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글모음

[스크랩] 시인이 뭣이 길래

modory 2018. 4. 19. 08:56

시인이 뭣이 길래

                                      - 어느 잡지사의 신인상 당선작을 보고

                                                                            서정호 : 매일시니어문학상 2017년 시 부문 최우수 입상한 사람

신인상 공모에 응모하려고 하니 친구가 그 깐데 왜 응모 하냐? 돈 주고 사면되는데 하고 친구가 빈정거렸다

 

시인이 무엇 이길래 영혼과 양심을 팔아 시인이 되려고 할까?

등단이란 꼭대기에 무엇이 있기에 돈으로 책을 사 계단을 쌓아 밟아 오르려고 할까?

시인되기가 부끄럽다.

 

문학이란 이름의 전문지 또는 계간지들 중 일부가 등단을 빌미로 장사를 하고 있다. 만원이 넘는 잡지 수 십 권을 사야 신인상 준다는 이야기가 문학계의 '등단 장사 낯을 보다란 제목으로 인터넷 파이낸샬 뉴스에 났다.

시를 사랑하고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그래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시인들은 개탄하면서도 근절할 방법이 없으니 그들만의 잔치를 펴게 버려두라고 했다.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수 십 년 시를 쓴 지식을 문하생을 모아 시를 가르친다.

시가 무엇인지 몰랐던 것을 일깨워 주고 부적절한 표현을 고쳐 준다.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며 멋지고 아름다운 언어로 영혼을 담은 시를 꾸준하게 쓰게 가르쳐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함께 시를 공부하던 시인 지망생이 문예지에 신인상 받았다고 자랑했다. 모두 축하한다고 칭찬하고 격려했다.

3월 책이 나왔을 때 시를 배우던 문우들 몇 몇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이럴 수가... 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신인상을 받은 사람의 이름아래 있는 시들은 그 사람의 냄새도 빛깔도 없는 작품이었다.

시는 사람의 정서나 사상. 자연의 내면이나 아름다움을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기에 쓴 사람의 정신이 보여야 한다. 문우들은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잘못 되었을 것이라 하였다.

그의 작품을 문우들은 안다. 시를 쓰는 도구가 되는 모국어 구사하는 능력도 안다.

그는 시인이 되고 싶어 다른 시인에게도 6개 월 가량 배우면서 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배워 언제 등단할 것이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래도 그 시인에게 배운 사람이 많이 문학상에 입상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그거 어찌하다가 된 것이라며 폄훼하고 떠났다.

시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 지나쳐 돈이나 섹스의 검은 커넥션이 있으면 괴물이 된다.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부추겨 잡지를 사는 것을 전제로 당선시키면 그것은 검은 흥정이며 거래이다.

잡지사의 행태가 잇속 챙기는 책장사의 속성이며 상업주의 속성이라 접어두더라도 가르치는 시인과 배우는 문하생은 흥정이나 거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오직 배우고 가르치는 순수만이 있어야 한다.

시인이 되고 싶은 욕망과 시인을 많이 등단시킨 유명 시인으로 군림하고 싶은 욕망들이 얽혀 고치는 정도를 넘어 대필해주거나 대작을 주는 검은 커넥션은 시라는 아름다운 호수를 시궁창으로 만든다.

예술 분야에 미투라는 이름의 괴물이 등장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라는 사람이 철퇴를 맞았다.

성을 전제로 한 것이 미투였다면 代作으로 신인상을 받게 하는 것은 영혼과 양심의 매매일 것이다.

 

또 다른 괴물이 음습한 곳에서 자라고 있다

언젠가 이 괴물은 아름다운 영혼의 연못을 시궁창으로 만들 것이고 그 물에는 벌레들로 우글거릴 것이다. 시를 사랑하던 사람들은 호수를 떠날 것이다.

그 잡지는 구겨진 휴지보다 시골 뒷간에도 못 갈 더러운 종이 나부랭이가 되어 뭇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고 밟힐 것이다

모국어를 아름답게 빚어 꿈을 만들어 주는 시를 병들게 하는 시대, 시를 죽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면 시가 사라지고 독자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활자미디어는 전전긍긍하고 있지 않는가?

시는 시인이 읽는 것이 아니고 시를 사랑하는 독자가 읽는 것이다.

 

 

http://v.media.daum.net/v/20180202102140983 201822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