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글모음

라모나 / 검농 김재일

modory 2018. 6. 2. 11:20

 Ramona (라모나)

저녁 으스름.......

정서진 바다 서쪽으로 해가 진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오후

60년 만에 어렵게 조우한 첫 사랑 여인.

우리는 쓸쓸한 미소로 마주하여 커피를 마신다.

 

아직도 로맨틱 하셔...... 정말 늙지 않으셨네요.”

당신을 만나 회귀(回歸)한 거죠.”

지금 어때요?”

슬프고 기쁘고 ...회한(悔恨)과 희열(喜悅)”

그래도 옛날로 돌아 갈 수 있는 감정은 살아 있네요. 그렇죠?”

저문다는 것은 너무 너무 숨 막혀. 이럴 경우

그러게 왜 이렇게 함께 숨 막히는 고통을 선택 하셔?”

그래도 후회 없는 마감 같아 기쁘기도 합니다.”

“.............”

손 한번 잡아볼까요?

그러고는 싶지 않아요.”

세월을 마감하는데...? 너무 박정해요. 당신?”

왜 이럴까? 당신이란 말...? 소름끼쳐

그러면서 그네는 내손을 꼬옥 잡아 준다.

향기처럼 피어나는  옛 사연.

이윽고 정서진 서쪽 서해바다 해는 떨어지고 삭막한 어둠속의 늙은이 둘.

그네는 그 시절 불러주던 샹송 라모나  가늘게 노래하네.

라모나 창공에 종이 울린다............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낙엽이 떨어져 쌓였다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그러고는 우리들 젊은 날 사랑했던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을 함께 흥얼대던 시절을 혼자 떠 올리고 있는데

문득 그네는 말한다.

박인환 시인의 두 부부가 이 라모나를 같이 자주 불렀다지요.“

박인환 부부답네....”

라모나.... 라모나.....

 

  -2018523824  정서진 24restaurant에서-

 

정서진: 아라 뱃길 서쪽 끝 해지는 장면 보이는 곳.

Ramona (라모나)

1910년대의 위대한 샹송 가수였던 생그라니에가 노래한 감상적 샹송의 대표 곡이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sentimental하게 노래하여 세계 여러 가수들이 즐겨 부르고 또 그 아름다운 선율은 사랑의 기타리스트 끌로드 치아리를 비롯한 여러 연주가들에게 널리 애호되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