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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불 타버린 남대문

modory 2008. 2. 13. 22:01

 아!! 불 타버린 남대문


 남대문이 불 타 무너졌구나!!
 불 타고 무너진 게 어디 남대문 뿐이랴만 남대문은 너무나 애통하구나.
 예를 숭상한 동방예의지국의 표상이었던 崇禮門.
 서서 손님을 맞으라고 세로지기 현판으로  
 왕조 500년을 지켜보며 점잖게 섰던 崇禮門.
 새벽 별을 보고 문을 열고 한밤 별빛으로 문을 닫으며
 한양 도성을 잘 지켜 왜란도 피해 갔고
 호란도 피해 가고 한국 전쟁에도 상처 난 채 버텨 온 崇禮門.
 서울 한번 가 보지 않았던 민초들도 
 南大門의 南字가 엄청나게 크게 쓰였더라고 우기던
 그 남대문의 숭례문 현판이 불길 속에 우르르 떨어졌구나.
 아름다운 단청으로 말없이 서울 온 팔도 사람들 지켜보던
 남대문이 불 타 무너졌구나.
 5천년 가난을 몰아내며 조상의 얼을 일깨우려
 가장 애썼던 사람이 쓴 광화문 현판마져 없애며
 지난 날의 역사가 욕되기라도 하듯 허물고 짓밟던 무리들을 향해
 숭례문은 불타면서 울었으리라.
 이제 불 타 버린 남대문 앞에 속죄하는 
 민초들은 국화 꽃 바치고 흐느끼는데 
 지키며 가꾸어야 했던 사람은 애석하다는 
 속죄나 용서의 말 한마디 없다.
 불 탄 숭례문은 검은 숯덩이로 남았듯 
 민초들 가슴도 검은 숯이 되어 
 안으로 안으로 타며 분통이 터진다.
 그러나 역사는 기록하고 기억 할 것이다.
 戊子年에 崇禮門을 태워 먹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