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012.12.14
鄭추기경 "신앙문제 아니다… 贊反서 자유로워져야"
일부 사제<정의구현사제단 주축> "주교단 결정에 위배… 교구장 물러나라"
鄭추기경 "신자 양심에 평화 줘야"
진보계열 사제 25명 "혼란과 교회 분열 불러"
지난 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관련 발언과
북한 비판을 둘러싼 천주교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함세웅 신부, 김병상 몬시뇰, 문정현 신부 등 정의구현사제단 출신이거나
진보적 입장의 원로·중진 사제 13명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 추기경은 주교단 전체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의 분열을 일으킨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동료 주교들에게 그리고 평신도·수도자·사제 등
교회의 모든 지체를 향하여 용서를 구하고 용퇴의 결단으로 그 진정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25명의 사제가 연명한 성명서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발표한
성명의 취지에 지지와 동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10일 "추기경은 주교회의의 분별력을 경시하고
판단행위마저 부정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추기경의 뜻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이다, 반대다 하는 말씀을 한 것이 아니다"며
"(4대강 사업과 관련) '주교단의 우려'라고 하는 표현에 대해
잘못된 해석이 없게 분명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신부는 "추기경께서는 4대강 개발에 찬성하면 주교단의 결정을
거스르는 것이고 죄가 된다고 혼란을 느끼는 신자들이 많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 신자들 양심에 평화를 줘야 한다는 사목적 입장을 가지고
계셨다"면서 "신자들이 (찬·반)양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어떤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분명하게 언급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이 해석을 달리하는 지난 3월의 천주교 주교단 성명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제주교구장) 춘계회의가 끝난 후 발표됐다. 성명 발표 후
일부 성당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경기도 양수리에서
'4대강 사업 저지 생명평화미사'가 열렸다.
이 미사에서 강우일 주교는 "천주교 사제와 신자라면 교회의 가르침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계 내부에서 일부 다른 목소리도 있었지만, 주교회의 지도부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정의구현사제단 등을 중심으로
4대강 반대 목소리를 모아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주교회의 춘계회의에서 정 추기경을 비롯한 일부 주교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좀 더 논의할 것을 주장했고, 성명 발표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성명 문안이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반대'가 명시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천주교의 공식 입장이 '4대강 반대'인 것처럼 알려지고, 이 때문에
신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정 추기경이 "4대강 찬반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전·현직 지도부가 천주교계에서 극히 이례적으로
교구장의 '용퇴'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들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서울대교구 수뇌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함세웅 신부는 지난 8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가
교구청으로부터 3년 연속 안식년을 받은 것과 관련,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 추기경을 비판했다.
함 신부는 2003년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이라크 파병 지지 입장에 대해
"추기경은 교황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했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김 추기경의 촛불행사 자제 발언에
대해서는 "그분의 사고는 다소 시대착오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