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의성은 없다" 판단 검찰 "대법원에 상고"
"이명박 적개심 하늘 찔러" PD수첩 작가 메일 근거로 "고의성 입증 근거
충분"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형사적 책임문제를 놓고 벌어진 재판에서 2일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 1월
1심처럼 무죄(無罪)를 선고했지만,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는 달랐다.
지난 1월 20일 당시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형사13단독 판사는
이 사건 1심 선고에서 검찰이 "고의적인 왜곡"이라며 제시한 사례들을 모두 부정하면서, "사실보도이거나 다소의 과장이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문 판사의 판단은 앞서 2009년 6월 정정·반론보도 사건을 다룬 서울고법 민사13부가 "세 가지 부분에
허위보도가 있었으니 정정하라"고 내린 결론과 정면 배치되면서 논란을 낳았다. 문 판사가 '허위가 아니다'라고 판시한 부분 중에는 PD수첩 스스로
보도가 잘못됐다며 사과방송을 한 것들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 ▲ 지난 2008년 4월 MBC PD수첩이 광우병에 걸린 소인 것처럼 허위 보도한 다우너 소(위쪽),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것처럼 방송한 아레사 빈슨(가운데),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과장한 자료 화면(아래쪽). /PD수첩 캡처사진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는 이른바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는
1심의 판단을 깨고, "허위보도는 있었다"며 서울고법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선 PD 수첩이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인 것처럼 보도한 것과 관련해, "미국에서 출생한 소 가운데 1997년 8월 이후 광우병에 걸린 소는 없었고, 한국에서 2002년부터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 소 1만1642마리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했지만 광우병이 발견된
적이 없다"면서 허위보도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또 PD수첩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취지로 보도한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에 대해서도 "(PD수첩이 취재한 누구도)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바 가 없고 실제 사인은
급성 뇌병변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인간광우병 발병에는 다양한 유전자가 관여할 수 있어, PD수첩이 내건 전제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허위보도로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법리(法理) 적용' 부분에서 PD수첩이 허위보도임을
알면서 일부러 그랬다고 하긴 힘들어 형사처벌의 전제인 고의성(故意性)이 성립하지 않고, 정부의 무역 협상 같은 공적사안에 대한 비판은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면서 형사책임을 면책(免責)해 줬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검토해봐도 ▲송 PD의 잘못된 발언이나 번역 오류 등이
'실수'에 가깝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려는 의도로 과장했다고 해서 허위사실을 만들어내려 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로 제출한 PD수첩 작가인 김은희씨의 이메일에 '1년에 한두 번 필(feel)이 꽂혀서 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라는 부분 등 '고의성'을 입증할 근거들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