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
詩;박 일
가을은 이제 산등성이를 돌아
그림자도 챙겨갑니다
나는 낙엽 한 웅큼을 주워
아쉬운 듯 냄새를 맡아봅니다
다신 오지않을 옛 애인 같은
추억을 남기고 가을은 떠나갑니다
라디오엔 때마침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 흘러
마지막 그 모습이
어쩔 수 없는
쓸쓸함만 전해줍니다
바라는 것도 없이
그냥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되는 것인데
사랑도 계절도 돌아서면
매몰차기 그지없습니다
아득히 먼곳으로 떠나는 기억이며
자정보다 캄캄한
무정한 헤어짐이며
차라리 오지나 말 것이지
카랑한 네 음성은 어쩔 것이며
타다 남은 내 열정은 어쩔 것이며
파도 위에 나앉은 위태한 바램은
또 어쩌란 말입니까
하늘에 대고 외쳐는 봅니다만
갈 것은
기어이 가고야 마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