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6
안방극장 인기 작가 김수현씨가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 대부분의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 납득하기 어려운 삼각·사각 관계, 극한을
모르는 복수의 향연, 비정상적 감정 표출, 전개상 편의를 위한 우연의 남발로 꼬이고 또 꼬이게 만드는 인간관계 등 온갖 막장 소재의 비빔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쾌한 느낌 때문에 TV 드라마를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 문화의식의 퇴보, 시청자
가치관 혼란 조장 등의 역기능으로 연결돼 막대한 전파 낭비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감각적인 언어로 30여년 동안 시청자를
사로잡아온 김씨는 한국 TV 드라마의 대모(代母) 같은 존재다. '청춘의 덫'으로 대표되는 멜로드라마부터 '엄마가 뿔났다' 같은 가족드라마까지
두루 써온 김씨는 불륜을 소재로 한 '내 남자의 여자' 같은 작품을 내놓은 적도 있다. 그런 김씨마저 "요즘 드라마는 너무 막장이라서 볼 수가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씨가 자기가 쓴 새 가족드라마의 방영을 앞두고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다른 드라마들을 거론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TV드라마가 어디까지 가 있기에 그런 노골적인 비판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최근 드라마에서 친구 남편을 유혹하는
여자의 불륜은 기본 메뉴처럼 돼버린 지 오래다. 형의 대리모였던 여자와 결혼하는 것 같은 황당한 설정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고 있다.
시아버지가 임신한 며느리의 과거를 의심해서 '태아가 누구 씨냐'라고 따진다든지, 불륜을 저지른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학대하는 정신병리학적
이상(異常)상태의 표출이 분명한 장면이 작가의 가학적 상상력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활개를 친다. 한 일본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자기의 출생
비밀을 친구에게 털어놓는 장면에서 "한국 드라마 같은 얘기구나"라는 대사가 나왔다고 한다.
황금시간대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쏟아지는 불륜·탈선·저질·정신병적 막장 드라마는 평화로운 가정에 난데없이 뛰어든 '강도'다. 시청률과 그에 따른 광고수입을 매개로
방송국·제작회사·드라마작가가 공모(共謀)해서 평화로운 가정의 울타리를 깨뜨리고 '당신도 불륜대열에 어서 합세하라'고 날마다 밤마다 재촉하는 이런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힘을 모아 압력단체를 만들어서라도 가족의 밥상자리에서 몰아내야 한다. 지혜를 짜내면 반드시 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방비워 (방송 비평 워크샾)" 카페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시청자 권리 찾고 수신료 낸 값을 하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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