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세상●/★뉴스모자이크

2012년 말 잔치 - 조선일보에서

modory 2012. 12. 26. 07:26
◆[2012 말말말] "풀이 살아나 붙었다" 
"건너온 다리 불살라"… 선거의 해 '말'이 춤췄다
조선일보 2012.12.26 
2012년은 총·대선을 20년 만에 한 해에 동시에 치른 해였다. 
싸움이 치열했던 만큼 막말, 거친 말이 많이 나왔다. 말은 더 짧아지고 격은 
더 떨어졌다. 
하지만 600억원을 기부한 기업인이 "돈 모아놓아 봤자 재벌밖에 
더 되었겠느냐"고 한 말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달랬다. 
가수 싸이는 "1위를 못 해 아쉽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는 또 미·중·일·러에서도 모두 국가수반이 
바뀐 해였다. 새로 등장한 국가 지도자들은 희망과 함께 무거운 부담감을 
토로했다. 
진보당 이석기 "애국가는 국가 아니다" 총선 앞둔 박근혜 "갈 길 
먼데 해는 저물어" 정치는 말이다.
 총·대선이 함께 치러진 데다 '안철수 현상' '진보당 사태'가 가세한 
 올해는 특히 그랬다.
◇이정희 "박근혜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 박근혜 "그러니까 
대통령 되려는 것" 12·19 대선은 올 한 해의 '정치 현상'이 
모두 융합돼 치러졌다. 시작은 과거사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장물"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도 '장물 논란'에 가세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33주기 추도식에서
 "이제 아버지를 놓아 드렸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대선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시대 상황 때문에 나왔다는 두 명의 
주요 후보가 있었다. 문재인 후보는 6월 당내 경선 출마 선언 때
 "암울한 시대가 나를 정치로 불러냈다"고 했다. 
 안철수 전 교수는 "나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단일화와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러 말을 쏟아냈다. 
안 전 교수는 9월 출마 선언 때 "나는 빚진 게 없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돼도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며칠 후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했다. 
 대선 완주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안 전 교수는 12월 6일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 선거운동 지원을 약속한 뒤
  "오늘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분수령은 
  되지 못했다. 안 전 교수는 문 후보에게 단일 후보 자리를 양보한 뒤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도 했다.
대선 후보 1차 TV 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박 당선인의 승리를 도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3차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2007년의 공약을 안 지키지 
 않았느냐고 공격하자 "그러니까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도 'TV 토론의 화제어'로 남게 됐다.
◇진보당과 나꼼수
4월 총선 때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경선 과정에서 
심각한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5월 드러났다.
당내 자체 진상조사 결과 여러 장씩 붙은 뭉텅이 투표지가 발견된 데 대해 
김선동 의원은 "풀이 살아나서 붙었다"고 했다. 
진보당 내에서 경선 부정의 몸통으로 지목된 이석기 의원의 잇따른 발언은
 '종북(從北) 논란'을 불렀다. 
 그는 5월 TV에 출연해 "종북(從北)보다 종미(從美)가 문제"라고 
 했다. 이 의원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고도 
 했다.
이정희 전 대표는 경선 부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누가 우리 
귀한 당원들을…"이라고 했다. 
진보당 당권파는 '국민의 눈높이'를 주장하는 비당권파의 주장에 맞서
 "당원의 눈높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진보당 
 비례경선에 출마했던 김지윤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했다. 
 유시민 진보당 전 공동대표는 이 사건 이후 "내 정치 인생의 
 후반부는 아주 망했다"고 했다.
작년에 '닥치고…' '쫄지 마'로 야권 지지층의 인기를 모았던 
나꼼수는 4월 총선 직전 터진 나꼼수 진행자 출신 김용민씨의 
막말 사건으로 급전직하했다. 
김씨가 2004~2005년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차마 입으로 
옮길 수 없는 욕설, 비속어를 남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는 그러나 총선 낙선 뒤 "하나님이 할 욕은 하라신다"고 했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물고"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1월 의원총회에서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물고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100석을 밑돌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민주당 손학규 고문은 당내 경선 때 '저녁이 있는 삶'을 캐치프레이즈로 
들고 나섰다. 이 말은 2012년을 사는 고단한 한국인의 마음을 잘 압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지자 "돈을 받았으면 목포역에서 할복하겠다"고 했다.
  [사회]
   1조 재단 약속 이종환 "돈 모아봤자 재벌 됐겠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은 한 해였다. ‘산낙지 질식 사건’의 여성 피해자 
아버지 윤성호씨는 지난 10월 1심 공판에서 가해자에게 무기징역형이 
나오자 “꿈에서 배 부여잡고 울던 딸에게 이제야 해줄 말이 생긴 것 같다”
고 했다. 
전자발찌를 찬 살인범 서진환에게 아내를 잃은 남편은 “전자발찌, 
범인에겐 목욕탕 열쇠고리나 마찬가지였다”고 분노했다.
우울한 소식만 있지는 않았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종환 명예이사장은 
지난 5월 서울대 도서관 건립에 600억원을 내놓은 뒤 1조원 장학재단 
계획을 밝히며 “돈 모아놓아 봤자 재벌밖에 더 됐겠습니까”라고 했다.
검찰에겐 빨리 잊고 싶은 1년이었다. 김광준 검사 뇌물사건을 수사하던 
김수창 특임검사는 “의학적인 지식이나 상식이 의사가 간호사보다 
낫다고 해서 (지휘를) 하는 거 아니냐”면서 검찰을 의사에, 
경찰을 간호사에 비유해 논란을 불렀다. 검란(檢亂) 끝에 물러난 
한상대 검찰총장은 11월 30일 사퇴회견 직전 “내 눈에 뭔가가 
씌었었나 보다”고 후회 섞인 심정을 밝혔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45)씨는 내연 관계에 있던 이모(30)씨에게
 “언제 우유주사(프로포폴) 맞을까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고, 
 이씨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프로포폴 남용이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대선이 끝난 뒤 서울대 강사 등을 지낸 서울시 문화재위원 전모씨는 
트위터에 “2030년대에는 노인 암살단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글을 
올렸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후보 매수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후 자기 트위터에 “난 하느님도 칭찬하실 사람”이라는 
주장을 올렸다.
[경제]
 박재완 "부동산 막차 탄 분들 고통 지켜볼 수밖에"
올해 경제계에선 침체된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희망적이기보다는 
우울한 발언들이 많이 나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국회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놔도 큰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부동산) 가격 거품이 빠지는 고통스러운 과정, 특히 ‘막차’ 
  탄 분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7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경제 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 토론회에서 경제 민주화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며 “재벌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버리면 
  카타르시스를 느낄지 몰라도 남는 게 없다”는 소신발언도 했다.
삼성가(家) 상속 소송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낸 형 이맹희씨를 향해 “고소한 사람들이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니까 내가 섭섭하다느니 (할 만한) 
그런 상대가 안 되네요”라고 말했다. 이맹희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며
  “한 푼도 안 주겠다는 (이 회장의) 탐욕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며칠 뒤 이 회장은 다시 출근길에 “이맹희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 우리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문화] 
홍명보 "박주영이 군대 안 가면 내가 대신 간다"
“박주영이 군대 안 가면 내가 대신 간다.” 홍명보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병역 기피 논란이 일던 박주영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홍 감독의 믿음은 올림픽 출전 사상 첫 동메달이란 열매를 맺었다.
런던올림픽에서 ‘1초 오심’ 논란 끝에 4강전에서 탈락한 펜싱 에페 
신아람은 “1초가 그렇게 긴 줄 몰랐다”는 말을 남겼다.
7주 연속 빌보드차트 2위에 올랐던 가수 싸이는 11월 30일
 “1위를 못 해 아쉽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행복하다”고 했다.
영화 ‘피에타’로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탄 김기덕 감독은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영화는 천만 관객 기록을 세우기 위해 
극장에서 나가지 않는다”며 “난 그게 ‘도둑들’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여든 나이로 제19회 방일영국악상을 받은 성우향 명창은
 “판소리는 호랑이 꼬랑지를 잡는 것과 같지. 죽을 힘을 다해서 잡고 
 있어야지. 놓는 순간 물려서 죽고 마니까”라며 ‘소리 한평생’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국제]
 이시하라 "나는 폭주 노인, 달리다 죽어도 좋아"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대표는 지난 10월 도쿄도 지사직을 
사퇴하고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서면서 “나는 폭주 노인(暴走老人)이다. 
달리다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문부과학상이 “보기 흉한 폭주 노인”이라고 
자신의 극우적 행태를 공격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찰스 영국 왕세자는 지난 11월 왕실 웹사이트에 게재된 동영상에서
 “나의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왕이 될 때까지 오래 못 살 수도 
 있다는 초조감을 드러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11월 취임식 당시 “책임은 태산과 
같고 갈 길은 멀기만 하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ABC방송 ‘바바라 월터스 쇼’에서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모든 문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의원은 지난 11월 인도 방문 당시
 “국민의 의지(선거)로 결정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서 
 2015년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 대선 후 당선 수락 연설에서
 “미국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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