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블룸버그 뉴스
2009년 8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억류됐던 2명의 미국기자를 데리고 나온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6일 처음 마이크 앞에 섰지만, 말을 극도로 아꼈다.클린턴 전 대통령은 작년 상반기까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아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면서,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현 대통령)을 '경험 없는 애송이'로 취급했지만 평양에 다녀와서도 "미국에는 한 시대에 한 명의 대통령만 있을 뿐"이라며 "나는 우리 정부에 (방북 내용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또 "앞으로 취해질 수도 취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결정들의 균형을 흔들 수 있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겸손했다.
"내가 한 일은 단 한 가지, 억류됐던 미국 기자들을 데리고 오는 것으로 미국인으로서, 아버지로서 매우 영예로운 일이었습니다. 그 이상 내가
말한다면 잘못된 일일 것입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나눈 195분간의 회담·만찬 대화를 묻는 취재진에게 "내가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이곳이나 북한의 결정과 분위기, 우리 우방들의 태도에 무심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말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
나는 정책결정자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정일과의 대화와 관련해 그가 언급한 것은 북한에 대해 미 국무부가 했던 것 이상의 '유감' 표명은
없었다는 것이 다였다.
달변(達辯)의 클린턴은 대통령 재직 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이제 평범한 미국인임을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언행을 절제하는 것은 미국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현직의 구분이 뚜렷하다.
미국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갖지만 임기가 끝나면 평범한 시민일 뿐이다.
국가의 원로급 인사로 예우를 받지만 과도하게 정치에 간섭하거나 '훈계'와 '지시'를 내리지 않는 것이 전통이다. 클린턴은 자신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지만, 이 '관례'를 벗어날 경우 칭찬보다 지탄이 쏟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