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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9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들 부산일보.전북. 한라.경향. 동아. 조선. 매일

modory 2019. 1. 2. 06:21

.매일

 122019년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 부산일보. 전북. 한라.경향.동아.조선.매일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거미 - 권영하

하늘 끝 마천루 정수리에
밧줄을 꽁꽁 묶었다
동아줄 토해내며 낙하하는 몸으로
건물의 창을 닦으며 절벽으로 내려간다
빌딩들 눈부시게 플래시를 터트려도
허공 길 유리블록 사뿐히 밟으면서
수족관 물고기처럼
살랑살랑 물 호수를 흔들며 헤엄친다
뙤약볕 빨아먹은 유리성이 열을 뿜고
빌딩허리를 돌아온 왜바람이
목숨 줄을 무섭게 흔들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내려간다
아이스링크에 정빙기같이
생채기를 지운다
유리벽에 갇힌 사람들에게
푸른 하늘도 열어주고
유리창에 비치는 현수막의 사연도
살포시 보듬어 닦는다
의지할 곳도 없는 허공에서
작업복 물에 젖어 파스내음 진동하고
피로가 줄 끝에서 경적처럼 돋아나지만
또다시 하늘에 밧줄을 묶는다
땀 흘린 줄 길이만큼 도시는 맑아지고
유리벽에 그려진 풍경화도
깨끗해지니까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훈민정음 재개발지구 - 한경선

강남로 집현전 부동산 내벽에는
매물로 나온 낯선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푸른 종이 속 세종대왕을 사랑한 삼촌은
강남로에 집현전을 차려놓고
그 안에 가득 바람을 풀어놓았다
 
이곳의 바람은
타워팰리스 하늘과 내통한 지 이미 오래다
집현전 내벽에 새롭게 나붙은 훈민정음을 보며
성층권에서 내려온 별똥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별똥들의 방언도 이곳에서는
종종 새로운 훈민정음으로 인정된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소문의 지도를 따라
북두칠성이 제 궤도를 돌 때
궤도를 벗어난 뭇별들은 지하로 숨어들어
각진 상자 한 귀퉁이에 지친 제 하루를 누인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상자 속의 상자
앰뷸런스 소리가 빈번한 이곳
곽에서 관으로 이동하는 길목에도 훈민정음이 있다
흐린 불빛을 달고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관은
언젠가는 땅속 깊이 스며들어 더 이상
길어 올릴 수 없는 검은 우물을 만질 것이다
 
노숙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이미 그 우물의 색깔을 알고 있다
종종 허름한 지하방으로 스며들던 그 우물의 예언을 사람들은 한때
언문이라고 불렀다는 것도,
 
순식간에 곽이 관으로 변하는 것은 집현전의 소관이 아니다
ㄱ자로 꺾인 길을 돌아 ㄴ자로 통하는 길은
강남로 후미진 골목 도처에 널려 있다
 
나랏말싸미 세상인심과 달라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주위에 이상한 소문의 울타리를 친다
바람이 곽을 슬쩍 밀면 순식간에 관이 되는 이 새로운 골목에서
세종대왕을 사랑한 삼촌은 집현전 벽면에 새로운 훈민정음을 붙이고
네모난 상자곽 안의 잠을 사랑한 아버지는 오늘도
당신의 잠 속에 칠성판을 그려 넣고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
 
아버지에겐 종종 잠도 또 다른 언문이다


원문보기: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206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당선작 ‘훈민정음 재개발 지구’
“대칭적 소재들 유기적으로 화융… 시적 발상 절묘”심사위원 : 유안진 시인, 소재호 시인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응모자는 372명에 작품수는 1488편에 달했다. 지난 해보다 응모수가 증가되었으며 질적으로도 상승 기류를 탔다고 여겨진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10명 분 40편의 시를 고르고 골라 우수작품으로 ‘훈민정음 재개발지구’, ‘별이 빛나는 낮에’, ‘비문을 읽다’, ‘이음 베이커리’, ‘별이 의문부호로 떠 있는 바다’ 등으로 선별되었는데, 최종심에서 ‘훈민정음 재개발지구’가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신춘문예는 그 반향의 민감성으로,문학계에 끼친 영향의 상징성으로 연유하여 이의 품격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음 몇 가지 필요 조건을 내 걸었다.
존귀하고 경이로운 우리 모국어를 충분히 잘 승화시켜 빛내고 있는가. 아름다운 정서를 잘 빚어 냈는가. 내포된 메세지는 미래지향적으로 건강한가. 시의 본질인 기본 체제 갖춤이나 형상화를 비롯한 여러 가춤으로 시적 감동을 함유하며 언어 예술의 경지를 달성하고 있는가. 등등이다.
당선의 영예를 안은 ‘훈민정음 재개발지구’는 이러저러한 조건에 걸맞게 신춘문예 당선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보았다. 훈민정음이라는 어휘가 담고 있는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 정신을 이끌어 와 시 전편에 한 사조로 굽이치게 하며, 여기에 얹어 현대의 세태적 실감을 풍자로 연출하고 있다. 대칭적 소재들이 유기적으로 화융하며 조화를 이루게 하여 서사적 스토리를 엮는다. 시적 발상이 우선 절묘했다. 세종대왕은 화폐로서 강남의 부를 창출하는 재화를 의미하며 또한 훈민정음의 정신을 함께 상징하여 중의적 표상으로 등장한다. 상층의 부류와 가난한 서민이 교차적으로 이야기 속에 끼여 든다. 곽과 관에 서로 넘나드는 이미지의 진화도 관심을 끈다. ㄱ과 ㄴ이 기호로 등장하는 교집합성과 대립성은 훈민정음의 정신 본연에 다가간다.
‘언문’은 집단 무의식, 거대한 민족 문화의 누적적 잠재 의식을 담지하며 이 시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셈이다. 말하자면 백성들을 이롭게하려는 훈민정음의 고유 정신인 나라 말씀인 것이다.
북두칠성과 칠성판은 마치 생과 사, 빛과 어둠, 운명의 지배자(하늘)와 고단의 삶을 펼쳐 가는 피지배자(땅)로 상호 대치를 보이며 함께 조화로움에 다가간다. 이 시에서는 고결하고 신성한 훈민정음 정신과 세속적 부동산 실태와 노숙에서 돌아 온 아버지로 표상되는 가난한 서민의 삶 등 세 타래의 얼킨 스토리의 영상이 교차적으로 오버랩되며 종결에 이른다.
결국 마지막엔 원융(圓融)을 표방하며 옹근 시 정신을 성취한다.“아버지에겐 종종 잠도 또 다른 언문이다.”
원문보기: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215


◎[2019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김윤진 '소(沼)'
고양이소에서 정말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당신은 물웅덩이를 지켰다. 짙은 녹색의 고양이소처럼 당신의 집은 고양이의 눈처럼 깊고 고요하다.가만히 있다가도 다이빙하거나 발을 헛디뎌서 누가 그 깊이를 만지면, 털을 바짝 세우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릉, 하고 울어댔다. 몸을 으스스 떨며 건져 올린 신발의 개수를 일지에 적어넣는 것이 여름 당번의 일. 개학 후 신발의 개수만큼 책상이 비고, 당신이 지키지 못한 동생들은 집을 떠나고당신은 항상 깊이를 알 수 없어 두근대는 소(沼)에서 산다. 꿈속에 당신의 아비는 칼을 들고 당신을 쫓아오고. 또 하나 당신의 아비는 발목이 부러진 당신을 부축하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한 손은 당신 어깨를 감싸고, 파도가 되었다가 호수가 되었다가 그저 무지개 장화를 신은 아이들의 퐁당거리는 빗물이 되었다가, 당신마저 발을 담그면 세숫대야 물은 심층을 알 수 없었다.

그림=최현진
[시 당선소감] 공기와 불, 물과 대지처럼 가볍고 무겁게
당선자 김윤진
몸과 맘이 아픈 한 해였다. 하지만 제일 즐겁게 몸과 맘으로 외친 한 해가 저물어간다.생각이 바뀌고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것은 무조건 유쾌하다. 올해 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고향과 유년이라는 코드에 집중하고, 모든 걸 극복하기로 맘먹었다. 글쓰기는 어려울 때마다 밀물과 썰물처럼 내게 왔다 갔다 하는 숨은 힘이었다. 어려운 걸 싫어하고, 끝마무리를 못하는 게으른 루저, 문법에 약하고 감정에도 헤픈 나라는 사람이 글 쓴다는 걸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겠지만, 내 인생은 시종일여 일관되었다고 자부한다.물과 불, 공기와 대지의 상승 이미지. 대학원 시절 정현종 선생님이 사사하신 가스통 바슐라르의 4원소 총체적 상상력과 역량을 여전히 신뢰한다. 앞으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기와 불처럼, 물과 대지처럼 가볍고 무겁게 살고 그리 글을 쓸 것이다.생각의 문을 열기위해 어려운 책을 서슴없이 토론하는 가가모임(가치에 대한 가치를 추구 하는 독서회) 동인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감히 금병매를 읽었던 초등생 내게 인생 최초의 무거운 책, 한국 단편소설집을 권해주셨던 아버지, 당신의 힘입니다. 감성을 키워준 내 유년의 낡은 집과 어머니, 당신의 힘입니다. 말없이 지켜봐주는 우리 가족들 너무 사랑합니다.

▷본명 김현희 ▷1971년 제주 서귀포 출생

▷1994년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8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수료 ▷제주 거주, 가가모임 동인


[심사평] 시의 펼침에 반전과 도약의 상상력

시인·평론가 장석주, 시인 허영선
201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응모된 시편은 323명의 작품 1326편이다. 이중에서 최재훈, 최와온, 홍명희, 김윤진, 옥영경, 배경령, 배종영, 진영심, 이정혜, 이교진 씨의 시들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랐다. 본심에 오른 시편들은 다채로운 상상력과 함께 기대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반가웠다. 이들 시편을 읽고 검토한 끝에 김윤진 씨의 '소(沼)'와 진영심 씨의 '재와 보석' 중에서 당선작을 고르기로 결정했다. 진영심 씨의 '재와 보석'이 먼저 심사자의 눈길을 끌었는데, 시의 어조가 활달하고 시의 내공도 상당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시는 레이캬비크에서 시작하는 황금고리 해안선, 디르홀레이 해안가, 요쿤살론 유빙들… 같은 이국의 지명과 유황가스, 화산, 용암, 기암괴석, 만년설, 빙산, 간헐천 이마들… 같은 낯선 풍물 등이 어우러지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진영심 씨가 펼친 비췻빛으로 물든 시적 공간은 독자의 마음을 잡아 끌며 저 먼 동경의 장소로 데려간다. 하지만 여러 시적 요소가 잘 버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창법(唱法)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시적 상상력의 능란함에서도 어딘지 낯익은 기성의 솜씨가 느껴져 신인의 시로 천거하기에는 망설여졌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며 시를 내려놓았다.김윤진 씨의 '소(沼)'는 제주도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고양이소(沼)'에 얽힌 슬픈 일화(逸話)를 과장이나 들뜸이 없이 차분한 어조로 빚은 작품이다. 김윤진 씨의 시는 오직 구체적 경험의 범주에서 상상력의 단초를 구하느라 다소 밋밋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년의 아픈 경험을 장악하는 솜씨가 뛰어나고, 그 슬픔의 질량을 절제된 표현으로 담아낸 것은 숨길 수 없는 재능이다. 웅덩이를 고양이로 바꾸는 활유법에서 시는 돌연 탄력을 얻는데, 이를테면 '누가 그 깊이를 만지면, 털을 바짝 세우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갸릉, 하고 울어댔다'라는 구절을 거쳐 '당신은 항상 깊이를 알 수 없어 두근대는 소(沼)에서 산다'에 이르는 시의 펼침에서 드러난 반전과 도약의 상상력은 분명 남다른 시적 재능이다. 함께 투고한 '태풍', '그 집' 같은 시에서도 좋은 시인이 될 만한 재능을 두루 확인하며 우리는 김윤진 씨의 시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원문보기:http://www.ihalla.com/read.php3?aid=1546268400617470036


◎[2019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작 -

성다영 ‘너무 작은 숫자’


도로에 커다란 돌 하나가 있다 이 풍경은 낯설다 도로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 풍경은 이해된다


그린벨트로 묶인 산속을 걷는다 

끝으로 도달하며 계속해서 갈라지는 나뭇가지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다 예외가 있다면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공학자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렇기에 더 중요합니다 너무 작은 숫자에 더 작은 숫자를 더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은 비유다 
망할 것이다 


한여름 껴안고 걸어가는 연인을 본다 정말 사랑하나봐 네가 말했고 나는 그들이 불행해 보인다는 말 대신 정말 덥겠다 이제 그만 더웠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말하면 너는 웃지


그런 예측은 쉽다 

다영 씨가 웃는다

역사는 뇌사상태에 빠진 몸과 닮았다 


나무 컵 받침이 컵에 달라붙고 중력이 컵 받침을 떼어낸다 
물이 끈적인다 컵의 겉면을 따라 물방울이 아래로 모이는 동안 사람과 사물은 조금씩 낡아간다



조용한 공간에 금이 생긴다      


되돌릴 수 없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312103005&code=960205#csidx59059195d220a2e93656411867df017


[2019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소감 - 낯선 변방에서 시를 쓰겠다

한 사람씩 부르며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하는 것만큼 촌스러운 수상소감이 없다고 누군가 말한 적 있습니다. 수상소감은 평생 남는 건데 멋있게 쓰라고 그랬습니다. 어떤 자세로 시를 쓸지 태도를 보여주라고 그랬습니다. 저는 사랑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사랑하고 고맙다고 말하는 게 가장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순간 가장 소중한 것을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이것이 저의 태도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하고 고마워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제가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어도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한아 사랑하고 고마워. 고운 언니 사랑하고 고마워요. 시현아 사랑하고 고마워. 양지야 사랑하고 고마워. 규찬, 광록, 현, 스터디 친구들 사랑하고 고마워요. 파랑새 친구들 사랑하고 고마워요. 김혜순 선생님, 이원 선생님, 송승환 선생님, 김언 선생님, 이광호 선생님, 김승일 선생님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읽어주시고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당선 소감은 2018년 7월 30일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미리 썼습니다.
그리고 2018년 7월 30일 이후에 만난 준수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매년 그렇듯이 올해도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무기력한 순간에도 시를 썼습니다. 그때마다 미리 써놓은 당선 소감을 꺼내 읽으며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저는 시가 움직이지 않는 무언가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시를 씁니다. 문학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 같아서 실망할 때에도. 시를 쓰다가 실패할 때에도.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 깜짝 놀랍니다. 살아있다는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전화를 받고 사람들에게 당선 소식을 알렸습니다.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매우 놀라거나 그저 그런 반응. 매우 놀라는 사람은 대체로 시인을 위대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카프카가 말했듯이 시인은 사회의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보잘것없고 연약합니다. 그래서 지상 생활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느낍니다. 시인이 연약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저도 미래를 걱정합니다. 20년 후에 임플란트 비용을 어떻게 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감각은 깨끗하게 포장된 안전한 길 위에 있지 않습니다. 저는 길을 잃기 시작하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설렙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낯선 것을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낯선 것은 변방에 있습니다. 변방에는 소위 정상이라는 괴상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변방에는 나이, 지역, 국적, 인종, 질병과 장애 여부, 학력, 가족 형태, 성적지향, 성정체성이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는 거기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시를 쓰겠습니다. 
성다영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312103025&code=960205#csidx594f1ca18f8a68ebed42644d869c542
[2019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심사평 - 쓰고자 하는 것을 쓰는 힘
심사위원 장석남·김민정·신용목

적어도 시에서 고유한 세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세계를 향해 가는 ‘언어적 의지’일 것이다. 언어적 의지는 시인의 의지가 아니라 시인이 구사하는 언어에 숨어 있는 힘에 가깝다. 그 힘으로 인해 우리는 시가 만드는 특별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어떤 언어는 동시대 시인들에게 마치 공통감각처럼 통용되기도 하는데, 그 유행에 시인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방법론에 휩쓸린 나머지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심사 마지막 단계에서 ‘흰 토르소와 천사의 나날’ 등 5편을 보낸 김혜린의 시를 더 기다려보기로 결정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김혜린은 유려한 연결 속에 특유의 정서를 끌어내는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박다래, 김지미, 서귀옥, 유승아 등에게 지적된바, 시상의 전개가 인식의 과도한 관여로 자연스러움을 잃거나 언어적 질감을 해치는 단점을 감각적으로 극복한 사례였다. 그러나 그 감각이 가진 정서적 울림만큼이나 자신의 세계에 대한 믿음을 견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모두가 잘 쓰고자 한다. 하지만 ‘쓰려는 것을 잘 쓰는 것’과 ‘잘 쓰기 위해 쓰는 것’은 다르다. 시가 고유한 세계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언어의 장르이면서 또한 진실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성다영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당선작 ‘너무 작은 숫자’는 침묵과 수다를 격정 속에 교차시키고 딴청과 응시를 침묵 속에 빠뜨리면서, 이러한 언어의 불균질성이야말로 상실 앞에 선 마음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말한다. 비록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사라짐의 의미를 깨달을 수는 없지만, 그 순간에 동참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것들이 겪는 상실의 필연적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컵에 달라붙어 있던 컵 받침이 무심하게 다시 떨어지는 일에서조차도 말이다. 그것이 성다영 시가 가진 언어적 의지이다. 막 등장한 신인에게 그만의 세계를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하지만 시의 세계란 언제나 유예되는 것이어서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그 세계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성다영은 가졌다. 신인에게 그보다 중요한 태도는 없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312103015&code=960205#csidx960443a65275c889f6c399e74ef3fbc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9/시 당선작]
캉캉


최인호



●당선소감 

시간에게 미안하지 않게 더 감각하겠습니다 끝까지 밀고 나가겠습니다, 착각뿐이라 해도

아침에 문 밖으로 나가서, 저녁에 문 안으로 돌아옵니다. 오늘은 어쨌든 ‘0’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양말을 신었다가 잘 때는, 양말을 벗습니다. 최후의 나는 나체일 수 있을까요? 태어났을 때는 2.1kg이었다는데, 그 후로 서른 해를 넘긴 지금 이 몸 위에 얹어진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시를 쓸 때면 나는 나에게 가장 성가신 사람입니다. 거울 안에도, 휴대전화 액정 속에도, 동공의 안과 밖에도 내가 있습니다. 나는 나를 벗을 수 없습니다. 나와 얘기하려면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보다 더 많은 관심사가 필요합니다. 금세 피곤해져 발을 씻고 잠에 듭니다. 앞과 뒤가 없는 얘기가 이불 속으로 들어옵니다. 살이 찐 것만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기도하는 손과 시 쓰는 손 사이에서 살아가게 하신 하나님께, 스스로를 사랑하기 힘든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께, 항상 그곳에 있어 주신 김행숙 선생님께, 끊임없이 도전하시는 최정례 선생님께, 함께 아파해 준 시나락과 창비학당, 교회와 동네 친구들에게.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이름을 불러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충분히 오해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착각뿐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겠습니다. 이 몸을 뚫고 지나가는 시간들에 미안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더 감각하겠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빚지고 있어서 일일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사과드립니다. 피곤하시더라도 조금씩만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1988년 서울 출생 △강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심사평  

대담한 문장으로 사유의 힘 과장 없이 표현 심적 상태, 진술 대신 묘사… 완성도 돋보여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균일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했다.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수준의 편차가 컸고, 동시에 개개인의 작품 5편이 고르게 일정한 수준에 오른 경우도 드물었다. 그러나 문학적 성취는 평균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평균을 어림잡는 일과 당선작을 선별하는 일이 이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4명의 작품이 최종 논의 대상이 되었다. ‘아보카도의 날’ 등 5편은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잘 만들어진 조립품을 연상시켰다. 거듭 읽을수록 접합부가 불거지는 듯한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랑헨에서’ 등 5편은 자연스럽게 읽히는 리듬감을 갖춘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감상적인 전개가 아쉬웠다. ‘30분’ 등 5편은 사유의 폭과 문장의 수일성(秀逸性)이 돋보였다. 특히 ‘30분’ 같은 작품은 당선권에 근접했다. 그러나 다소 건조하고 예사로운 어조로 일상을 묘사하는 여타 작품들에서 기시감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개성 있게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캉캉’이 당선된 이유는 문장의 대담함과 사유의 힘이 과장 없이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이미지들이 신선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을 통해 전개되고 있으며 진술 대신 묘사를 통해 심적 상태를 제시하는 요령을 확보한 작품이다. 단 한 편의 높은 완성도가 심사과정을 마무리 지었다. 기대를 안고 축하를 건넨다. 김혜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조강석 연세대 교수


◎[2019 신춘문예 조선일보 ] 詩 당선작
당신의 당신  문혜연

새들의 울음은 그들의 이름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요

원래 인간은 제 이름보다 남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는 종이잖아요

나는 당신의, 당신은 나의 이름을

새들에게 우리는 우리일까요

우리를 대신할 말을 찾아요

수많은 단어들이 사라져요

뻐끔거리던 입술들이 짝을 짓습니다

입술을 부딪치며, 서로에게 옮아가는 인간들

새들은 인간과 상관없이 날아다닙니다

새들은 새들이고, 우리는 우리입니다

부리를 부딪치는 새들은

정다운 만큼 가벼운가 봐요


자신을 닮은 사람을 세 번 만나면 죽는다는 얘기들어본 적 있어요

지렁이와, 지렁이 모양 젤리

그걸 공포라 할 수 있나요

머리와 꼬리를 알 수 없는 젤리는

달콤하고 모호한, 주인모를 관계들

우리는 점점 닮아 가는데누가 누굴 닮은 건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할까요,

당신은 지금2%의 당신 자신과, 98%의 당신의 당신순도 높지 않은 당신, 그리고 나끝 모를 바닥으로 가라앉아요

새들은 언제나 아득한 높이에서 웁니다

그림자도 생기지 않을 물에는새의 밑면만 지나갑니다

깊이 가라앉은 바닥, 그곳에서 우리는떠오를 수 없는 낮은 음, 낮은 울음새들의 이름은 그들의 인사가 됩니다

우리의 울음도 우리의 내일이 될까요

안녕, 당신, 안녕

유언 같은 안부를 주고받아요

우리는 새들의 세계에서도, 서로의 이름만 부르고

인간은 역시, 새들에게는 이해받을 수 없나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31/2018123101235.html


[2019 신춘문예] 새와 인간의 관계 통해 이 시대 사는 '우리'를 성찰
詩 부문 심사평/문정희·시인
시가 운문의 세계인데도 산문적 진술의 세계를 현란하게 드러낸 시가 많았다. 행갈이와 연 구분이 무시된 산문 형태 시를 많이 투고하는 현상은 한국 시의 미래를 위해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다. 내적 운율과 침묵으로 함축되는 시의 본질적 부분이 신인들의 시에서 도외시되는 까닭은 산문성에 기울어진 한국 시단의 유행을 비판 없이 쉽게 따른 탓이다. 산문 시대일수록 시인이라면 시의 고유한 본질을 지켜나가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시를 왜 써야 하는지 그 필연성마저 결여돼 사유의 얄팍함이 엿보인다. 시의 본문은 물론이고 제목에까지 외래어나 외국어를 남발하는 점은 그 필연성의 결핍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정호승·시인
최종심까지 거론된 시는 '당신의 당신' '만년설' '사랑하는 언니' 세 편이다. '사랑하는 언니'는 어미가 통일돼 있지 않은 데다 지나치게 연 구분이 많아 전체적으로 발랄하지만 다소 가벼워 보인다는 점, '만년설'은 오랜 습작 과정이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이고 모범적인 반면 구태의연함으로써 신선미가 부족하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지적되었다.당선작으로 결정한 '당신의 당신'은 시적 감각이 신선하고 섬세하며 사유의 개성이 깊어 신뢰가 갔다. 새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내면적 삶을 성찰하게 하는 높이가 돋보였다. 당선자는 더욱 노력함으로써 한국 시의 미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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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춘문예] 몰라서 아름답던 순간들… 사랑을 담아 詩 쓸 것
詩 당선소감

문혜연
서촌에 있는 이상의 집을 두 번 찾아가고, 두 번 실패했습니다. 첫 번째는 내부를, 두 번째는 외부를 수리 중이었습니다. 늘 어디를 허물고 있는 이상의 집을 보며, 어쩌면 세 번째 방문에도 이곳은 제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제게는 시가 그랬습니다. 다다르고 싶은, 그러나 늘 스스로 허물어지는 집. 완전한 순간을 영영 모를 것만 같아 두려웠습니다. 안과 밖을 다 허물고 나면, 그 후엔 무엇이 남을까요. 끝없는 부서짐 끝에 남은 것이 아주 작은 돌 하나라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걸까요.지금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 작은 돌이 주는 아픔을,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감사히 쓰려고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모를 때 사랑이 생겨난다고, 저는 믿습니다. 제가 당신의 모든 것을 알 때 당신은 제 것이 아닙니다. 몰라서 아름답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사랑을 담아 시를 쓰겠습니다.딸의 느린 발걸음을 쓰다듬으며 비춰 주시는, 가장 큰 나의 해와 달, 엄마 아빠, 감사해요. 동생 해정, 너는 나의 큰 자랑이야. 이서화씨, 당신의 글에 대한 열정이 늘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시의 뼈와 살, 그 사이를 흐르는 피의 뜨거움을 알려주신 최승호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시를 읽는 눈이 얼마나 깊고 넓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신 유성호 교수님, 처음 제 글을 보여 드리던 떨림을 다시 느낍니다. 부서지고 또 부서지면서도 나눠주신 온기로 다시 쓰겠습니다.―1992년 제주 출생―숭실대 문예창작학과, 동 대학원 석사 졸업―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재학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31/2018123101182.html


◎ [2019 매일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소감 심사평
◇ 시 당선작품

사과를 따는 일/ 권기선
나는 아버지 땅이 내 것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 마음을 먹은 뒤부터 아버지 땅에 개가 한 마리 산다 깨진 타일조각 같은 송곳니는 바람을 들쑤신다 비옥한 땅은 질기고 촘촘한 가죽의 눈치를 살피다 장악되고 과잉되다 갈라진다 아버지는 땅을 방치하고, 나는 그것을 납치한다 깊은 목젖을 끌어올려 목줄을 뜯은 늙은 개가 간신히 사과 하나를 놓고 엎드렸다 세상 혼자 짊어지려던 남자는 무게를 견디다 어깨가 굽었다 힘은, 무기의 정차역 같았다 엎드린 개가 일어서지 못하고, 사과는 지하의 고요한 관棺을 기억해낸다
아버지 땅에 몰래 사과나무 한 그루 심은 날 그해 사과는 한 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버지 땅이 내 땅 되던 날 나는 사과나무 아래 아버지를 묻었다 병 걸린,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
붉은,
사과 따는 일을
  
 
◇ 당선 소감/ 권기선
 
권기선 시 부문 당선인
세상은 날마다 정치, 혐오, 차별을 말하기에, 오늘 나는 아버지를 말하기로 한다. 아버지의 노동은 나의 낭만과 같다. 나의 낭만은 아버지의 노동과 같다. "가방끈이 짧아 잘 알지 못하지만, 당선을 축하한다."라는 아버지의 말이 나는 아프다. 전화를 끊고 숨어서 울었다. 아버지를 닮아가는 불효자여서, 내가 배운 아픔과 고민과 질병이 아버지의 아픔과 고민과 질병 같아서.
지금부터는 죄를 짓기로 한다. 증오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오래전 아버지의 임금을 체불한 사람이다. 그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 때문에 형은 노무사의 꿈을 꿨고 나는 현실의 한 부분에 눈을 떴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본 아버지의 아픔이 얼마만큼인지, 그는 알았으면 한다.
내 절망이 다른 이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뼈저리게 살게 됐음을 나는 고백한다.
시를 놓지 못하는 내 죄 또한 영원하다.
 
▶약력
1993년 충북 음성 출생.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 심사평
 
엄원태 시인
본심에 올라온 13명의 응모작 가운데 권기선, 장진주, 유진희, 조진희씨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논의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대부분 일상적 고뇌와 가족이라는 관계에 몰두해 있었다. 고통의 세목은 분명하되 치열한 해석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내 발밑이 이 세계를 관통하는 입구이자 출구라고 믿는 절실함은 감지할 수 있었다.
장진주씨의 '의자'는 소박한 사유인 듯하지만 튼튼한 뼈대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시에서는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자기논리가 감지되었다. 유진희씨의 진지한 경쾌함은 무척 매력적이다. '루팡의 장미'는 수작이지만 다른 작품에서 약간의 편차가 느껴져 제외되었다. 조진희씨의 시에는 세련되지 않았지만 빛나는 문장이 드문드문 박혀 있다. 하지만 항상 전적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의 세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적 진술을 마무리하는 힘과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감각이 조금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

조용미 시인
권기선씨의 시에는 전복적 사유와 태도가 내재되어 있다. 이 세계를 관성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치열한 자기 인식이 배면에 깔려 있다. 무엇보다 시의 행간이 촘촘하고 다른 작품들도 헐렁한 부분이 없다. '사과를 따는 일'의 어조는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고 명료하다. 서툰 듯 자리잡은 쉼표도 그 역할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를 따는 일"은 훼손된 세계를, 이 세계의 견고한 불안을 이어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로 선정하기 전 잠시 고민했던 귄기선씨에 대한 약간의 우려는 '나와 사람들 사이가 돌과 물처럼 놓일 때'와 '올해는 나아질 거예요'에서 보여준 긍정적 사유에서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시를 쓰는 나는 얼마든지 불행해질 수 있다"는, 패기 있고 가능성 있는 시인에 대한 기대로 기꺼이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조용미(시인)·엄원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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