시이형기.

若以性天視之,何者非自鳴其天機 非自暢其生意也?

약이성천시지,하자비자명기천기 비자창기생의야?

사람의 정이란

꾀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 즐거워하고

개구리소리를 들으면 싫어한다.

꽃을 보면 가꾸고 싶어하고

풀을 보면 뽑아버리려 한다.

이것은 모두 형체만을 보기 때문이다.

만약 천성을 보게 된다면

어느 소리가 천리의 표현이 아니겠으며

어느 삶이 자연적인 의지가 아니겠는가.

 

【051】보이는 모든 것은 끊임 없이 변한다

髮落齒疎,任幻形之彫謝.

발락치소,임환형지조사.

鳥吟花笑,識自性之眞如.

조음화소,식자성지진여.

머리칼 빠지고 이빨 성글어지는 것은

허무한 형체의 시들어짐에 맡겨두고

새는 노래하고 꽃이 핀 곳에서는

자연의 참된 진리를 알라.

 

【052】욕심이 많은 자는 자유가 없다

欲其中者,波沸寒潭,山林不見其寂.

욕기중자,파비한담,산림불견기적.

虛其中者,冷生酷暑,朝市不知其喧.

허기중자,냉생혹서,조시부지기훤.

마음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차가운 연못에도 물결이 끓어올라

자연에 묻혀 살아도 고요함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비어 있는 사람은

무더위 속에서도 서늘한 기운이 일어

시장 한복판에 살아도

시끄러움을 모른다.

 

【053】마음 편한 것이 부귀보다 낫다

多藏者厚亡,故知富不如貧之無慮.

다장자후망,고지부불여빈지무려.

高步者疾顚,故知貴不如賤之常安.

고보자질전,고지귀불여천지상안.

많이 지닌 사람은 많이 잃게 되니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근심 없음만 못하고

높이 걷는 사람은 빨리 넘어지니

귀한 사람이 천한 사람의 편안함만 못하다.

 

【054】새벽 창가에서 주역을 읽고

讀易曉窓,丹砂硏松間之露.

독역효창,단사연송간지로.

談經午案,寶磬宣竹下之風.

담경오안,보경선죽하지풍.

새벽 창가에서 주역을 읽고

솔숲의 이슬로 붉은 먹을 간다.

한낮의 책상 앞에 불경을 듣노라면

대숲 바람이 경쇠를 울린다.

 

【055】화분 속의 꽃은 생기가 없다

花居盆內,終乏生機.鳥入籠中,便滅天趣.

화거분내,종핍생기.조입롱중,변멸천취.

不若山間花鳥,錯集成文,고翔自若,自是悠然會心.

불약산간화조,착집성문,고상자약,자시유연회심.

화분 속에 꽃은 생기가 없고

새장 속의 새는 자연의 멋이 없이 측은하다

산 속의 꽃과 새가 하나로 어우러져

아름답게 마음껏 날아다니는 데서

유연한 묘미를 깨닫게 된다.

 

【056】참다운 나를 자각하고 발견하라

世人只緣認得我字太眞,故多種種嗜好 種種煩惱.

세인지연인득아자태진,고다종종기호 종종번뇌.

前人云,"不復知有我,何知物爲貴?"

전인운,"불부지유아,하지물위귀?"

又云,"知身不是我,煩惱更何侵?" 眞破的之言也.

우운,"지신불시아,번뇌갱하침?" 진파적지언야.

세상 사람들은

자신만이 참된 것으로 알기 때문에

여러가지 기호와 번뇌에 싸인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내가 있음을 모르면서 어찌 물건 귀함을 알겠는가"

다시 이르기를

"이 몸이 내가 아닌 줄 안다면

번뇌가 어떻게 침범할 수 있겠는가?"라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057】늙은이의 눈으로 젊음을 보면

自老視少,可以消奔馳角逐之心.

자로시소,가이소분치각축지심.

自췌視榮,可以絶紛華靡麗之念.

자췌시영,가이절분화미려지념.

늙은이의 눈으로 젊음을 보면

바쁘게 달리고 서로가 다투는 마음이 사라지고

쇠락한 이의 눈으로 영화로움을 보면

사치와 화려한 생각을 끊을 수 있다.

 

【058】세태와 인정은 변하는 것이다

人情世態,숙忽萬端,不宜認得太眞.堯夫云,

인정세태,숙홀만단,불의인득태진.요부운,

"昔日所云我,而今却是伊,不知今日我,又屬後來誰".

"석일소운아,이금각시이,부지금일아,우속후래수".

人當作是觀,便可解却胸中견矣.

인당작시관,변가해각흉중견의.

인정과 세태는 갑자기 변하므로

지나치게 참된 것으로 알지 말라.

요부가 말했다.

"지난 날 내 것이라 하던 것이

오늘 오히려 다른 이의 것이 되었으니

오늘의 내 것이 뒷날 누구의 것이 될 것인가"

사람이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가슴속 무거운 짐을 풀어놓을 수가 있다.

 

【059】역경에 처해도 열정을 잃지 말라

熱鬧中,著一冷眼,便省許多苦心事.

열료중,저일냉안,변생허다고심사.

冷落處,存一熱心,便得許多眞趣味.

냉락처,존일열심,변득허다진취미.

바쁘고 시끄러운 때라도

한번쯤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문득 많은 괴로운 마음을 덜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열정을 지니고만 있으면

문득 많은 참 취미를 얻을 수 있다.

 

【060】평범한 삶이 안락한 삶이다

有一樂境界,就有一不樂的相對等.

유일낙경계,취유일불락적상대등.

有一好光景,就有一不好的相乘除.

유일호광경,취유일불호적상승제.

只是尋常家飯 素位風光,재是個安樂的窩巢.

지시심상가반 소위풍광,재시개안락적와소.

한 곳에 즐거운 경지가 있으면

다른 한 곳에는 즐겁지 않은 경지가 있어

서로 상대를 이룬다.

좋은 광경이 있으면 또 하나의 나쁜 광경이 있어

서로 비교를 이룬다.

평범한 음식으로 벼슬도 권세도 없이 사는 것이

참으로 안락한 삶의 방식이다.

 

【061】자연과 나를 함께 잊는다

簾롱高敞,看靑山綠水呑吐雲煙,識乾坤之自在.

염롱고창,간청산녹수탄토운연,식건곤지자재.

竹樹扶疎,任乳燕鳴鳩送迎時序,知物我之兩忘.

죽수부소,임유연명구송영시서,지물아지양망.

발을 걷고 난간에 기대어

푸른 산이 구름을 토하고

푸른 물이 안개를 머금고 있음을 보면

천지가 자유자재함을 알 수 있다.

온갖 나무와 대숲 우거진 곳에

제비들 새끼치고 비둘기 울음 울어

세월을 맞고 보냄을 보면

사물과 나를 함께 잊을 수 있다.

 

【062】집착하지 마라

知成之必敗,則求成之心,不必太堅.

지성지필패,즉구성지심,불필태견.

知生之必死,則保生之道,不必過榮.

지생지필사,즉보생지도,불필과영.

이루어 놓은 것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는 것을 안다면

이루려는 마음 지나치게 굳히지 않을 것이고

삶이란 반드시 죽는 것임을 안다면

삶을 보전하기 위해

지나치게 애태우지 않을 것이다.

 

【063】꽃은 져도 마음은 한가하다

古德云,"竹影掃階塵不動,月輪穿沼水無痕".

고덕운,"죽영소계진부동,월륜천소수무흔".

吾儒云,"水流任急,境常靜,花落雖頻,意自閑".

오유운,"수류임급,경상정,화락수빈,의자한".

人常持此意,以應事接物,身心何等自在?

인상지차의,이응사접물,신심하등자재?

옛 고승이 이르기를

"대나무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은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못물을 뚫어도 물 위에는 흔적이 없다"고

또 옛 선비가 이르기를

"흐르는 물이 아무리 빨라도 주위는 고요하고

꽃은 떨어져도 마음은 스스로 한가하다"고

항상 이러한 뜻을 가지고 사물을 본다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064】자연을 관조하는 마음을 가져라

林間松韻 石上泉聲,靜裡聽來,識天地自然鳴佩.

임간송운 석상천성,정리청래,식천지자연명패.

草際烟光 水心雲影,閒中觀去,見乾坤最上文章.

초제연광 수심운영,한중관거,견건곤최상문장.

숲 사이 솔바람 소리와

돌 위의 샘물 소리도 고요히 듣다 보면

모두가 천지 자연의 음악이고

풀섶의 안개 빛과 물 속의 구름 그림자도

한가롭게 들여다보면

천지의 으뜸가는 문장이다.

 

【065】사람의 욕망은 채우기 어렵다

安看西晉之荊榛,猶矜白刃.身屬北邙之狐兎,尙惜黃金.

안간서진지형진,유긍백인.신속북망지호토,상석황금.

語云,"猛獸易伏,人心難降.谿壑易滿,人心難滿" 信哉!

어운,"맹수이복,인심난항.계학이만,인심난만" 신재!

눈으로 서진의 가시밭을 보면서도

오히려 칼날의 푸른 서슬을 뽐내고,

몸은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 몫이건만

오히려 황금에 눈이 어둡다.

옛사람이 말했다.

"사나운 짐승은 길들이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항복 받기 어렵고,

깊은 골짜기는 채우기 쉬워도

사람 마음은 채우기가 어렵다"고.

참으로 옳은 말이다.

 

【066】욕망을 죽이고 평정심을 지녀라

心地上,無風濤,隨在皆靑山綠水.

심지상,무풍도,수재개청산녹수.

性天中,有化育,觸處見魚躍鳶飛.

성천중,유화육,촉처견어약연비.

마음에 바람과 물결이 없으면

가는 곳마다 푸른 산과 푸른 물이다.

본성 속에 화육하는 기운이 있으면

이르는 곳마다 물고기 뛰고 솔개가 난다.

 

【067】본성에 맞게 자적하라

峨冠大帶之士,아관대대지사,一旦睹輕箕小笠 일단도경기소립,飄飄然逸也 표표연일야,

未必不動其咨嗟 미필부동기자차.長筵廣席之豪,장연광석지호,

一旦遇疏簾淨 일단우소렴정,悠悠焉靜也 유유언정야,未必不增其권戀.미필부증기권연.

人奈何驅以火牛,誘以風馬,而不思自適其性哉  인내하구이화우,유이풍마,이불사자적기성재

높은 관 쓰고 큰 띠 두른 선비도

한번쯤 가벼운 도롱이에 작은 삿갓 쓰고

표연히 편안한 이를 보게 되면

탄식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넓고 큰 자리에 앉은 부자라도

한번쯤 성긴 발을 드리우고

깨끗한 책상 앞에서 유연히 고요한 이를 만나게 되면

그리운 마음이 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사람들은 어찌하여 화우로 쫓고

풍마로써 꾀일 줄만 알고

스스로 그 본성에 맞게 자적할 줄은 모르는가.

 

【068】물고기는 물을 잊고 헤엄친다

魚得水逝,而相忘乎水.鳥乘風飛,而不知有風.

어득수서,이상망호수.조승풍비,이부지유풍.

識此,可以超物累,可以樂天機.

식차,가이초물루,가이낙천기.

물고기는 물을 얻어 헤엄을 치건만

물을 잊고 있으며

새는 바람 타고 날건만 바람이 있음을 모른다.

이를 알면 사물의 얽매임에서 벗어나게 되고

하늘의 묘한 작용을 즐길 수가 있다.

 

【069】성쇠와 강약은 따로 있지 않다

狐眠敗체 兎走荒臺,盡是當年歌舞之地.

호면패체 토주황대,진시당년가무지지.

露冷黃花 烟迷衰草,悉屬舊時爭戰之場.

노냉황화 연미쇠초,실속구시쟁전지장.

盛衰何常? 强弱安在? 念此,令人心灰.

성쇠하상? 강약안재? 염차,영인심회.

무너진 축대에 여우가 잠을 자고

황폐한 전각에 토끼가 뛰노는

여기가 한 때는 노래하고 춤추던 곳.

국화는 이슬에 싸늘하고

안개는 시든 풀에 감도는

여기가 한 때는 전쟁하던 곳.

성하고 쇠함이 어찌 항상 같으며

강하고 약함이 또 어디 따로 있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사람의 마음은 재처럼 식는다.

 

【070】부나비는 어찌 촛불에 몸을 던지는가

寵辱不警,閒看庭前花開花落.

총욕불경,한간정전화개화락.

去留無意,漫隨天外雲卷雲舒.

거류무의,만수천외운권운서.

晴空朗月,何天不可고翔而飛蛾獨投夜燭?

청공낭월,하천불가고상이비아독투야촉?

淸泉綠卉,何物不可飮啄而치악偏嗜腐鼠?

청천녹훼,하물불가음탁이치악편기부서?

噫! 世之不爲飛蛾치악者幾何人哉?

희! 세지불위비아치악자기하인재?

영욕에 놀라지 않고

한가로이 뜰 앞에 피고 지는 꽃을 본다.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어

무심히 하늘 밖에 떠도는 구름을 바라본다.

하늘 맑고 달 밝으니 어디론들 못 날랴만

부나비는 어찌하여 촛불에 몸을 던지고

맑은 샘과 푸른 풀 먹고 마실 수 있건마는

올빼미는 굳이 썩은 쥐를 즐긴다.

아, 이 세상에 부나비와 올빼미 아닌 사람이

그 몇이나 될 것인가.

 

【071】뗏목에 오르면 뗏목 버릴 생각을 하라

재就筏,便思舍筏,方是無事道人.

재취벌,변사사벌,방시무사도인.

若騎驢,又復覓驢,終爲不了禪師.

약기려,우부멱려,종위불료선사.

뗏목에 올라 곧 뗏목 버릴 생각을 한다면

이는 제대로 깨달은 도인이다.

만약 나귀를 타고 다시 또 나귀를 찾는다면

마침내 깨닫지 못하는 선사가 될 것이다.

 

【072】냉철한 눈과 마음으로 판단하라

權貴龍양 英雄虎戰,以冷眼視之,如蟻聚전,如蠅競血.

권귀용양 영웅호전,이냉안시지,여의취전,여승경혈.

是非蜂起 得失蝟興,以冷情當之,如冶化金,如湯消雲.

시비봉기 득실위흥,이냉정당지,여야화금,여탕소운.

권력 있는 사람이 용처럼 다투고

영웅호걸이 호랑이처럼 싸우는 것도

냉철한 눈으로 본다면

개미들이 비린내나는 것에 모여드는 것과 같고

파리 떼가 다투어 피를 빠는 것과 같다.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이해득실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서는 것을

냉철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풀무로 쇠를 녹이고

끓는 물로 눈을 녹이는 것과 같다.

 

【073】물욕에 빠진 삶은 애달프다

覇銷於物欲,覺吾生之可哀.夷猶於性眞,覺吾生之可樂.

패소어물욕,각오생지가애.이유어성진,각오생지가락.

知其可哀,則塵情立破.知其可樂,則聖境自臻.

지기가애,즉진정입파.지기가락,즉성경자진.

물욕에 얽매이면

인간의 삶이 애달픈 것임을 깨닫게 되고,

본성에 따라 자적하면

인간의 삶이 즐거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애달픈 것을 알면 세속의 욕망이 꺼질 것이고

즐거운 것을 알면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074】물욕이 없으면 집착도 없다

胸中,旣無半點物欲,已如雪消爐焰 氷消日.

흉중,기무반점물욕,이여설소로염 빙소일.

眼前,自有一段空明,始見月在靑天 影在波.

안전,자유일단공명,시견월재청천 영재파.

가슴속에 반점의 물욕도 없다면

집착은 이미 눈덩이가 화롯불에 녹고

얼음이 햇볕에 녹는 것과 같다.

눈앞에 한 조각의 밝은 마음이 있다면

언제나 달은 푸른 하늘에 있고

그림자는 물결에 있음을 볼 수가 있다.

 

【075】시흥은 자연에서 일어난다

詩思在파陵橋上,微吟就,林岫便已浩然.

시사재파릉교상,미음취,임수변이호연.

野興在鏡湖曲邊,獨往時,山川自相映發.

야흥재경호곡변,독왕시,산천자상영발.

시상은 패릉교 위에 있으니

나직이 읊조리니 숲과 골짜기가 문득 호연해진다.

맑은 흥취는 경호 기슭에 있으니

혼자 거닐면 산과 시냇물이 서로 비춘다.

 

【076】먼저 핀 꽃은 먼저 시든다

伏久者,飛必高.開先者,謝獨早.

복구자,비필고.개선자,사독조.

知此,可以免등등之憂,可以消躁急之念.

지차,가이면층등지우,가이소조급지념.

오래 엎드려 있는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시든다.

이것을 알면 발을 헛디딜 근심도 없을 것이고

조급한 마음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077】자손과 재물은 허망한 것이다

樹木至歸根,而後知花악枝葉之徒榮.

수목지귀근,이후지화악지엽지도영.

人事至蓋棺,而後知子女玉帛之無益.

인사지개관,이후지자녀옥백지무익.

나무는 무성한 잎이 져 뿌리만 남게 될 때에야

꽃과 잎새가 허망한 것임을 알게 되고

사람은 죽어서 관 뚜껑을 덮은 뒤에야

자손과 재물이 쓸데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078】어디에 있든 스스로 수양하기 나름이다

眞空,不空.執相非眞,破相亦非眞.

진공,불공.집상비진,파상역비진.

問世尊,如何發付?

문세존,여하발부?

"在世,出世.徇欲是苦,絶欲亦是苦".聽吾제善自修持.

"재세,출세.순욕시고,절욕역시고".청오제선자수지.

진공은 공이 아니니

형상에 집착함은 진실이 아니며

형상을 깨뜨리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석가 세존께서는 무어라 하셨는가?

"속세에 있거나 출가해 있거나

욕망에 끌리는 것이 괴로움이며

욕망을 끊어버리는 것 또한 괴로움이라" 하셨다.

우리 스스로가 수양하기 나름이다.

 

【079】명예를 좋아함이나 이익을 찾음이나 같다

烈士讓千乘,貪夫爭一文.人品星淵也,而好名不殊好利.

열사양천승,탐부쟁일문.인품성연야,이호명불수호리.

天子營國家,乞人號饔손.位分소壤也,而焦思何異焦聲?

천자영국가,걸인호옹손.위분소양야,이초사하리초성?

의로운 선비는 천승의 나라를 사양하고

탐욕스런 사람은 한푼의 돈으로 다툰다.

인품이야 하늘과 땅의 차이지만

명예를 좋아함과 이익을 밝히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

천자는 나라를 다스리기에 번뇌하고

거지는 음식을 얻기에 부르짖는다.

신분은 하늘과 땅의 차이지만

초조한 생각과 초조한 목소리는 다를 것이 없다.

 

【080】세상 변덕에 초연하라

飽암世味,一任覆雨번雲,總용開眼.

포암세미,일임복우번운,총용개안.

會盡人情,隨敎呼牛喚馬,只是點頭.

회진인정,수교호우환마,지시점두.

세상살이를 깊이 알면

비가 되든 눈이 되든 세상인정에 다 맡겨 버리고

눈뜨고 보는 것마저도 싫게 된다.

인정이 어떤 것인지 다 알고 나면

소라고 부르거나 말이라고 부르거나

부르는 대로 맡겨 버리고

그저 머리만 끄덕일 따름이다.

 

【081】무념에 드는 길은 현재에의 충실이다

今人專求無念,而終不可無.

금인전구무념,이종불가무.

只是前念不滯,後念不迎,

지시전념불체,후념불영,

但將現在的隨緣,打發得去,自然漸漸入無.

단장현재적수연,타발득거,자연점점입무.

오늘날 사람들은 오로지 무념을 구하지만

끝내 무념에 이르지는 못한다.

지난 생각에 마음두지 말고

앞으로의 생각을 미리하지 말며

현재에 있는 일만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면

자연히 무념으로 들어갈 수 있다.

 

【082】마음은 일 없을 때 쾌적하다

意所偶會,便成佳境.物出天然,재見眞機.

의소우회,변성가경.물출천연,재견진기.

若加一分調停布置,趣味便減矣.

약가일분조정포치,취미변감의.

白氏云,"意隨無事適,風逐自然淸",有味哉! 其言之也!

백씨운,"의수무사적,풍축자연청",유미재! 기언지야!

우연히 뜻에 맞는 것이 아름다운 경지를 이루고

천연에서 나온 것이라야 참된 맛이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배치를 고쳐 놓으면

그 맛은 곧 줄어든다.

백낙천이 말했다.

"마음은 일 없을 때가 쾌적하고

바람은 저절로 불어올 때 맑다"고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이다.

 

【083】천성이 맑으면 심신이 편안하다

性天澄徹,卽饑식渴飮,無非康濟身心.

성천징철,즉기식갈음,무비강제신심.

心地沈迷,縱談禪演偈,總是播弄精魂.

심지침미,종담선연게,총시파롱정혼.

천성이 맑으면

배고플 때 먹고 목마를 때 마시는 모두가

심신을 편안하게 하지만

마음이 어두우면

선을 말하고 게송을 읊더라도

모두가 정신을 희롱하는 헛수고일 뿐이다.

 

【084】마음에는 하나의 참된 경지가 있다

人心有個眞景,非絲非竹而自恬愉,不烟不茗而自淸芬.

인심유개진경,비사비죽이자념유,불연불명이자청분.

須念淨境空,慮忘形釋,재得以游衍其中.

수념정경공,여망형석,재득이유연기중.

사람의 마음에는 하나의 참된 경지가 있어

거문고나 피리가 아니어도 절로 고요하고 즐거워지며,

향을 피우거나 차를 달이지 않더라도

스스로 맑은 향이 일어난다.

생각을 맑게 하고 마음을 비우며 육체를 잊어야

비로소 그 속에 노닐 수 있다.

 

【085】진리는 환상 속에서 구한다

金自鑛出,玉從石生.非幻,無以求眞.

금자광출,옥종석생.비환,무이구진.

道得酒中,仙遇花裡.雖雅,不能離俗.

도득주중,선우화리.수아,불능리속.

금은 광석에서 나오고 옥은 돌에서 생기듯이

환상이 아니면 진리를 구할 수 없다.

도를 술잔 속에서 얻고

신선을 꽃 속에서 만나는 것은

비록 멋있는 일이긴 하지만

속됨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086】진리를 깨달으면 모두가 한결 같다

天地中萬物,人倫中萬情,世界中萬事,

천지중만물,인륜중만정,세계중만사,

以俗眼觀,紛紛各異.以道眼觀,種種是常.

이속안관,분분각이.이도안관,종종시상.

何煩分別? 何用取捨?

하번분별? 하용취사?

천지의 만물과 인륜의 온갖 정과 세계의 만사를

속인의 눈으로 보면

그 각각 다르지만

도를 깨달은 사람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한결 같으니

번거롭게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가.

 

【087】모든 것은 정신과 생각에 달려 있다

神감,布被窩中,得天地충和之氣.

신감,포피와중,득천지충화지기.

味足,藜羹飯後,識人生澹泊之眞.

미족,여갱반후,식인생담박지진.

정신이 넉넉하면

베 이불을 덮고도 천지의 화평한 생기를 얻고

입맛이 넉넉하면

명아주국에 밥을 먹고도

인생의 담백한 참 맛을 안다.

 

【088】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이다

纏脫只在自心.心了則屠肆糟店,居然淨士.

전탈지재자심.심료즉도사조점,거연정사.

不然,縱一琴一鶴 一花一卉,嗜好雖淸,魔障終在.

불연,종일금일학 일화일훼,기호수청,마장종재.

語云,"能休,塵境爲眞境.未了,僧家是俗家".信夫!

어운,"능휴,진경위진경.미료,승가시속가".신부!

세상일에 얽매이고 벗어남이

오직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으니

깨달은 마음이면 푸줏간도 술집도 정토가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거문고와 학을 벗으로 하고

화초를 길러 그 즐김이 참으로 맑다 하여도

마귀의 방해에서 끝내 벗어날 수가 없다.

옛사람이 말했다.

"쉴 줄을 알면 속세도 진경이 되고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가 된다"고

참으로 옳은 말이다.

 

【089】온갖 시름을 다 버려라

斗室中,萬慮都捐,說甚畵棟飛雲 珠簾捲雨.

두실중,만려도연,설심화동비운 주렴권우.

三杯後,一眞自得,唯知素琴橫月 短笛吟風.

삼배후,일진자득,유지소금횡월 단적음풍.

좁은 방에서도 온갖 시름 다 버리면

'단청 올린 들보에 구름이 날고

구슬발 걷고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는

말을 새삼 할 필요가 없다.

술 석잔 마신 후에 스스로 참마음을 얻는다면

거문고를 달빛 아래 비껴 타고

맑은 바람에 피리를 부는 것만으로 족하다.

 

【090】정신은 사물에 부딪혀 나타난다

萬뢰寂廖中,忽聞一鳥弄聲,便喚起許多幽趣.

만뢰적요중,홀문일조농성,변환기허다유취.

萬卉최剝後,忽見一枝擢秀,便觸動無限生機.

만훼최박후,홀견일지탁수,변촉동무한생기.

可見性天未常枯槁 機神最宜觸發.

가견성천미상고고 기신최의촉발.

만물의 소리가 적적한 가운데

홀연히 새 한 마리 우는 소리를 들으면

온갖 그윽한 정취가 일어나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 잎 진 뒤에

홀연히 한 가지의 꽃이 피어난 것을 보면

무한한 삶의 기운이 샘솟는다.

보라, 마음은 항상 메마르지 않고

정신은 사물에 부딪쳐 나타나는 것을.

 

【091】자신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白氏云,"不如放身心,冥然任天造",

백씨운,"불여방신심,명연임천조",

晁氏云,"不如收身心,凝然歸寂定".

조씨운,"불여수신심,응연귀적정".

放者,流爲猖狂.收者,入於枯寂.

방자,유위창광.수자,입어고적.

唯善操身心的,杷柄在手,收放自如.

유선조신심적,파병재수,수방자여.

백낙천이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놓아 버리고

자연에 맡기는 것이 제일이다."

또 조보지가 말하기를

"마음과 몸을 잡아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적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일이다." 라고.

놓아 버리면 넘쳐 미치광이가 될 것이고

잡아두면 메말라 생기가 없어진다.

오직 심신을 잘 가누기 위해서는

자루를 잡아 잡고 놓는 것이 자유로워야 한다.

 

【092】자연과 하나됨이 최고의 경지이다

當雪夜月天,心境便爾澄徹.

당설야월천,심경변이징철.

遇春風和氣,意界亦自충融.造化人心,混合無間.

우춘풍화기,의계역자충융.조화인심,혼합무간.

눈 내린 밤 달 밝은 하늘을 보면

어느덧 마음도 맑아지고

봄바람의 온화한 기운을 만나면

마음도 또한 부드러워져

이처럼 자연과 사람의 마음은

한데 어우러져 조금의 틈도 없다.

 

【093】꾸미지 않은 것이 아름답다

文以拙進,道以拙成.一拙字,有無限意味.

문이졸진,도이졸성.일졸자,유무한의미.

如桃源犬吠 桑間鷄鳴,何等淳龐?

여도원견폐 상간계명,하등순방?

至於寒潭之月 古木之鴉,工巧中,便覺有衰颯氣象矣.

지어한담지월 고목지아,공교중,변각유쇠삽기상의.

글은 꾸미지 않음으로써 나타나고

도는 꾸미지 않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이 졸(拙)자 한 자에 무한한 뜻이 있으니

'복사꽃 핀 마을에서 개가 짖고

뽕나무밭에서 닭이 운다'고 하면 얼마나 순박한가?

그러나 '찬 연못에 달 비취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고 하면

기교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쓸쓸하고 가벼운 기상을 느끼게 된다.

 

【094】주체성을 가져라

以我轉物者,得固不喜,失亦不憂,大地盡屬逍遙.

이아전물자,득고불희,실역불우,대지진속소요.

以物役我者,逆固生憎,順亦生愛,一毛便生纏縛.

이물역아자,역고생증,순역생애,일모변생전박.

자신이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근심하지 않는다.

넓은 대지가 다 그가 노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물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역경을 짐짓 미워하고 순탄한 길만을 좋아한다.

털끝 만한 일에도 얽매이기 때문이다.

 

【095】마음이 비면 외경도 비게 된다

理寂則事寂.遺事執理者,似去影留形.

이적즉사적.유사집리자,사거영유형.

心空則境空.去境存心者,如聚전却예.

심공즉경공.거경존심자,여취전각예.

도리가 쓸쓸하면 실사도 쓸쓸하다.

그렇다고 실사를 버리고 도리에 집착하는 것은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을 남겨 두려는 것과 같다.

마음이 비면 외경도 비게 된다.

그렇다고 경계를 버리고 마음만 지니려 하는 것은

마치 비린내나는 고깃덩이를 모아 놓고

모기를 쫓으려는 것과 같다.

 

【096】은자는 유유자적하는데 멋이 있다

幽人淸事,재在自適.故酒以不勸爲歡,棋以不爭爲勝,

유인청사,재재자적.고주이불권위환,기이부쟁위승,

笛以無腔爲適,琴以無絃爲高,

적이무강위적,금이무현위고,

會以不期約爲眞率,客以不迎送爲坦夷.

회이불기약위진솔,객이불영송위탄이.

若一牽文泥跡,便落塵世苦海矣.

약일견문니적,변락진세고해의.

은자의 맑은 흥취는 유유자적함에 있다.

술은 권하지 않음으로써 기쁨을 삼고

바둑은 다투지 않음으로써 이기는 것이며,

피리는 구멍이 없음을 좋게 여기고

거문고는 줄이 없음을 고상하게 여기며,

만남은 기약 없음을 참됨으로 삼고

손님은 마중과 배웅이 없으므로 편하다고 한다.

만약 한번이라도 겉치레에 이끌리고 형식에 얽매인다면

문득 속세의 고해에 떨어지고 만다.

 

【097】죽은 후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又思旣死之後,作何景色,

시사미생지전,유하상모,우사기사지후,작하경색,

則萬念灰冷,一性寂然,自可超物外遊象先.

즉만념회랭,일성적연,자가초물외유상선.

이 몸이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모양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라.

또 이 몸이 죽은 뒤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 생각해 보라.

그러면 모든 생각이 타버린 재가되어

한 조각 본성만이 쓸쓸히 남아

만물 밖 절대의 경지에서 거닐게 되리라.

 

【098】삶에 대한 욕심이 죽음의 근본이다

遇病而後思强之爲寶,處亂而後思平之爲福,非蚤智也.

우병이후사강지위보,처란이후사평지위복,비조지야.

倖福而先知其爲禍之本,貪生而先知其爲死之因,其卓見乎!

행복이선지기위화지본,탐생이선지기위사지인,기탁견호!

병든 후에 건강이 보배임을 알고

전란 뒤에 평화가 복임을 안는 것은

선견지명이 아니다.

복을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이 되고

살고자 욕심내는 것이

죽음의 원인인 것을 안다면

그것이 뛰어난 식견이다.

 

【099】경기가 끝나면 승패는 없다

優人傳粉調주,效姸醜於豪端,俄而歌殘場罷,姸醜何存?

우인전분조주,효연추어호단,아이가잔장파,연추하존?

奕者爭先競後,較雌雄於著子,俄而局盡子收,雌雄安在?

혁자쟁선경후,교자웅어저자,아이국진자수,자웅안재?

배우가 분 바르고 연지 찍어

붓끝으로 아름다움을 나타내지만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리면

아름답고 추함이 어디 있는가.

바둑 두는 사람이 앞뒤를 다투어

바둑돌로 승패를 겨루지만,

판이 끝나고 바둑돌을 치우면

이기는 지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

 

【100】고요하고 한가해야 자연의 참 맛을 안다

風花之瀟쇄 雪月之空淸,唯靜者爲之主.

풍화지소쇄 설월지공청,유정자위지주.

水木之榮枯 竹石之消長,獨閑者操其權.

수목지영고 죽석지소장,독한자조기권.

바람과 꽃이 깨끗하고 눈과 달빛이 맑은 것은

오로지 고요한 마음 지닌 이의 것이고

물과 나무가 무성하고 마르는 것과

대나무와 돌이 자라고 사라지는 것은

오로지 한가로운 사람만의 것이다.

 

【101】천성대로 담백하게 살아야 한다

田夫野수,語以黃鷄白酒,則欣然喜.問以鼎食,則不知.

전부야수,어이황계백주,즉흔연희.문이정식,즉부지.

語以縕袍短褐,則油然樂.問以袞服,則不識.

어이온포단갈,즉유연락.문이곤복,즉부식.

其天全,故其欲淡.此是人生第一個境界.

기천전,고기욕담.차시인생제일개경계.

농사짓는 시골의 늙은이는

닭고기와 막걸리 이야기에 기뻐하지만

큰 연회의 고급 요리는 물어봐도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와 베잠방이 이야기에 좋아하지만

곤룡포는 물어 보아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천성이 온전하고 욕망이 담백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생 제일의 경지이다.

 

【102】망심이 없으면 관심도 필요 없다

心無其心,何有於觀? 釋氏曰"觀心"者,重增其障.

심무기심,하유어관? 석씨왈"관심"자,중증기장.

物本一物,何待於齊? 莊生曰"齊物"者,自剖其同.

물본일물,하대어제? 장생왈"제물"자,자부기동.

마음에 망녕된 생각이 없으면 관심은 필요 없다.

불교에서 이르는 '마음을 본다'는 말은

오히려 그 장해를 더할 뿐이다.

만물은 원래 한 가지인데

어찌 가지런하기를 바라겠는가.

장자가 말하는 '만물을 가지런히 한다'는 것은

똑같은 것을 짐짓 갈라놓을 뿐이다.

 

【103】떠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笙歌正濃處,便自拂衣長往,羨達人撤手懸崖.

생가정농처,변자불의장왕,선달인철수현애.

更漏已殘時,猶然夜行不休,소俗士沈身苦海.

갱누이잔시,유연야행불휴,소속사침신고해.

피리 불고 노래하여

한창 흥이 무르익은 곳에서

옷깃을 떨치고 자리를 뜨는 것은,

벼랑을 노니는 달인처럼 부러운 일이다.

시간이 다 지났는데 아직 밤길을 서성이는 것은

속된 선비가 몸을 고해에 담그는 것처럼 우스운 일이다.

 

【104】정신적 자유의 기틀을 길러라

把握未定,宜絶迹塵효,

파악미정,의절적진효,

使此心不見可欲而不亂,以澄吾靜體.

사차심불견가욕이불란,이징오정체.

操持旣堅,又當混跡風塵,

조지기견,우당혼적풍진,

使此心見可欲而亦不亂,以養吾圓氣.

사차심견가욕이역불란,이양오원기.

마음이 잡히지 않았으면

번잡한 곳에서 발길을 끊어야 한다.

마음이 욕심낼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여

내 마음의 본 바탕을 맑게 해야 한다.

마음을 이미 잡았으면

다시 그 번잡한 곳으로 들여 넣어

욕심낼 것을 보아도 어지럽지 않게 하여

원만한 마음의 기틀을 길러야 한다.

 

【105】시끄러움 속에서 고요함을 찾아라

喜寂厭喧者,往往避人以求靜.

희적염훤자,왕왕피인이구정.

不知意在無人,便成我相,心着於靜,便是動根,

부지의재무인,변성아상,심착어정,변시동근,

如何到得人我一視 動靜兩忘的境界?

여하도득인아일시 동정양망적경계?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사람을 피함으로써 고요함을 찾는다.

뜻이 사람 없음에 있으면

그것은 곧 자아에 집착하는 것이며

마음이 고요함에 집착하면

이것이 곧 움직임의 근본이 됨을 모르는 탓이다.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볼 수 있겠으며

움직임과 고요함을 둘 다 잊을 수 있겠는가?

 

【106】산에 살면 가슴이 맑고 깨끗하다

山居,胸次淸쇄,觸物皆有佳思.

산거,흉차청쇄,촉물개유가사.

見孤雲野鶴,而起超絶之思,遇石澗流泉,而動조雪之思,

견고운야학,이기초절지사,우석간류천,이동조설지사,

撫老檜寒梅,而勁節挺立,侶沙鷗미鹿,而機心頓忘.

무노회한매,이경절정립,여사구미록,이기심돈망.

若一走入塵환,無論物不相關,卽此身亦屬贅旒矣.

약일주입진환,무론물불상관,즉차신역속췌류의.

산 속에 살면 가슴이 맑고 깨끗하여

대하는 사물마다 모두가 아름답다.

외로운 구름 한가로운 학을 보면 초절을 생각하고,

돌 틈에 흐르는 샘을 만나면 마음의 때를 씻는다.

늙은 전나무와 매화나무를 어루만지면서

굳센 기개를 일으키고

모래톱의 갈매기와 깊은 산 속 사슴을 벗하면

번거로운 마음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한번 속세에 들게 되면

바깥 모든 사물과 상관하지 않더라도

이 몸은 어느새 부질없는 것이 된다.

 

【107】자연스럽게 살면 자연과 하나가 된다

興逐時來,芳草中,撤履間行,野鳥,忘機時作伴.

흥축시래,방초중,철리간행,야조,망기시작반.

景與心會,落花時,披襟兀坐,白雲,無語漫相留.

경여심회,낙화시,피금올좌,백운,무어만상류.

흥겨움이 때맞추어 일어나

맨발로 풀밭을 거닐게 되면

들새도 겁내지 않고 벗이 된다.

경치가 마음에 들어

꽃 지는 아래 옷깃 헤치고 앉게 되면

흰 구름도 말없이 다가와 머문다.

 

【108】조그만 생각의 차이로 화복이 갈린다

人生福境禍區,皆念想造成.

인생복경화구,개념상조성.

故釋氏云,"利欲熾然,卽是火坑.貪愛沈溺,便爲苦海.

고석씨운,"이욕치연,즉시화갱.탐애침닉,변위고해.

一念淸淨,熱焰成池.一念警覺,船登彼岸".

일념청정,열염성지.일념경각,선등피안".

念頭稍異,境界頓殊,可不愼哉?

염두초이,경계돈수,가불신재?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석가가 말했다.

"욕심이 타오르면 그것이 곧 불구덩이고

탐애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가 된다.

한 생각이 깨끗하면 사나운 불꽃도 연못이 되고

한 마음이 깨달으면 배가 저 언덕으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경계는 크게 달라지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109】물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다

繩鋸木斷,水滴石穿.學道者,須加力索.

승거목단,수적석천.학도자,수가력색.

水到渠成,瓜熟체落.得道者,一任天機.

수도거성,과숙체락.득도자,일임천기.

새끼줄로 톱질해도 나무가 잘라지고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구하라.

물이 모이면 개천을 이루고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겨라.

 

【110】인간 세상이 고해만은 아니다

機息時,便有月到風來,不必苦海人世.

기식시,변유월도풍래,불필고해인세.

心遠處,自無車塵馬迹,何須痼疾丘山?

심원처,자무차진마적,하수고질구산?

마음을 쉬게 하면 달이 뜨고 바람이 부니

반드시 인간 세상 고해만은 아니다.

마음을 멀리하면

수레의 티끌과 말발굽소리 저절로 없어지니

어찌 산 속만 그리워하랴.

 

【111】잎이 지면 뿌리에서 싹이 돋는다

草木재零落,便露萌穎於根저.

초목재영락,변로맹영어근저.

時序雖凝寒,終回陽氣於飛灰.

시서수응한,종회양기어비회.

肅殺之中,生生之意常爲之主,卽是可以見天地之心.

숙살지중,생생지의상위지주,즉시가이견천지지심.

잎이 지면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고

계절은 비록 엄동이지만

마침내 동지가 되면 봄기운이 감돈다.

죽음의 기운 가운데에도

항상 생성의 뜻이 앞서는 것

이것이 바로 천지의 마음이이다.

 

【112】고요한 밤 종소리 맑고 높아라

雨餘,觀山色,景象便覺新姸.

우여,관산색,경상변각신연.

夜靜,聽鐘聲,音響尤爲淸越.

야정,청종성,음향우위청월.

비 개인 뒤의 산 빛을 보면

경치 더욱 새로우며

고요한 밤에 종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는 더욱 맑고 높다.

 

【113】높은 곳에 오르면 마음이 넓어진다

登高,使人心曠.臨流,使人意遠.

등고,사인심광.임류,사인의원.

讀書於雨雪之夜,使人神淸.舒嘯於丘阜之嶺,使人興邁.

독서어우설지야,사인신청.서소어구부지령,사인흥매.

높은 곳에 오르면 마음이 넓어지고

시냇가에 서면 뜻이 멀어진다.

눈비 오는 밤에 책 읽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에 올라 시 읊으면 흥취가 높아진다.

 

【114】마음이 넓으면 집착하지 않는다

心曠,則萬鍾如瓦缶.

심광,칙만종여와부.

心隘,則一髮似車輪.

심애,칙일발사차륜.

마음이 넓으면 만종도 질그릇 같고

마음이 좁으면

머리칼 한 올도 수레바퀴와 같다.

 

【115】욕망이 진리가 될 수도 있다

無風月花柳,不成造化.無情欲嗜好,不成心體.

무풍월화류,불성조화.무정욕기호,불성심체.

只以我轉物,不以物役我,則嗜欲莫非天機,卽是理境矣.

지이아전물,불이물역아,즉기욕막비천기,즉시리경의.

바람과 달과 꽃과 버들이 없으면

자연의 조화도 이루어지지 못하며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본체도 이루어지지 못한다.

다만 나로 하여금 사물을 움직이게 하고

사물로 하여금 나를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면

기호와 정욕도 하늘의 작용 아님이 없고

세상의 마음도 진리의 경계가 된다.

 

【116】세상에서 세상을 벗어날 수 있다

就一身了一身者,方能以萬物付萬物.

취일신료일신자,방능이만물부만물.

還天下於天下者,方能出世間於世間.

환천하어천하자,방능출세간어세간.

자신의 몸에 대하여

다 깨달은 사람은

만물을 만물에 맡길 수 있다.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은

세상에서 세상을 벗어날 수 있다.

 

【117】지나치게 바쁘면 본성이 숨는다

人生太閑,則別念竊生.太忙,則眞性不現.

인생태한,즉별념절생.태망,즉진성불현.

故士君子不可不抱身心之憂,亦不可不耽風月之趣.

고사군자불가불포신심지우,역불가불탐풍월지취.

사람이 지나치게 한가하면

쓸데없는 생각이 몰래 생겨나고

지나치게 바쁘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군자는 심신의 근심을 지녀야 하며

풍월의 취미도 즐겨야 한다.

 

【118】마음은 움직여서 본성을 잃는다

人心多從動處失眞.若一念不生 澄然靜坐,

인심다종동처실진.약일념불생 징연정좌,

雲興而悠然共逝,雨滴而冷然俱淸,

운흥이유연공서,우적이냉연구청,

鳥啼而欣然有會,花落而瀟然自得.

조제이흔연유회,화락이소연자득.

何地非眞境? 何物非眞機?

하지비진경? 하물비진기?

사람의 마음은 움직여서 본성을 잃는다.

아무런 생각도 일으키지 않고

맑고 고요히 앉아 있으면

구름이 일면 유연히 함께 하고

빗방울 떨어지면 냉연히 맑아지며

새가 울면 혼연히 즐거워하고

꽃이 지면 뚜렷이 깨달을 수가 있다.

어느 곳인들 참된 경치가 아니고

어느 것인들 참된 작용이 아니겠는가.

 

【119】근심 없는 기쁨은 없다

子生而母危,강積而盜窺,何喜非憂也?

자생이모위,강적이도규,하희비우야?

貧可以節用,病可以保身,何憂非喜也?

빈가이절용,병가이보신,하우비희야?

故達人當順逆一視,而欣戚兩忘

고달인당순역일시,이흔척양망

자식이 태어날 때 어머니가 위태롭고

돈이 쌓이면 도둑이 엿보니

어느 기쁨이든 근심 아닌 것이 없다.

가난은 근검하여 절약하게 하고

병은 몸을 보호하게 한다.

어느 근심이든 기쁨 아닌 것이 없다.

통달한 사람은 순탄함과 어려움을 같이 보고

기쁨과 근심을 모두 잊는다.

 

【120】들은 것을 마음에 남기지 마라

耳根似표谷投響.過而不留,則是非俱謝.

이근사표곡투향.과이불류,즉시비구사.

心境如月池浸色.空而不著,則物我兩忘.

심경여월지침색.공이불저,즉물아양망.

귀는 세찬 바람이 계곡을 울리며 지나는 것처럼

바람이 지난 뒤 메아리가 남지 않게 하면

시비도 함께 사라진다.

마음은 밝은 달이 연못에 비치는 것처럼

비어서 어디에도 머물지 않게 하면

사물과 나를 모두 잊을 수 있다.

 

【121】사람은 스스로 마음에 고해를 만든다

世人爲榮利纏縛,動曰"塵世苦海",

세인위영리전박,동왈"진세고해",

不知雲白山靑 川行石立 花迎鳥笑 谷答樵謳.

부지운백산청 천행석립 화영조소 곡답초구.

世亦不塵,海亦不苦.彼自塵苦其心爾.

세역부진,해역불고.피자진고기심이.

세상 사람들은 영리에 얽매여서

걸핏하면 진세니 고해니 하지만

흰 구름과 푸른 산, 흐르는 냇물과 치솟은 바위,

꽃을 맞이하여 새가 웃으며

골짜기는 화답하고 나무꾼은 노래함을 모른다.

세상은 티끌도 괴로움의 바다도 아닌데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티끌과 괴로움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122】꽃이든 술이든 지니치면 추악하다

花看半開,酒飮微훈,此中大有佳趣.

화간반개,주음미훈,차중대유가취.

若至爛漫모도,便成惡境.履盈滿者,宜思之.

약지란만모도,변성악경.이영만자,의사지.

꽃은 반쯤 핀 것을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게 마시면

참다운 아름다움이 그 속에 있다.

꽃이 활짝 피고 술에 흠뻑 취하게 되면

도리어 추악한 지경에 이르게 되니

가득 찬 상태에 있는 이는 생각할 일이다.

 

【123】인위적이지 않은 것이 좋다

山肴不受世間灌漑,野禽不受世間환養,其味皆香而且冽.

산효불수세간관개,야금불수세간환양,기미개향이차열.

吾人能不爲世法所點染,其臭味不逈然別乎?

오인능불위세법소점염,기취미불형연별호?

산나물은 가꾸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고

들새는 기르지 않아도 스스로 살건만

그 맛은 모두 향기롭고 맑다.

사람도 세상의 법에 물들지 않으면

그 맛은 뛰어나게 다를 것이다.

 

【124】깨달음이 없으면 참맛도 없다

栽花種竹 玩鶴觀魚,又要有段自得處.

재화종죽 완학관어,우요유단자득처.

若徒留連光景 玩弄物華,

약도류연광경 완농물화,

亦吾儒之口耳 釋氏之頑空而已,何有佳趣?

역오유지구이 석씨지완공이이,하유가취?

꽃을 가꾸며 대나무를 심고

학과 놀고 물고기를 보는 것에도

한갓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만일 헛되이 눈앞의 광경에만 빠져

아름다움만을 즐긴다면

그것은 유학에서 말하는 구이지학이며

불교에서 말하는 완공일 뿐이다.

무슨 아름다운 풍취가 있겠는가?

 

【125】정신과 육체를 맑게 지켜라

山林之士,淸苦而逸趣自饒.

산림지사,청고이일취자요.

農野之夫,鄙略而天眞渾具.

농야지부,비략이천진혼구.

若一失身市井장會,不若轉死溝壑 神骨猶淸.

약일실신시정장회,불약전사구학 신골유청.

산 속에 사는 선비는 청빈하여

그윽한 맛이 저절로 풍기고

들에서 일하는 농부는 소박하여

천진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만약 몸을 시장의 거간꾼으로 떨어뜨린다면

차라리 구렁텅이에 빠져 죽더라도

정신과 육체가 맑은 것만 못하다.

 

【126】지나친 복과 이득은 위험하다

非分之福 無故之獲,非造物之釣餌,卽人世之機정.

비분지복 무고지획,비조물지조이,즉인세지기정.

此處,著眼不高,鮮不墮彼術中矣.

차처,저안불고,선불타피술중의.

분수에 넘치는 복과 까닭 없는 이득은

조물주의 낚시 미끼가 아니면

인간 세상의 함정이다.

이런 때에 높은 곳을 분명히 보지 않으면

그 꾀임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이 없다.

 

【127】인생은 본래 꼭두각시놀음이다

人生原是一傀儡,只要根체在手.

인생원시일괴뢰,지요근체재수.

一絲不亂,卷舒自由 行止在我.

일사불란,권서자유 행지재아.

一毫不受他人提철,便超出此場中矣.

일호불수타인제철,변초출차장중의.

인생은 본래 꼭두각시놀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근본을 잡고 있어야 한다.

한 가닥 줄도 헝클어짐이 없이

감고 푸는 것이 자유로워야

움직이고 멈추는 것이 나에게 있게 되어

털끝만큼도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이 놀이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128】이로운 일이 있으면 해로움도 생긴다

一事起,則一害生.故天下常以無事爲福.

일사기,즉일해생.고천하상이무사위복.

讀前人詩云,"勸君莫話封侯事,一將功成萬骨枯".

독전인시운,"권군막화봉후사,일장공성만골고".

又云,"天下常令萬事平,궤中不惜千年死".

우운,"천하상영만사평,궤중불석천년사".

雖有雄心猛氣,不覺化爲氷霰矣.

수유웅심맹기,부각화위빙산의.

한 가지 이로운 일이 있으면

한 가지 해로움이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는 일 없음으로 복을 삼는다.

옛사람이 시에서 말했다.

"그대여 제후에 봉해지는 일을 말하지 말게

한 장수의 공을 위해서 만 사람의 뼈가 마른다네."

다시 말했다.

" 천하가 항상 평화롭다면

칼집에서 천년을 썩어도 아깝지 않다."

영웅의 마음과 용맹스러운 기개가 있다해도

모르는 사이에 얼음처럼 사라질 수가 있다.

 

【129】음란한 여자도 극에 달하면 여승이 된다

淫奔之婦,矯而爲尼.熱中之人,激而入道.

음분지부,교이위니.열중지인,격이입도.

淸淨之門,常爲음邪淵藪也如此.

청정지문,상위음사연수야여차.

음란한 여자도 극에 다다르면 여승이 되고

명리에 열중하던 사람도 격해지면

스님이 되는 수가 있다.

깨끗한 불문이 음란과 사악의 소굴이 되는 것은

이와 같은 것이다.

 

【130】마음은 일밖에 초월하여 두어라

波浪兼天,舟中不知懼,而舟外者寒心.

파랑겸천,주중부지구,이주외자한심.

猖狂罵坐,席上不知警,而席外者사舌.

창광매좌,석상부지경,이석외자사설.

故君子,身雖在事中,心要超事外也.

고군자,신수재사중,심요초사외야.

파도가 하늘높이 치솟을 때

배 안에 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모르지만

배 밖에 있는 사람은 가슴이 서늘하다.

미치광이가 좌중에 욕설을 퍼부으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경계할 줄 모르지만

밖에 있는 사람은 혀를 찬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은 비록 일 가운데 있더라도

마음은 초월하여 밖에 있어야 한다.

 

【131】말을 줄이면 허물이 적어진다

人生減省一分,便超脫一分.

인생감생일분,변초탈일분.

如交遊減,便免紛擾.言語減,便寡愆尤.

여교유감,변면분요.언어감,변과건우.

思慮減,則精神不耗.聰明減,則混沌可完.

사려감,칙정신불모.총명감,칙혼돈가완.

彼不求日減而求日增者,眞桎梏此生哉!

피불구일감이구일증자,진질곡차생재!

사람이란 무슨 일이든

하나를 줄이면 곧 하나를 초월한다.

사귐을 줄이면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줄이면 허물이 적어지며

생각을 줄이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을 줄이면 본성을 보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날로 줄이기를 원하지 않고

오직 더하기를 원하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속박하는 것이다.

 

【132】마음속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天運之寒暑易避,人生之炎凉難除.

천운지한서이피,인생지염량난제.

人生之炎凉易除,吾心之氷炭難去.

인생지염량이제,오심지빙탄난거.

去得此中之氷炭,則萬腔皆和氣,自隨地有春風矣.

거득차중지빙탄,즉만강개화기,자수지유춘풍의.

자연의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쉬워도

인간 세상 더위와 추위는 제거하기 어렵다.

인간 세상의 더위와 추위는 제거하기 쉬워도

마음속 추위와 더위는 제거하기가 어렵다.

내 마음의 추위와 더위 없애기만 한다면

온 몸이 화기로 가득 차서

가는 곳마다 저절로 봄바람이 불 것이다.

 

【133】욕심이 없으면 부족함도 없다

茶不求精,而壺亦不燥.酒不求冽,而樽亦不空.

차불구정,이호역부조.주불구열,이준역불공.

素琴無絃,而常調.短笛無腔,而自適.

소금무현,이상조.단적무강,이자적.

終難超越羲皇,亦可匹주稽阮.

종난초월희황,역가필주계원.

좋은 차만을 구하지 않으면

차 주전자 마르는 일이 없고

향기로운 술만 구하지 않으면

술 단지 또한 비는 일이 없다.

꾸밈없는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고르고

짧은 피리는 구멍이 없어도 항상 즐겁다.

비록 복희씨보다는 못하더라도

죽림칠현과는 짝할 수 있다.

 

【134】인연에 따라 분수를 지켜 처신하라

釋氏隨緣 吾儒素位四字,是渡海的浮囊.

석씨수연 오유소위사자,시도해적부낭.

蓋世路茫茫,一念求全,則萬緖紛起.

개세로망망,일념구전,즉만서분기.

隨寓而安,則無入不得矣.

수우이안,칙무입부득의.

불교의 '수연'과 유교의 '소위' 네 글자는

바다를 건너는 공기 주머니이다.

세상 길은 참으로 망망하여

일념으로 완전을 구한다면

만가지 실마리가 일어난다.

경우 따라 마음을 편하게 하면

가는 곳마다 만족하지 못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