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정치 고수라는데 거짓말장이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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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7일 조선일보 조선데스크에 신정록 정치부 부장대우가
칼럼을 썼다.
'정치 高手' 안철수라는 제목으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대선 후보 중 존재감으로 치면 안철수가
단연 1등인 것 같다.
후보 단일화가 급한 문재인은 안철수로부터 '구체제' '기득권'으로 몰리면서도
제대로 항변조차 못했다.
박근혜는 이슈의 블랙홀인 단일화에 포박당해 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중의 화제는 단연 안철수다.
안철수의 정책엔 사실 별게 없다. 민주당이 이미 법안으로 내놓았거나 주장해온
것이 많다. 새누리당 정책과도 많이 겹친다. 그런데도 안철수가 내놓으면
다른 대접을 받는다. 변화를 바라는 20~30대의 열망을 대변하는
'메신저 안철수'의 파워 때문일 것이다.
안철수는 놀랍게도 '정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 박근혜·문재인의 말이
건조한 고체라면, 안철수의 말은 촉촉한 액체다.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언어다.
"건너온 다리를 불태워버렸다"는 한마디로 심중을 압축할 줄 알고 "앞으로 2개월
기대하셔도 좋다"는 한마디로 지지자들을 들뜨게 만든다.
"내일 전남대 강연에 오세요" 이 한마디로 후보 단일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일거에 끌어들였다.
정치 감각도 '초보' 같지 않다. 각종 검증 의혹을 '정준길 폭로' 한 방으로
힘 빼버렸다.
안철수가 노무현에게 발을 걸치지 않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출마
선언 후 봉하마을에 찾아가는 최소한의 예의만 보였을 뿐 노무현에 대해
말을 한 적이 없다.
'노무현 프레임'에 빠지는 게 정치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아챘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호남과 김대중에게는 깊숙이 들어간다. "햇볕정책을
더욱 발전시키겠다" "호남이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정치 감각이 뛰어나거나, 그렇게 조언하는 참모들의 영향일 것이다.
안철수는 의외로 '뻥'도 칠 줄 안다. 출마 선언 후 40여일 동안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를 돌아봤다"고 말한다.
대선까지 남은 40여일을 조선왕조 500년에 비유하며 "앞으로 250년 정도 남았다"
고도 한다.
안철수는 눙칠 줄도 알고 되치기도 구사한다. 안철수는 얼마 전 '의원 수
100명 감축' 얘기를 했다. 의원을 100명 줄이면 4년간 2000억~4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의원을 100명 줄이자고 말한 적이
없다며 화를 낸다. 100명은 그저 예를 든 것뿐인데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로
밥 먹는 사람(정치학자)들이 기득권에 사로잡혀 비본질적인 얘기로
끌어간다는 것이다.
박·문·안 세 후보 중 정치적 장래가 가장 밝은 사람은 안철수다.
박·문 두 사람은 이번에 안 되면 그걸로 끝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번에 되면 좋고, 안 돼도 5년 후가 더 밝을 수 있다.
안철수는 이제 '기대주'가 아니다. 초보도 아니다. 정치 고수(高手)의 냄새가
난다. 9월 19일 출마 선언문을 다시 읽어보면 후보 단일화 회동을 제안한
전남대 강연과 거의 같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안철수는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그리고 '현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잣대도 바뀌어야 한다. 사소한 자질 검증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안철수'까지 상정한 전방위적 검증이 필요하다
정치하는 인간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거짓말 잘하는 인간을
정치고수라면 안철수도 저치 고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거짓말하고 뻥치거나 여기서는 이 말, 저기는 저 말을
하는 무리는 정치판에서 아웃시켜야 한다.
국민은 위대한 권력자다. 위대한 권력을 휘들러야 할 정치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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