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방송

전쟁 드라마 문제

modory 2010. 7. 9. 06:58

◆시청자 '눈높이' 못맞춰 휘청거리는 전쟁드라마◆

2010년 7월 9일 조선일보에는   KBS '전우'· MBC '로드넘버원' 같은 전쟁 드라마가 시청자 눈높이에 못맞춰 휘청거리고, 제작진에 무기 전문가도 없고 고증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 기사를 보면.....

 

"전쟁 드라마는 고증이 생명인데 안타깝다." "미드(미국 드라마)랑 비교하는 '밀덕'(군사 마니아)들이 문제다." KBS와 MBC가 6·25전쟁 60주년을 기해 야심 차게 만든 전쟁 드라마 두 편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 앞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KBS 주말드라마 '전우'와 MBC 수목극 '로드넘버원'. 각각 80억원, 130억원의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청자들 반응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

'로드넘버원'이 한자릿수 시청률(7.5%·TNmS 집계)을 기록했고, 이보다 낫다는 '전우'(13.6%)도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 밀리고 있는 상황. 저조한 시청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고증 논란'이었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제작한 KBS‘ 전우’(위)와 MBC‘ 로드넘버원’(아래). 화려한 영상미를 내세웠지만 철저한 고증에 실패하면서 시청자들의 비판을 샀다. /방송사 제공
 극 초반 전쟁신 고증 논란으로 '흔들'

'전우'와 '로드넘버원'의 진짜 위기는 시청률보다는 전쟁 신(scene)에 대한 시청자들의 '악평'에 있다. 극 초반 '전우'에 쏟아졌던 고증 논란이 대표적인 예. '전우' 시청자들은 ▲철수 장면에서 군인들이 당시 사용됐던 헬기 H-19 대신 베트남전부터 등장한 UH-1 헬기를 탄 점 ▲주인공 최수종이 미군들만 쓰던 톰슨 기관총을 들고 싸우는 점 ▲군인들이 철모가 아닌 강화섬유로 제작된 헬멧을 쓰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전쟁 드라마의 핵심인 고증에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로드넘버원' 역시 실제 인민군이 전쟁 당시 사용했던 T-34/85 전차 대신 T-34/76 전차를 재현했지만 워낙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논란마저 묻혀버렸다. 제작진은 "당시 사용했던 무기 모델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밴드오브브라더스' '퍼시픽' 등 미국 대작 전쟁 드라마로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유독 많은 '밀덕'들과 한껏 높아진 시청자 수준

시청자들이 이토록 전쟁 드라마에 날카로운 '고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유독 '준(準)군사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이 꼽힌다. 최근 우리나라 징집 대상자의 약 90%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등 남성 시청자 상당수가 군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 실제 시청률 집계를 보면 '전우'와 '로드넘버원'의 시청자 중 약 절반이 남성 시청자들이다. 군사·안보에 관심 많은 40~60대 남성들과 방금 전역한 20~30대 예비역들이 탄탄한 시청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상 남성의 드라마 시청률은 30% 내외다.

군사 전문가가 현장에 참여하기 힘든 드라마 제작구조도 한 원인이다. 김형일 '전우' 책임프로듀서는 "무기 전문가를 현장 스태프로 고용해 대본 작업부터 현장 촬영까지 꼼꼼하게 지휘하도록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더라도 각색에만 참여하게 할 뿐 나머지 과정은 모두 작가·PD가 진행한다"며 "무기는 물론 수류탄 던지는 자세부터 전투에서의 몸 움직임까지 일일이 전문가가 지시하는 미국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유독 '장르극'에 취약한 우리나라 드라마 관행도 무시할 수 없다. 전쟁 드라마인데도 '멜로'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오히려 균형을 찾지 못하고 '화려하고 내용은 없는 드라마' 혹은 '사랑만 있고 고증은 엉망인 드라마'가 되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속으로' 등 강렬하고 단선적 스토리에 영상미를 강조한 전쟁영화가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린 것과 대조된다.

한 지상파 방송국의 PD는 "'로드넘버원'은 영상미와 멜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제작 환경이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전쟁터에서 생겨나는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춰 기존의 전쟁영화와 차별화시키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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