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시 모음

길 /윤동주

modory 2006. 10. 6. 20:47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 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돕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시와 글 모음♠ > ♧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엽서 / 이해인  (0) 2006.10.13
    새벽바다  (0) 2006.10.11
    한가위 / 이영균  (0) 2006.09.28
    빈집 / 기형도  (0) 2006.09.24
    나팔꽃  (0) 200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