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볼 수 없는 '노무현 청와대'◆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남긴 문서·정보가 없어 업무보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측은 "협조해 주려고 했는데 새 정권 쪽에서 거절해서 생긴 일"이라고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다. 신·구 정부 간 인수인계가 엉망이 된 것은 분명한데 그 원인에 대해서 신·구 정권이 서로 "네 탓"을 하고 있고, 일부에선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텅 빈 청와대 업무시스템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청와대 업무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잡다한 업무매뉴얼과 정책자료를 제외하곤 참고할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료와 파일은 삭제됐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일부 깨져 있었다. 지난주에는 시스템 접속 장애도 일어났다.
핵심 관계자는 "이지원을 통해 인수인계해 주겠다더니, 컴퓨터는 빈 껍데기였다"며 "특히 민정수석실의 인사파일이 없어서 장관 후보자 검증에 차질이 많았다"고 했다. 이 인사파일은 고위직 후보 2만5000명에 대한 기초자료와 검·경·국정원의 검증자료, 인사평가 등을 포함하고 있어 중앙인사위 자료보다 검증에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비서관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모든 자료를 없애거나 가져갈 수 있느냐"며 "업무처리 방식과 서류작성까지 다시 세팅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는 "의무 다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측은 "문서의 이관·폐기는 법에 따랐고, 이명박 대통령측이 인수인계를 거부해서 생긴 일"이라고 반박했다. 대선 이후 노 전 대통령 지시로 인계해 줄 문서를 분류해 놓았는데, 이 대통령측이 비서실장 회동에서 자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안 보겠다니, 인사파일을 포함해 당장 공개해도 되는 문서까지 비공개로 분류해 몽땅 보관소로 보냈다"고 했다.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필요한 매뉴얼과 자료는 남겨 놓았고, 이지원 시스템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인사파일엔 노무현 정부 인사에 대한 상세자료와 평가가 들어 있어 그대로 넘겨주긴 어려웠다"고 했다.
정권교체에 따라 청와대에 파견 근무해온 일반 공무원까지 전원 교체한 것이 업무공백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대기발령을 받은 한 공무원은 "문서나 자료가 없는데, 인수인계를 도와줄 공무원까지 물갈이했으니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록보존소에 묻힌 노무현 청와대
노무현 청와대의 문서·자료는 지난달 25일 이전에 모두 경기 성남의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갔다. 작년 4월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총 402만건이다.
이관된 서류 중 ▲국가안보 ▲중요 경제정책 ▲고위직 인사파일 ▲개인정보 ▲대통령과 보좌기관 간의 소통정보 등은 비공개로 지정돼, 15~30년간 열람·복사가 금지된다. 이를 보려면 국회 재적 3분의 2의 동의나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필요하다. 인사파일이나 중요 정책자료 등을 앞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권, 제도 개선해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인사파일 등 주요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수인계가 안 되고, 중요 자료가 묻히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