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ona (라모나)
저녁 으스름....... 정서진 바다 서쪽으로 해가 진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오후 60년 만에 어렵게 조우한 첫 사랑 여인. 우리는 쓸쓸한 미소로 마주하여 커피를 마신다.
“아직도 로맨틱 하셔...... 정말 늙지 않으셨네요.” “당신을 만나 회귀(回歸)한 거죠.” “지금 어때요?” “슬프고 기쁘고 ...회한(悔恨)과 희열(喜悅)” “그래도 옛날로 돌아 갈 수 있는 감정은 살아 있네요. 그렇죠?” “저문다는 것은 너무 너무 숨 막혀. 이럴 경우” “그러게 왜 이렇게 함께 숨 막히는 고통을 선택 하셔?” “그래도 후회 없는 마감 같아 기쁘기도 합니다.” “.............” “손 한번 잡아볼까요? “그러고는 싶지 않아요.” “세월을 마감하는데...? 너무 박정해요. 당신?” “왜 이럴까? 당신이란 말...? 소름끼쳐” 그러면서 그네는 내손을 꼬옥 잡아 준다. 향기처럼 피어나는 옛 사연. 이윽고 정서진 서쪽 서해바다 해는 떨어지고 삭막한 어둠속의 늙은이 둘. 그네는 그 시절 불러주던 샹송 “라모나”를 가늘게 노래하네. 라모나 창공에 종이 울린다............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낙엽이 떨어져 쌓였다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그러고는 우리들 젊은 날 사랑했던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을 함께 흥얼대던 시절을 혼자 떠 올리고 있는데 문득 그네는 말한다. “박인환 시인의 두 부부가 이 ”라모나”를 같이 자주 불렀다지요.“ “박인환 부부답네....” 라모나.... 라모나.....
-2018년 5월 23일 8시 24분 정서진 24층 restaurant에서-
※정서진: 아라 뱃길 서쪽 끝 해지는 장면 보이는 곳. ※ Ramona (라모나) 1910년대의 위대한 샹송 가수였던 생그라니에가 노래한 감상적 샹송의 대표 곡이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sentimental하게 노래하여 세계 여러 가수들이 즐겨 부르고 또 그 아름다운 선율은 사랑의 기타리스트 끌로드 치아리를 비롯한 여러 연주가들에게 널리 애호되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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