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정부의 4대 강 개발사업과 관련한 정진석(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의 8일 발언을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제단은 10일 ‘추기경의 궤변’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정 추기경의 발언이 주교회의의 결정을 함부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천주교 교단에서 사제들이 한국 천주교의 수장인 추기경을 비판하고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이다.
사제단은 “주교회의가 4대 강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들의 견해를 여러 차례 경청해 3월 12일 주교단의 이름으로 결론을 내놓았는데 정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분별력을 경시하고 판단행위를 부정했다”며 “2000년 교회 전통인 주교단의 합의정신과 단체성을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기경이) 노골적으로 정부를 편들어야만 하는 남모르는 고충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쭙고 싶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천주교 주교단에서 4대 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4대 강 개발은 토목공사자들이 다룰 분야이고 과학의 문제”라고 말했었다.
1974년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천주교의 비공식 기구다. 진보 성향 사제들의 연대 단체로,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해 꾸준한 발언을 해왔다. 이날 서울대교구는 사제단의 성명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