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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입니까?

modory 2014. 1. 17. 16:44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

And When Did You Last See Your Father?, 2007

개요 : 드라마 영국, 아일랜드92분 2010.05.27 개봉

감독 : 아넌드 터커

출연 : 짐 브로드벤트(아서), 콜린 퍼스(블레이크), 줄리엣 스티븐슨(킴)

줄거리

괴팍한 아버지와 순진한 아들의 사랑 방식

유머와 익살 넘치는 의사 아버지 ‘아서’는 항상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누구나 어렸을 때는 어른의 행동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듯, 아서의 아들 ‘블레이크’도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오히려 어리둥절해하며 엉뚱한 상상과 오해를 한다.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고, 실패하지도 패배하지도 심지어 영원히 죽지도 않을 것처럼 여겨졌던 아버지. 그러던 블레이크는 어느덧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고,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마침내 아버지의 진실한 모습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는데… 유머가 넘치고 유쾌한 성격이지만 고집불통에 잔꾀를 잘 써서 종종 가족들을 창피하고 곤혹스럽게 만드는 의사 아버지 아더. 어느날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 괴로워 하며 증오심으로 청소년기를 보낸 아들 블레이크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와 소원하게 지내다가 아버지가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게 되자 과거를 회상하며 부자간의 앙금을 털어내 보고자 시도하지만 마음 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아버지와 함께 했던 세월을 그린 작품. 2008년 10월 1일부터 3일간 56회 서울기독교영화제 주관으로 시네마 정동과 드림시네마에서 상영되었다.

 

아버지가 된 지금 아버지를 떠올리다 2010.05.21

블레이크(콜린 퍼스)는 어릴적부터 아버지와의 갈들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때로는 얌체 행동에 외도까지 한 아버지의 모습을 용서할 수 없었고, 아버지 바람대로 의사가 되는 대신 시인이 된 아들에게 "잘했다"는 말 대신 말끝마다 "의사가 되었다면...'이라는 말은 아버지와의 골을 더 깊이 파게 만들 뿐입니다. 그랬던 아버지가 시한부 인생의 선고를 받자 아들은 아버지 곁에서 지난 날을 회상하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던 오해를 풀어가며 아버지의 진심을 깨달아 갑니다.

 

영국의 베스트 셀러 작가인 블레이크 모리슨의 자전적 실제 이야기를 담은 책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를 아넌드 터커가 스크린에 옮겨 책의 감동을 그대로 담아 냈습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곧 바로  연출을 결심한 감독은 읽으면서 떠 올린 영국의 대표 배우인 짐 브로드벤트와 콜린 퍼스를 캐스팅 해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그 때의 감동을 관객에게도 온전히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우리가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공유하며 가슴 속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것은 감독의 뛰어난 연출의 역량보다 어쩌면 동, 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인생을 통해 공감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애증의 경험,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

 

"아들이 본 아버지"

도입 부 블레이크가 아버지를 떠 올리며  '실패도 패배도 죽을 것 같지도 않은 아버지'라고 하듯 아들이 보는 아버지는 힘세고 뭐든 지 고치고 만들어내는 능력있는 남자이며 절대 실패를 모르기에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이기에 감히 반항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분이죠. 그러다 블레이크가 조금 나이를 먹어 사춘기 시절 아버지께 반항하고 대화를 기피하며 거리를 두려하는 것 처럼 아들은 이제 자기도 조금 힘을 가지게 되었기에 나름의 반항을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했던 상처의 말, 행동 등을 이유로 미워하기 시작하며 아버지의 사랑을 보려하지도 기억하려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온통 마음 속엔 ' 난 아버지가 되면 저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득찼던 아들도 조금 더 나이를 먹어 결혼을 하면서 이제 본인도 아버지가 됩니다.

 

"아버지가 본 아들"

영화 속 아서는 괴짜 아버지입니다. 창피해 할 일도 서슴없이 하고 말도 쉽게 바꿉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특히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캠핑을 준비하고 아들에게 운전도 가르칩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보이면 먼저 말을 걸어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모든 대화에는 아들을 언급합니다. 때론 말에 가시가 돋히고 놀리는 수준으로 들려 아들은 오해하지만 아버지는 장난이고 본인의 사랑을 전하려한 서툰 방식일 뿐입니다. 블레이크는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그런 블레이크를 오히려 나무라고 아버지의 사랑을 오해하지 말고 제대로 보라고 충고할 정도로 아서는 블레이크에게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아들은 그걸 오해하고 몰라줄 뿐... 그런 아서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과 이별하려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지나면 후회할 시간이지만 그 때는 알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아들이었을 때 오해하고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 떠 올립니다. 남자끼리 통하는 것도 많고 친구처럼 지내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눈으로 본 아들은 언제나 어리고 미숙하며 아들이 보는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이해가 부족합니다.  이런 시각의 차이는 아들과의 사이를 가깝고도 멀게 만들고 맙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살아 온 세상이 얼마나 힘들고 외롭고 잔인한 곳인지 알기에 아들이 강한 남자로 커가길 바라기에 때로는 모질고 마음에 없는 말로 상처를 주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아들은 그때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서툴고 미숙할 뿐이란걸... CF의 카피처럼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 준 것들을 아들이 기억한다면 아들은 감히 아버지에게도 그렇게 행동할 순 없는것이죠.

 

"아버지가 된 지금 아버지를 떠 올리다"

철없던 시절 아버지처럼 되지 말아야지라고 했던 모습이 지금 아버지가 된 아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블레이크가 좀 더 일찍 아버지와 오해를 풀기 위해 대화를 했더라면 달라졌을 것이지만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던 착각으로 뒤늦은 후회만을 남긴채 이별의 순간은 너무도 빨리 찾아 옵니다. 그렇기애 마지막으로 떠 올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병상에서 죽어가는 모습이 아닌 정상적인 모습으로 행복하게 함께 한 시간이 되기 위해선 오늘이 아버지와 마지막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아버지께 받은 사랑을 내 아들에게 전해주려 합니다. 내 아들도 내 사랑을 오해하지 않고 가슴으로 이해해 줄 그날이 올거라 믿으면서...

 

콜린 퍼스에게 딱 어울리는 영화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와 자식간에 애정표현과 솔직한 대화가 부족한 건 영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서 아마도 누구나 쉽게 공감하며 함께 가슴 아파 할 수 있는 영화일 듯 싶습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의 아빠 역을 했던 짐 브로드 벤트(아더 역)와 그의 아들로 나오는 콜린(블레이크 역)이 주인공이에요.

두 주인공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콜린의 소년기를 연기한 매튜 비어드, 콜린의 첫사랑 일레인 캐시디, 콜린의 어머니 역 줄리엣 스티븐슨의 눈부신 연기, 뛰어난 연출 등 나무랄 데 없는 명작 드라마예요. 거침없이 별 다섯개 쐈어요.

 

 

곰돌이 푸에 나오는 '티거'처럼 항상 명랑하고 꾀를 잘 쓰고 농담도 잘하는 매력적인 의사 아더는 주위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지만 짠돌이에다 종종 샌님같은 짓을 해서 가족을 창피하게 만들곤 해요. 어느 자식에게나 그렇듯 어릴 적엔 아버지가 수퍼맨처럼 위대하고 뭐든지 다 아는 척척박사이고 영원한 존재로 보이죠. 그리고 그 신화는 자식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무참히 깨지고 맙니다.

아버지의 너무 '나대는' 모습이 창피하고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반항하게 되고 심지어 증오심까지도 생겨요. 이 영화의 아버지 아더와 아들 블레이크가 전형적인 그런 부자지간이에요. 자식에겐 '부모란 존재는 이래야 한다'는 환상이 있잖아요.

늘 자식을 사랑하고 이해해 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고 무얼 하든 늘 지지해 주고...

그런데 부모가 날 이해해주지 않고 기를 죽이고 변변찮게 생각하고 자기 뜻을 강요하고... 그때부터 자식의 마음 속은 전쟁터예요. 더구나 위대했던 아버지가 신화 속에서 걸어나와 평범한 남자 인간의 실수를 저질렀을 경우에는요. 사춘기의 블레이크는 문학을 전공하려는 자신의 꿈을 가벼이 취급하는 아버지가 못마땅한데, 거기다 아버지가 비티 아줌마와 불륜사이임을 의심하며 말 할 수 없는 고통과 배신감을 느낍니다. 침묵하며 참고 지내는 어머니를 보면서 더더욱이요. 외간 여자와 스스럼없이 춤을 추고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작가로 성공한 다 큰 아들에게 의사가 됐더라면 하고 툴툴대는 아더. 하지만 휴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아들과 둘이서 여행을 하며 추억을 만들고...아더는 정말 나쁜 아버지, 나쁜 남편일까요?

이 영화엔 유난히 거울이 많이 등장해요.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아버지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보는 정말 거울 같은 영화거든요. 아버진 한번도 신전에 있어 본 적이 없는데...

신화에서 걸어나온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 자신이었고, 아버지도 누구나처럼 단점 많은 평범한 인간이었을 뿐이었는데...그리고 가족을 세상 무엇보다도 더 아끼던 분이었는데...

참 이상하면서도 안타까운 건 그걸 알았으면서도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고마웠다는 말이 입에서만 맴돌고 안 나온다는 거예요. 알고보면 미워했던 때보단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때가 더 많았는데도요.

(여기까지 쓰고 갑자기 눈이 뜨듯해지네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인가?

아까 아버지가 시원한 맥주 드시고 싶다고 해서 냉큼 슈퍼 가서 두병 사와 함께 마셨어요. 올림픽 중계보면서요. 몇십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세상 누구보다도 가까운 존재인데, 친구들끼리 흔하게 하는 지난 시절 얘기 같은 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빠 어렸을 적 꿈이라던가,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같은 정말 아빠 이야기요.

아버지와 친구처럼 못하는 얘기 없이 친근하게 지내는 딸 아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저랑 별반 다르지 않을 듯 해요. 이 영화는 그런 이야기예요.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도 말로 못하고 가슴 태우다 아버지가 떠나고 난 뒤에야 말 대신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살아계실 때 어떤 아버지였든, 아버진 돌아가신 뒤 정말로 신화가 되는가 봐요.

아버지한테 사랑한다는 말 해본 적 있으세요?

네이버 카페 '콜린 퍼스의 모든 것'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

시네마톡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원래 볼 계획은 없었는데 어쩌다가 공짜로 볼 기회가 생기니까 덥석 물었죠. 소설이 원작인데 블레이크 모리슨의 자전적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사전 정보도 별로 없었지만 나름 해외 평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안심을 했습니다만...... 아무튼 이 영화에서 콜린 퍼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블레이크는 시인입니다. 시작하면서 상을 받는 것 부터 보여주는걸 보니까 그쪽에서는 나름 괜찮은 명성을 쌓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의사인 아버지는 아들의 직업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네, 여기서 판에박힌 부자간의 갈등 요소 하나. 한편 영화는 플래쉬백으로 블레이크의 어린 시절을 조명하는데 그 기억속에는 엄마 외에도 비티라는 아줌마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또 역시 판에박힌 갈등 요소 둘. 그 외에 크고 작은 기억들이 더해지면서 이 부자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식인데, 짐 브로드벤트가 연기한 아버지는 암에 걸려서 곧 돌아가시기 직전이죠. 그럼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답이 나옵니다.

보편적인 부자관계를 다루고 있고, 플래쉬백으로 시점이 옮겨가면서 진행됩니다. 상투적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이야기와 형식이지만 모양새가 썩 나쁘지는 않습니다. 특히 플래쉬백은 다소 촌스러워질 여지가 다분한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플래쉬백은 자연스럽고 세련된 편입니다.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드라마 연기도 괜찮았어요. 영국 독립영화 풍의 섬세한 감성이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잘 묻어납니다. 다소 얄팍한 감상주의가 엷게 깔려있지만 극단적인 신파로 흐르지도 않고요. 그리고...... 그게 다입니다. 다시말하자면 극단적인 신파로 흐르지는 않지만 얄팍한 감상주의가 깔려있지요. 디테일하고 성실한 각본과 함께라면 꽤 멋진 감동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기서의 부자관계는 굉장히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을 기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습니다. 삼사십년간 쌓인 그냥 그렇고 그런 갈등의 골을 한시간반동안 설득하기엔 많이 모자랍니다. 부자관계의 양상은 팀 버튼의 <빅 피쉬>랑 비슷한데 그보다 딱히 더 섬세하지도 않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훨씬 재미가 떨어져요.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이 영화가 내제하는 메세지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거에요. 아니, 어쩌면 메세지 따위는 의도하지 않았던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버지가 돌아가신 개인적 경험을 회고하는게 의도의 전부였을지도요. 하지만 그저 개인적인 회고담이라도 관객에게는 무언가 전달되기 마련이죠. 여기서는 일종의 정서적 감동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중요한게 한가지 더 있어요.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요.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지극히 보수적인 태도의 온정주의가 정서적 감동마저도 차단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서 영화에서 짐 브로드벤트의 외도를 바라보는 방식은 지나치게 불공정합니다. 중반까지는 그래도 이 위험한 소재에 대해서 면밀하고 섬세하게 다루는 태도를 유지하지만 어떻게든 극적인 결말을 내기 위해서 지은 마무리는 모든걸 무너트립니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심각하게 도덕적 결함을 갖춘 메세지를 미화한것에 불과하고, 그저 주인공의 개인적인 심리를 따라간 것이라며 변명하기엔 너무 뻔뻔하게도 윤색했더군요. 그래서 전 계속 핀트가 어긋난 감상임에에 불편해 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하물며 이런 불편함은 영화 상영 후 시네마톡 내내 증폭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그럴듯한 변명과 치우친 감상이 저한테는 그저 짜증나기만 했어요. 그렇게 쿨한척 쿨하지 못한 태도는 역효과를 부르죠. 그냥 아무런 말을 듣지 않는게 훨씬 영화에 대한 인상도 긍정적으로 남았을 것 같아요. 진행자분들의 개인적인 가치관에 대한 유감은 아닙니다만, 단지 진행되었던 대담은 별로 멋있지 않았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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