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모음♠/♧ 시 모음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 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 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 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도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
도종환 시인의 저녁 무렵을 읽는다. 서산에 붉게 타며 지는 노을을 보면서 내일이 오리라 모두 믿는다. 그렇듯이 우리는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할 것이 있다. 아직은 해야 할 일, 가야 할 곳이 있어 행복한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