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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지명- 다부원

modory 2021. 6. 5. 16:14
잊을 수 없는 지명- 다부원
 
나에게는 판문점보다 더 가슴을 아프게 하는 지명 다부원
 
한국 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조지훈이 다부동에 갔다 와서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이라고 했던 그 작은 고개
 
1960년대 초 내가 중학생일때만 해도 대구에서 고향 군위로 갈 때 다부동 고갯길을 낡은 버스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헐떡거리며 굽이굽이 돌아 올라갔다가 가산 초등학교 쯤에 와서야 평지 도로가 되었다. 그래서 따뱅이 고개라하였다. 그 길 섶에 백선엽장군 전승비(?)가 차창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다
그 이후 60년대 후반 아버지가 가산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임할 때 관사에서 잘 때가 종종 있었다. 여름 장마철 번개와 천둥을 치면 괜히 겁이 덜컥 났지만 더 무서운 것은 멀리 유학산 쪽을 보면 산골짜기마다 불이 번쩍거렸다 아버지는 유학산 전투에서 죽은 국군과 인민군의 뼈에서 나오는 불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골짜기에 살던 주민들이 피난 갔다가 한 달 여만에 돌아와 보니 두고 간 개들이 산골짜기를 헤매며 인육을 뜯어먹어 송아지만하게 크게 자라 주인도 알아보지 못하고 으르렁거려 도살하였다는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1970년 방송국 PD로 일하면서 6.25특집을 만들 때는 늘 다부동을 찾아 그 당시의 이야기들을 다큐멘타리로 만들어 내보내곤 했다.
 
1990년 대구 방송국총국장으로 왔을 때 625 참전 학도병 모임에서 전몰 위령탑을 만드는데 주관사가 되어 달라고 하여 쾌히 승낙하여 위령탑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였고 거기에 조지훈 시비도 같이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어 시비를 만들었다. 혜정 류영희의 글씨로 잘 만든 시비가 지금도 입구에 서 있다
 
잊을 수 없는 다부동 이제 내 기억에서조차도 아득히 멀어져 가고 있다.그러나 조지훈의 시를 잊지 않고 다시 읽는다
 
다부원에서
                             /조 지 훈
 
한 달 농성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얕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 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구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자도 다 함께
안주할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나는 유월이 되면 아직 이 시를 뒤적인다 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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