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9일 조선일보에는 KBS '전우'·
MBC '로드넘버원' 같은 전쟁 드라마가
시청자 눈높이에 못맞춰 휘청거리고, 제작진에 무기 전문가도 없고
고증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 기사를
보면.....
"전쟁 드라마는 고증이 생명인데
안타깝다." "미드(미국 드라마)랑 비교하는 '밀덕'(군사 마니아)들이 문제다." KBS와
MBC가 6·25전쟁 60주년을 기해 야심 차게 만든 전쟁 드라마 두 편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 앞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KBS 주말드라마 '전우'와 MBC 수목극 '로드넘버원'. 각각 80억원, 130억원의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청자들 반응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
'로드넘버원'이 한자릿수 시청률(7.5%·TNmS 집계)을 기록했고, 이보다
낫다는 '전우'(13.6%)도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 밀리고 있는 상황. 저조한 시청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고증 논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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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제작한 KBS‘ 전우’(위)와 MBC‘ 로드넘버원’(아래). 화려한
영상미를 내세웠지만 철저한 고증에 실패하면서 시청자들의 비판을 샀다. /방송사 제공
◆극 초반 전쟁신 고증
논란으로 '흔들'
'전우'와 '로드넘버원'의 진짜 위기는 시청률보다는 전쟁 신(scene)에 대한 시청자들의 '악평'에
있다. 극 초반 '전우'에 쏟아졌던 고증 논란이 대표적인 예. '전우' 시청자들은 ▲철수 장면에서 군인들이 당시 사용됐던 헬기 H-19 대신
베트남전부터 등장한 UH-1 헬기를 탄 점 ▲주인공 최수종이 미군들만 쓰던 톰슨 기관총을 들고 싸우는 점 ▲군인들이 철모가 아닌 강화섬유로 제작된 헬멧을 쓰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전쟁 드라마의 핵심인 고증에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로드넘버원' 역시 실제 인민군이 전쟁 당시 사용했던
T-34/85 전차 대신 T-34/76 전차를 재현했지만 워낙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논란마저 묻혀버렸다. 제작진은 "당시 사용했던 무기 모델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밴드오브브라더스' '퍼시픽' 등 미국 대작 전쟁 드라마로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유독 많은 '밀덕'들과 한껏 높아진 시청자 수준
시청자들이 이토록 전쟁
드라마에 날카로운 '고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유독 '준(準)군사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이 꼽힌다. 최근 우리나라 징집 대상자의
약 90%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등 남성 시청자 상당수가 군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 실제 시청률 집계를 보면
'전우'와 '로드넘버원'의 시청자 중 약 절반이 남성 시청자들이다. 군사·안보에 관심 많은 40~60대 남성들과 방금 전역한 20~30대
예비역들이 탄탄한 시청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상 남성의 드라마 시청률은 30% 내외다.
군사 전문가가 현장에 참여하기 힘든
드라마 제작구조도 한 원인이다. 김형일 '전우' 책임프로듀서는 "무기 전문가를 현장 스태프로 고용해 대본 작업부터 현장 촬영까지 꼼꼼하게
지휘하도록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더라도 각색에만 참여하게 할 뿐 나머지 과정은 모두 작가·PD가 진행한다"며
"무기는 물론 수류탄 던지는 자세부터 전투에서의 몸 움직임까지 일일이 전문가가 지시하는 미국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유독 '장르극'에 취약한 우리나라 드라마 관행도 무시할 수 없다. 전쟁 드라마인데도 '멜로'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오히려
균형을 찾지 못하고 '화려하고 내용은 없는 드라마' 혹은 '사랑만 있고 고증은 엉망인 드라마'가 되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속으로' 등 강렬하고 단선적 스토리에 영상미를 강조한 전쟁영화가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린 것과 대조된다.
한 지상파 방송국의
PD는 "'로드넘버원'은 영상미와 멜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제작 환경이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전쟁터에서 생겨나는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춰 기존의 전쟁영화와 차별화시키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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